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수많은 사람들이 귀신을 얘기한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귀신을 봤다고 한다. 진짜 봤어? 어떻게 생겼어? 인류가 남겨놓은 그 많은 귀신 그림들은 실제 모습일까? 아니면 상상으로 그린 것인가?
신령스러움을 탐구하는 사람들은 과학이 자신에게 가까이 올수록 오히려 뒷걸음질로 도망을 친다. 과학적 추궁이 닿지 않는 뒷방구석이나 먼 우주로, 심지어는 먼 과거로 혹은 먼 미래로! 그리고는 증명할 수 없는, 너 모르고 나 모르는 애매모호한 선(先)지식을 붙들고 늘어진다. 덕분에 초과학의 시대에도 귀신이 살아남아 인간과 계속 공존하게 된 것이리라.
인간과 귀신(鬼神)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인간은 왜 끊임없이 귀신을 만들어내는가? 그리고 왜 자신들이 만든 귀신의 지배를 갈망하는가? 왜 인간은 귀신이 되고자 하고 귀신같은 능력을 지니고자 하는가? 왜 귀신을 지배하는 자가 인간을 지배하는가? 만약 귀신이 없었다면 과연 인류가 그 짧은 기간에 이 정도의 문명을 일궈낼 수 있었을까? 미래에 생겨날 귀신들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인도할 것인가? 일단 귀신들을 만나 보자!
비과학 시대의 인간들은 내과나 정신과 질병을 귀신의 장난으로 돌려야 했는데, 그때마다 귀신을 달래거나 내쫒기 위한 갖가지 퍼포먼스를 벌였다. 재물과 희생을 바치는 것으로 달랠 수 없을 때에는 그 귀신이 무서워할 더 괴기하고 힘센 귀신으로 겁주어야 했다. 그 외에도 인간은 자연계에 대한 두려움과 경이를 감당해줄, 그리고 위안과 의지를 위한 절대적인 무엇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총명한 인간이 있어 귀신을 쫓고 계도의 목적으로 신령을 형용하는 괴기스런 형상으로 사람들을 통제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탈(가면)이다. 그렇지만 그 모양은 인간이 경험하고 보아왔던 형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다만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보통 사람의 형상보다 훨씬 과장하거나 사나운 짐승을 본떠 갖가지 모양의 무시무시한 탈을 만들어내었다.
중국 갑골문의 귀(鬼)자는 사람이 거대한 탈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말 ‘도깨비’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까 귀신이란 애초에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 외에도 탈을 쓰고 무기를 든 모습인 외(畏), 탈을 쓰고 춤을 추는 모습의 이(異), 탈을 쓴 귀신이 인광을 발라 번쩍이는 모습인 매(魅) 등이 나온다. 이후 혼(魂)이니 백(魄)과 같은 귀(鬼)자와 관련된 수많은 글자들이 생겨났다. 더불어 귀신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꽃을 피워나가 수많은 신화와 전설을 낳았다.
계속해서 생겨나는 온갖 귀신을 분류하고 그것들을 다루는 방법이 발달하면서 각종 무속과 종교가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귀신을 다루는 전문가가 권력을 쥐게 되었는데, 그 귀신이 널리 퍼질수록 그들의 권력 또한 커져갔다.
탈을 쓰고 귀신인양 행동하려면 그 하는 짓도 보통의 사람과는 달라야 했다. 우리가 흔히 미친 사람을 두고 “귀신이 씌었다!”고 말하는 것은 곧 탈을 쓰고 귀신 같이 이상한 짓을 한다는 의미겠다. 얼이 빠졌다거나 넋이 나갔다는 것도 혼(魂)과 백(魄)이 놀란 비정상적인 상태를 표현한 말이다.
그리고 탈은 낮에는 별로 무섭지 않다. 어두워야 무시무시해 보인다. 따라서 무서운 밤에 탈을 쓰면 어둠이 무섭지 않다. 그렇게 탈을 밤에 쓰고 나와 의식을 치르는 바람에 자연히 귀신은 햇빛을 무서워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리라. 그리하여 밤을 귀신이 지배하게 된 것이리라. 백주 대낮에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귀신을 ‘허깨비’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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