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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부리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신성대의 혼백론 17] 단군신화의 재해석과 귀신학
 
신성대 주필(글로벌리더십아카데미 공동대표) 기사입력  2021/01/07 [23:18]
▲ 신성대 주필.     © 한국무예신문

본격적으로 귀신을 찾아 나서려니 일찍이 학교에서 배운 단군할아버지 이바구가 떠오른다. 사실 당시 어린 마음에도 도무지 그럴듯하지 않아 너무 재미가 없었다. 뭐 신화라는 게 그렇고 그런 거여서 그런지 그동안 여러 국문학자들이 단군신화를 학문적으로 해석한다고 매달렸지만 역시나 그게 그 소리로 지금도 영 재미가 없다. 해서 이참에 약간의 문화인류학적인 지식과 발칙한 공상을 보태어 이왕 화끈하게 구라를 한번 쳐보자. 그런 걸 요샛말로 리모델링 아니 스토리텔링이라고들 하는가?

 

최초의 미스코리아 웅녀 이야기

 

아득한 옛날 태백산 신단수(神壇樹)에서 인간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더랬습니다. 동굴 속에서 백일 동안 쑥과 마늘만으로 다이어트하고 햇볕에 그을린 몸을 뽀얗게 정화해서 최우수 성적으로 성인식을 통과한 처녀가 최종 알몸(그때는 수영복이 없어서)심사까지 통과하여 신단에 희생으로 바쳐졌지요. 웅녀였어요. 곰처럼 못생겨서가 아니고 옛날엔 대충 그렇게들 불렀답니다. 요즘도 귀한 집 자식을 개똥이라 부르잖아요. 집집마다 개를 키웠으니 뉘집 개똥인 줄 어찌 알겠습니까만 그런 거 개의치 않았지요.

 

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에덴의 동쪽으로 내치실 때 손수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히셨다고 해요. 암튼 당시의 우리네 조상들도 온갖 짐승 가죽을 옷 대신 걸쳤는데 당연히 호랑이나 곰 가죽이 최고 인기였지요. 그걸 입고 다니면 다른 짐승들이 겁을 먹고 함부로 못 덤볐으니까요. 만약 사슴 가죽을 걸치고 나갔다간 그날로냉큼 호랑이나 늑대 밥이 되었겠지요. 그런 걸로는 속옷이나 만들어 입었죠. 어쨌든 그 처녀도 마침 곰 가죽을 걸치고 있어서 그냥 웅녀라고 했을 거예요. 그때는 이름이니 성이니 하는 게 없었거든요. 호랑이 가죽을 입은 다른 처녀는 최종심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드디어 그 웅녀가 털가죽을 벗고(하늘에서 인신공양임을 확인할 수 있게) 알몸으로 신단 위에 반듯하게 하늘을 보고 드러눕자, 오마이갓! 옴마니반메훔!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에서 먹구름들이 굉음을 내며 질풍노도로 들이닥치더니 신단수에다 어마어마한 천둥 번개를 때리고 비바람을 퍼부었지요. 경천동지에 천지개벽이 나는 줄 알고 다들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가 돌아와 보니 신단수는 말할 것도 없고 사방팔십리 초목이란 초목은 모조리 새까맣게 타버렸지요. 웅녀는 흠뻑 젖어 죽은 듯 퍼져 있다가 사람들이 가까이 가자 깨어났는데 기적처럼 멀쩡했어요. 그런데으잉? 웅녀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답니다.

 

 환웅(桓雄)이 잉태를 시킨 겁니다. 소위 벼락치기한 거지요. 웅녀가 엄청 예뻤거든요. 오죽 반했으면 하늘로 곧 올라갈 텐데 그새를 못 참고 뛰쳐내려 왔겠어요. 암튼 그런 게 진짜 신내림인 거지요.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단군(檀君)이십니다. 자고로 위대한 성인들은 이렇게 출생부터가 파격적이랍니다. 고대엔 모계사회였고, 모계사회에선 엄마는 알아도 아버지가 누군지는 묻지도 않았다지요. 단군이야말로 그 아버지가 누군지를 밝힌 첫 사례라 할 수 있죠. 그래서 시조인 거죠! 그때부터 부계사회가 시작된 겁니다.

 

신단수와 감나무

 

전 세계에서 유독 한반도에 고인돌이 많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니까요. 그게 다 신단(神壇)이지요. 원래는 신수(神樹) 아래에 쌓았었는데 신수는 죽고 신단만 남은 겁니다. 요즘도 어딜 가다가 조금 특이하게 생긴 바위나 큰 나무만 보면 그 앞에 엎어지고, 집집마다 감나무 밑 장독대에 정화수 떠놓고 치성 드리는 것도 다 거기서부터 내려온 습관이지요. 참고로 한자가 들어오기 전 고대 우리말로는 신()(ㄱㆍㅁ)’ ‘()’ ‘()’이라 했다고 해요. 해서 천둥 벼락이 치면 감짝 놀라고, 귀신()을 보면 놀래서 깜짝이야!”하고, “감쪽같다!”며 사람도 속고 귀신도 속잖아요. 무서울 땐 ()난다!’고 하잖아요. “()이 된다!”는 건 탈이나 신목(神木)으로 삼을 만하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신()나무를 감나무라 불렀던 거지요.

 

처음엔 벼락을 맞아도 끄떡없는 박달나무를 신단수로 삼았다가 나중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감나무[]를 신수로 삼았어요. 왜냐하면 감나무는 오래 되면 속이 검어지는데 옛사람들은 그게 벼락을 맞아 그런 줄 알았거든요. 벼락 맞고도 끄떡없이 하늘과 소통하는 신령한 나무여서 감나무’, ‘(고욤)나무로 부른 거지요. 해서 집집마다 감나무를 심고 울타리에는 가시 많은 엄나무를 심어 잡귀들이 못 들어오게 막았지요. 그리고 감을 귀하게 여겨 곶감으로 말려두었다가 제사상에 올렸지요.

 

호랑이도 곶감을 제일 무서워한다잖아요. 호랑이도 한 가닥 하는 영물이잖아요. 직감적으로 그걸먹었다간 코 꿰인다는 걸 알아차린 거죠. 물론 귀신들처럼 쑥이나 부추, , 마늘 같이 냄새나는 야채도 질색을 하지요. 이야기가 잘못 전해지긴 했지만 사실이라 해도 호랑이가 육식만 하다가 그런 걸 먹고 어떻게 백일을 견디겠어요. 당연히 동굴 성인식대회에서 탈락했겠지요.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선발대회였지요. 솔직히 말해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민족이 정정당당하지 못하고 치사스럽고 비겁할 때가 많았잖아요. 하느님이라면 절대 그런 불공평한 게임 안 시키지요.

 

어쨌든 호랑이는 하늘로 올라가는 걸 싫어한답니다. 왜냐하면 그곳엔 용()이 있거든요. 하늘에선 용한테 못 이기지요. 용이 물고 있는 붉은 여의주도 원래는 천국의 곶감이랍니다. 용이 곶감을 좋아하거든요. 원숭이는 바나나로 길들이고, ()은 당근으로 달리게 하잖아요. 그렇게 해서 용들이 하늘에서 신들을 태우고 다니는 겁니다. 그 곶감을 못 얻어먹어 승천을 못하고 있는 용을 이무기라 하지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서양의 아담과 이브도 하느님 정원에서 감을 따 먹고 쫓겨났을 거예요.

 

아무튼 하느님 정원엔 온갖 과일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게 감나무였어요. 그걸 신수(神樹)처럼 보살폈던가 봐요. 천국으로 워킹홀리데이 올라갔던 선남선녀들 중 일부는 그 정원 돌보는 일을 했는데, 그만 유혹에 못 이겨 덜 익은 감을 따먹다 들켜서 아담과 이브처럼 내쫓는 일이 종종 있었나 봐요. 그 시절 인간들이야 CCTV가 뭔지를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나저나 하느님이 엄청 야박했던가 봐요. 그딴 감 한 개 따먹었다고 적금퇴직금을 다 까고도 모자라 입고 있던 껍데기까지 홀랑 벗겨 내쫓다니 말예요.

 

그리고 얼마 전엔 큰 공주가 하인이 하늘콩 몇 개 잘못 깠다고 , 내려!” 하고 내쫓는가 하면, 작은 공주까지 괜히 신경질 부려 물잔을집어던지며 시녀를 내쫓고, 부인은 하인한테욕설에 손찌검까지! 해서 전 지구인들이 분개를 하고 삿대질을 해댔잖아요. 소위 깜질을 한 거죠. 아무려나 하느님 당신이 그렇게 쩨쩨하셨겠어요? 선발되어 올라간 선남선녀들이 너무 잘생겨서 부인이나 공주들이 질투가 나 그딴 걸 트집 잡아 자른 거겠죠. 그럼요! 분명 그랬을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천국생활이라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짜증날 만도 하죠.

 

그렇지만 못된 일수록 더 빨리 배우는 게 인간인지라 저들도 뻑하면 아랫사람을 그렇게 내쫓고 구박을 해요. 심지어 제 새끼가 자다가 오줌을 싸도 발가벗겨 내쫓아 소금 동냥시키잖아요. 아무리 소금이 귀하기로서니 너무 심했지요. 차라리 오줌 받아 죽염을 만들지! 어린아이 오줌은 약으로도 썼다잖아요. 요즘은 그것도 모자라 제가 낳은 자식을 내다버리고, 굶기고 때려죽이기까지 하잖아요. 외국인 노동자 착취에, 동남아 처녀들 며느리로 데려와 노예처럼 학대하고! 암튼 깜이 안 되는 인간들이 하는 짓인지라 갑질이라 하지요. 아이쿠, 이런! 이야기가 또 옆으로 샜네요.

 

제사상에 과일을 올리는 이유

 

, 흥분하다보니 진짜 중요한 얘기를 빠트릴 뻔했네요. 한민족 두뇌(잔머리)는 세계 최고라잖아요. 홀딱 벗기고 알몸으로 쫓겨난 한 선녀가 먹고 난 감씨를 몸 속 어딘가에 숨겨 내려오지 않았겠어요. 그 어딘가가 설마? 에이, 쓸데없는 상상 말아요! , 이것도 저만 아는 비밀인데, 실은 그 선녀가 숨기려고 해서 숨긴 게 아니고, 화들짝 놀라 급히 삼키는 바람에 그만 씨까지 꿀꺽한 거였어요. 바로 그 씨가 쫓겨 내려온 다음 날 밖으로 나와 퍼지고 퍼진 거지요. 그 참, 거시기하지만 어쨌든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라 고맙게 여겨 제사를 지낼 때 반드시 곶감을 올리는 거랍니다.

 

어디 감뿐이겠어요? 대부분의 과일은 천국에서 온 거랍니다. 우리가 제사상에 놓는 과일은 모두 천국에 있던 것으로 우리의 선남선녀들이 그렇게 저렇게 해서 씨를 구해 온 거랍니다. 다른 나라 과일들은 그 나라 선남선녀들이 가지고 내려온 거겠지요. 그게 버릇이 돼서 나중에 누군가는 중국에 가서 목화씨도 숨겨 들여왔잖아요. 근자에도 선진국 기술 훔쳐다 배 만들고 컴퓨터 만들고요. 그러니 훔치는 걸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가 없는 거지요. 몽땅 빼앗거나 하나밖에 없는 걸 훔친 건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하느님 정원의 그 감나무엔 선남선녀는 물론 일반 천신(天神)들도 잘 모르는 특별한 비밀이 있답니다. 이건 공개하면 안 되는데인간들이 하도 오해를 해서! ‘기억의 열매예요. 그 감을 따먹으면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난답니다. 그러니 지상에서 올라간 선남선녀가 그걸 먹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인간세상, 부모, 형제 생각에다 제물로 바쳐질 때의 부끄럽고 무서웠던 기억, 그리고 인간들의 온갖 욕망과 속된 버릇까지 죄다 되살아나는 거지요. 소위 말하는 판도라의 항아리가 열리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단 하루도 천국에 머물 수가 없어 바로 추방되는 거예요.

 

당연히 천국의 물건은 지상으로 나가면 안 되기 때문에 옷까지 벗겨 알몸으로 내쫓는 겁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인간세계를 대혼란에 빠뜨리니까요. 그래서 절대 못 따먹게 하고 몰래카메라까지 설치해놓고 감시하는 거지요. 그런 거라면 안 키우면 되지 않느냐고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간혹 기억상실, 치매, 두통 약으로 쓰일 때가 있답니다. 대신 완전히 익어서 홍시가 되거나 또 말려서 곶감으로 만들면 기억회복 효능이 없어지는 대신 머리가 맑아지고 기가 막히게 달고 맛있어진답니다. 오죽하면 용이 그 맛을 보는 순간 승천을 하겠어요.

 

, 물론 선남선녀들이 천국으로 들어갈 때 먹는 망각의 열매도 있답니다. 인간 세상에서의 일을 다 잊어야 하니까요. 바로 모과예요. 모양도 맛도 별로인데다 먹기조차 거북해서 천국에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요. 당연히 쫓겨날 때에도 그걸 먹어야 해요. 그렇게 해서 천국의 비밀을 지키는 거지요. 천국에서의 기억을 지니고는 지상에서 하루도 못 살고 미쳐버리기 때문예요. 거부하면 바로 지옥으로 떨어져요. 천국에선 단 한 번의 잘못도 용서하거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답니다.

 

? 아담과 이브가 따 먹은 건 감이 아니라 무화과라고요? , 오렌지면 어떻고 망고면 또 어떻습니까? 천국에는 인간이 아직 맛보지 못한 신비한 과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답니다. 모두가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구름 위에 자라는 불로과(不老果)들이지요. 극히 미미한 우주 에테르(정기)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몇 백 년 혹은 천년에 겨우 열매 하나씩 맺는답니다. 천국에선 지상의 인간들처럼 풀 뜯어먹거나 뿌리 캐먹는 짓 안한답니다. 그냥 심심할 때 오다가다 과일을 따 먹지요. 아무거나 하나만 먹어도 대략 5,6백년은 배가 고프지 않답니다.

 

안타깝게도 그것들을 땅에서 기르면 그런 효능이 없어져요. 흙은 모든 걸 빨리 자라게 해주지만 효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상의 과일 하나로는 두세 시간도 못 견뎌요. 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쉬지 않고 뭔가를 먹어야 하지요. 성경에서도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한 열매를 따 먹은 아담에게 이르시길, 네가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라고 하셨지요.천년 묵은 산삼을 캐먹어도 백 살을 넘기기 어렵지요. 유전자를 조작하고 제 아무리 개량을 하고 수경재배를 해도 소용이 없답니다.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의 차이쯤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하느님도 그래서 인간들이 씨앗을 훔쳐가도 모른 척 눈감아주시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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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07 [23:18]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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