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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점(占)을 치나?
[신성대의 혼백론 19] 마음의 그림자, 두려움의 흔적!
 
신성대 주필(글로벌리더십아카데미 공동대표) 기사입력  2021/01/2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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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대 주필.     ©한국무예신문

인간이 과거를 기억하고 점()을 치는 이유는 예기치 못한 사건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특히 꿈은 인간의 두려움과 호기심을 증폭시켜 해몽을 하고 자연스럽게 점()과 역()의 세계로 인도했을 것이다. 인간이 언제부터 점을 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동양에서는 처음 문자를 새긴 갑골(甲骨)이 점을 치든 도구였다고 하니 문명의 시작과 함께 점을 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니 어쩌면 점을 치기 위해 문명이 생겨나고 발달해진 건지도 모르겠다. 고대에는 주술사나 제사장이 점을 쳤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점쟁이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전문직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인간이 점을 치는 방법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중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 인간의 본능적인 감()에 의한 점치기가 아닐까 싶다.

 

네가 모르면 나도 몰라!

 

20여 년 전쯤 세상에 신묘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의 능력을 검증하는 프로가 유행했었다. 당시 방송 프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유명하다고 소문난 명리역학자들을 테스트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방송 팀들이 장안에서 잘 맞히기로 소문난 네 명의 역술가를 찾아가 인물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그 사진 주인공의 운명을 묻는 과정이었다.

 

처음 사진은 젊은 여성의 사진인데 그 사진을 보여주자 먼저 찾아간 역술가는 그 여성이 죽었다고 하고, 다음에 찾아간 역술가는 자신 있게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하였다. 그 다음은 확실치는 않으나 죽었을 것 같다고 하고, 마지막 한 명은 전혀 엉뚱한 횡설수설을 늘어놓았다. 그 정도면 사망이라는 공통점이 나온지라 촬영팀들도 고무되어 상당히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이번에는 다른 사진 한 장을 보여 주며 똑같이 그들의 예지력을 테스트했다. 그러자 네 역술가들의 말이 모두 달라 어떤 공통분모를 찾아내지 못했다.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붙들고 물어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을 것 같았다.

 

 

아무도 모르면 나도 몰라!

 

다시 며칠 후 그 방송프로에선 이번에는 계룡산 근처에 산다는 유명 풍수가를 테스트하였다. 그를 데리고 어느 마을 뒷산에 있는 묘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 풍수는 기()가 어디로 흐른다느니 하면서 이러저러한 풍수론을 펼치고 그 자손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 것이라는 등을 설명하였다. 이에 촬영팀들이 그 옆에 있던 후손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며 풍수가의 말이 맞는지를 확인해달라고하자 그 후손은 흥분된 어조로 상당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방송팀들은 그 풍수가를 한 번 더 실험하기로 하고 근처에 있는 다른 한 무덤을 지적하며 길흉을 봐달라고 하였다. 헌데 이번에는 풍수가가 왠지 자신 없어 하는 듯한 평가를 내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소문해서 그 무덤의 후손을 이웃마을에서 찾아 물어보니 풍수가의 예측과 일치하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앞의 역술가 테스트 프로에서 처음 보여준 사진은 물에 빠져 죽은 여성의 사진이고, 두 번째 사진은 촬영팀들도 전혀 알지 못하는 여성의 사진이었다. 이를 역으로 추론하면 만약 첫 번째 사진조차 촬영팀들이 그 사진 주인공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몰랐다면 두 번째 사진과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역시나 촬영팀에게 두 번째 사진 주인공의 신상을 미리 알려주었더라면? 그리고 만약 풍수가가 첫 번째 무덤을 볼 때에 그 후손이 그곳에 없었더라면? 또 두 번째 무덤을 볼 때에도 그 후손이 그 자리에 참석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 갑골문자. (출처:인터넷)     © 한국무예신문

 

정말 용한 점쟁이!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가서 필자의 어렸을 적 얘기다. 지역에서 꽤 유명한 무당이 굿을 하러 왔을 때였다. 하도 용하다고 소문이 자자한지라 동네 사랑방 장정들이 그 무당을 한번 시험해보기로 하였다. 누군가가 대청에 나가 콩 세 알을 쥐고 그 무당에게 이게 몇 갠가 알아맞혀봐라!”며 주먹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무당이 몇 개긴 몇 개야? 세 개지!”라며 서슴없이 알아맞혔다. 혹시나 해서 다시 나가 이번에는 여덟 알을 쥐고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빈 주먹으로, 역시나 안 틀리고 정확히 알아맞히자 방안에선 탄성들이 터져 나왔다. 부아가 난 그 장정은 다시 밖에 나가 이번에는 집히는 대로 한 움큼 쥐고 들어갔다. 그러자 무당 왈 지랄하고 있네! 니 모르는 걸 내가 우째 아노?”였다.

 

무슨 일이든 경험이 많으면 보통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신호를 직감적으로(의식의 판단을 통하지 않고) 감지한다. 장사를 오래 해본 사람은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그가 물건을 살 사람인지 그냥 나갈 사람인지를 상당한 확률로 알아차린다. 평생 한의원을 했던 친구는 손님이 들어오는 것만 봐도 어디가 아픈지 거의 짐작한다고 한다. 증권업에 오래 종사한 한 친구 역시 관상 공부 한 적도 없지만 고객 얼굴만 봐도 그 사람이 주식 투자로 돈을 벌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거의 틀리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베테랑 수사관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체험을 통해 직감이 발달한 때문일 것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 점집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실 스스로가 그 답()을 가지고 온다. 해서 척하면 무슨 일로 왔는지 바로 감이 잡힌다고 한다. 문 열고 들어오는 손님의 얼굴 표정, 눈빛, 동작, 자세, 말투, 관상에 이미 문제와 답이 잔뜩 묻어져 있어 곧바로 감으로 전해온다고 한다. 여기에 사주를 보고 전후 사정 몇 마디만 들으면 거의 확신에 가까운 점괘를 내놓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정도로는 용하다!’ 소리 듣기엔 부족하다 하겠다. 동시감응(同時感應)할 정도의 신통력은 지녀야 점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너 모르고 나 모르는 건 귀신(무당)도 모른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핑계 없는 땅 한 평 없다. 구실핑계거리를 찾자고 뒤지면 뭐가 나와도 나오게 마련이다. 제아무리 명당이라고 우겨도 한번만 뒤집으면 산통 다 깨진다. 가령 낙동강 근처 어느 마을에 우리나라 쟁쟁한 대기업주들이 나왔는데 그 마을 강에 있는 바위가 솥처럼 생겨 그같이 큰 부자가 나왔다고 한다. 이에 아니? 그동안 그러니까 천년 내지는 이천 년 동안 뭐하다가 왜 이제야 부자가 나왔데?”라고 뒤집으면 할 말이 없다. 아무려나 그 풍수가는 당연히 그에 대한 변명거리를 찾아낼 것이다. 스토리텔링이 전문이니까!

 

풍수도 신앙이다! 긍정하고 들어가면 모든 게 당연해 보이고, 부정하자고 들면 모든 게 억지다. 결과가 좋으면 이리저리해서 길지(吉地)고 결과가 나쁘면 이리저리해서 흉지(凶地). 성공할 땐 길지고 망할 땐 흉지다. 정히 구실을 못 찾으면 그 집 돌절구통이 복스럽다거나 개꼬리가 희다거나 검어서 그랬다고 하면 그만이다. 누가 뭐래도 제 마음에 들면 길지고 싫으면 흉지다! 남이야 땅을 사든 집을 짓든, 망하든 흥하든 제발이지 옆에서 덕담악담 보태지 말았으면 싶다.

 

내친 김에 한 마디 더 보태자! 한국인들은 지나치게 흥하는 것에 집착하고 망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향이 있다. 흥하면 망하고, 망하면 흥하는 게 세상의 이치 아닌가? 흥하는 자 있으면 그 덕에 망하는 자 있을 거고, 망하는 자 있으면 그 덕에 흥하는 자가 있게 마련 아닌가? 그걸 왜 중간에서 간섭하는가? 빨리 흥하고 빨리 망하는 걸 세상에서는 진보라 하고 발전이라 하지 않던가? 망해야 할 때 망하지 않으려고 억지 부리다 조선이 결국 그 모양 그 꼴이 된 것 아닌가?

 

조선이 진즉에 망했으면 새 왕조가 들어서서 새로운 세상을 열지 않았을까? 땡초가 권력에 붙어 오백년 도읍지 정해준 게 무애 그리 장한 일일까? 제 풍수실력 자랑한 것까진 좋았는데, 그래서? 누굴 위한 풍수였던가? 누구네가 자자손손 세도 누리며 잘 살고, 누구네가 자자손손 노비로 못 살던가? 그게 반드시 풍수 때문인가? 그런 게 좋은 세상인가? 오백년이 지나고도 왜 한양이 계속 수도인가? 아직도 빨아낼 지기(地氣)가 남아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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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9 [08:52]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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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산 2021/01/29 [10:49] 수정 | 삭제
  • 그렇지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요 풍수 역시 다 생각하기 나름이란 생각입니다 성대 주필님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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