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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오가며 쌓은 ‘합기도 우정’, 피보다 진하죠.”
황진오 관장(경북 구미 무예관)·Alekxander Semyonov 사범(상페트르부르크 무예관)
 
우창민 기자 기사입력  2015/05/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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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차례 이상 한국과 러시아를 오간지 벌써 13년이 되었네요. 걸음마 하던 큰 아이가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으니까요.”
 
황진오(48세) 관장은 경북 구미시에서 무예관(武藝館)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합기도를 지도하면서 성인 또는 매니아들을 대상으로 격투기 등도 곁들여 가르친다.
 
황 관장이 러시아에 처음 발을 내딛은 것은 지난 2002년이다. 한 지인(知人)으로부터 ‘러시아 합기도 지도요청 제안’을 받은 것.
 
“2002년 2월이었을 겁니다. 부산의 한 지인(知人)이 ‘합기도를 배우고 싶어 하는 러시아인이 있다’면서 저더러 러시아에 가볼 것을 권유하더군요. 거기서 샤샤를 만났습니다.”
 
▲ 합기도를 통해 쌓은 우정을 자랑하는 황진오 관장(오른쪽)과 Alekxander Semyonov 사범.     ⓒ 한국무예신문

샤샤는 Alekxander Semyonov(알렉산더 세메노프·45세)의 예명이다. 경찰관 출신으로 현재 러시아 상페트르부르크에서 합기도장과 보안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면서 (사)대한합기도협회(총재 오세림, KHF)의 러시아 상페트르부르크 지부장을 맡고 있다. 더불어 경찰행정 경험 등을 바탕으로 지역의 법률자문가로 활동하는 ‘엘리트’이기도 하다.
 
샤샤가 말했다. “경찰관으로 재직할 때 삼보사범으로 있었고, 특히 합기도를 포함한 한국무예에 관심이 많았어요. 알고 보면 저 한국인이나 마찬가지죠.”
 
샤샤의 어머니는 고려인(高麗人·카레이스키)이다. 그 피가 어디 갈 텐가. 어릴 때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았고, 성장해서는 고려인과 결혼했다.
 
황 관장이 처음 러시아 방문했을 때 샤샤는 이르쿠츠크에 거주하고 있었다. 2006년 현재 거주하는 상페트르부르크로 이사를 했다.
 
“처음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사회주의 국가라는 인식 때문인지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지만, 합기도를 배우려는 러시아 사람들의 열의는 대단했습니다. 저 또한 실력이 많이 부족했지만 그들의 열의에 감복해 저의 온 열정을 쏟아 부었던 기억이 납니다.”
 
황 관장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샤샤의 집에 처음 방문했을 때의 재미있는 일화(逸話)를 얘기했다.
 
러시아는 분명 러시아인데 집안의 분위기는 온통 한국 그 자체였다는 것. 가전제품이나 일상 생활용품이 거의 ‘메이드 인 코리아’였던 것이다. ‘대단한’ 한국사랑에 놀란 황 관장은 샤샤의 어머니와 아내가 고려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 황진오 관장과 샤샤 사범이 함께 합기도 수련후 술기에 대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 한국무예신문

황 관장과 샤샤 사범은 그 때 이후 지금까지 매년 상호교차 방문하고 있다.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3개월가량 머물기도 한다. 주로 그들 집에서 함께 머물다보니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깊은 가족애가 생겼다. 서로의 가족 생일까지 챙길 정도이다.
 
황 관장과 샤샤 사범은 3살 차이다. 그러다보니 그들 스스로 스승과 제자 관계를 떠나 “땀(운동)으로 맺은 형제”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샤샤는 황 관장의 도장에서 함께 운동하다 도장을 침실삼아 자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한 것이 십여 년의 세월. 그러다보니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돈독한 우애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계를 바탕으로 황 관장과 샤샤 사범은 상페트르부르크에 있는 고려인들의 한국가족 찾기에도 나서 몇몇 가족을 찾는 데 성공하기도 하였다. 계기로 하여 고려인인 샤샤의 어머니와 아내도 한국 TV에도 출연하기도 하였다.
 
황 관장과 샤샤 사범은 자신들이 축적해 온 ‘합기도 우정’에 머물지 않고 민간외교문화사절로서의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경주 신라 수도 아주 좋습니다. 영덕 대게 아주 맛있습니다.”
 
늘 한국어사전을 손에 들고 다니는 샤샤는 어설픈 한국어 실력으로 “아주 좋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한국에 머물 때면 운동하는 틈나는 대로 인근의 문화역사유적지를 둘러보곤 한다. 지금은 웬만한 곳은 거의 다 돌아봤을 정도.
 
합기도 이야기가 나오자 최용술, 지한재 도주 출신지까지 줄줄댔다.
 
샤샤는 말했다. “합기도 좋습니다. 대한합기도협회 좋습니다. 단증 파는 가게 아니라서 좋습니다.” 이에 황 관장 왈(曰), “우리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 자료사진. 2014년 10월 러시아 상페트르부르크에서 이뤄진 합기도세미나 기념사진.(사진출처: hapki.ru)     ⓒ 한국무예신문

샤샤의 이번 한국방문은 합기도 종가(宗家) (사)대한합기도협회(총재 오세림, KHF)의 지한재 도주와 함께하는 사범연수교육참가차 이뤄졌다. 이번 방문에 그의 합기도 동료인 Dmitry Rozensky(드미트리 로젠스키·40세) 등이 함께 했다.
 
샤샤와 드미트리는 현재 샹페트르부르크에서 도장을 각각 2곳씩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지관설립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상페트르부르크를 중심으로 인근의 리즈니타길, 예카트린부르크, 첼라빈스크,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합기도세미나를 여러 차례 갖기도 했다.
 
샤샤는 황 관장에 대해 자신의 손을 가슴에 대며 “가슴이 따뜻한 사람, 다른 사람에 대해 나쁜 말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고, 황 관장은 샤샤 사범에 대해 “의리를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무튼 그렇다. 이들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 이런 걸까.
 
“지금처럼 합기도 열심히 하며 우정을 변함없이 쌓아가는 것이죠.”
 
이들은 오는 9월, 오세림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상페트르부르크에서 합기도세미나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의 꿈을 응원해 본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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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5/22 [14:56]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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