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도쿄2020 태권도가 열리는 마쿠하리메세 경기장 외부사진 © 한국무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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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자 진 모리스 영(17·트리니다드 토바고)이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었다. 상대는 브라질의 파울루 멜루(22). 상대적으로 많은 경험을 쌓은 남미의 강자다. 영은 미숙하고 작았다. 키 161㎝인 영은 가장 높게 발을 들어도 멜루의 머리에 겨우 닿을 만큼 신장에서 열세였다. 멜루의 키는 175㎝. 영보다 14㎝나 컸다.
영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저 빠르고 저돌적으로 멜루에게 파고드는 수밖에 없었다. 멜루는 현란한 풋워크로 영의 발차기를 이리저리 피하며 적소에 타격을 꽂아 넣었다. 멜루가 발을 휘두를 때마다 영은 나뒹굴었다. 결과는 2대 27. 영의 완패다.
하지만 영의 표정은 밝았다.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웃으며 기자 앞에 손가락 두 개를 폈다. 자신도 2점을 얻었다는 뜻이다. 영은 “새 경기복이 도복보다 가볍고 몸에 밀착돼 두 다리를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충격을 줄이도록 설계돼 부상 위험도 줄었다”며 “강한 멜루를 상대하면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새경기복을 시연중인 남자 여자 선수 © 한국무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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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는 실전을 통해 새 경기복의 착용감과 실용성을 시험한 무대다. 세계태권도연맹은 기존의 도복에서 실용성을 높인 스포츠웨어 형태로 경기복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하의는 몸에 밀착되는 신축성 소재로, 글러브는 주먹을 쥔 형태로 손을 고정하도록 제작됐다.
도복의 팔소매와 하의 밑단에 가려졌던 주먹과 발은 새 경기복에서 완전하게 밖으로 드러나도록 고정됐다. 그 결과 타격 지점이 정확하게 나타나 판정 시비를 줄이게 됐다. 손을 고정한 글러브는 태권도의 고질병 중 하나인 손가락 골절상은 물론, 상대방의 상의를 잡아채는 행위까지 줄이는 이중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행사를 위해 올림픽 개최국인 일본과 중국 대만 독일 영국 프랑스 브라질 트리니다드토바고 나이지리아 등에서 남자 58㎏ 이하급, 여자 49㎏ 이하급 선수들이 모여 새 경기복을 입고 실전을 가졌다. 실전 직후의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멜루는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기능성이 높아졌다. 발차기가 더 편해졌다”며 “아직 주변의 반응은 긍정과 부정에서 절반으로 갈린다”고 말했다.
올해 오스트리아 오픈에서 남자 58㎏ 이하급 1위를 차지한 영국의 메이슨 야로우는 “도복보다 편안한 느낌이 좋다”고 했다. 지난해 프레지던트컵 팬아메리카 여자 49㎏ 이하급에서 우승한 브라질의 탈리스카 레이스는 “몸이 빨라진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독일 여자 태권도 대표팀을 지휘하는 김연지 감독은 “새 경기복이 땀 흡수나 충격 완화와 같은 기능성이 좋아 팀 내에서 반응이 좋다. 잡기와 같은 행위로 경기가 지연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며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좋아졌다는 의견이 많다. 태권도를 몰랐던 사람들의 반응이 더 좋다”고 말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이번 테스트 이벤트에 출전한 감독과 선수의 의견을 수집해 반영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몇 차례 디자인을 추가로 수정한 뒤 1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WT 임시 집행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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