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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뛰는 것이 아니다!
[신성대 혼백론 21] 무릎 관절 연골과 조깅, 마라톤
 
신성대 주필(글로벌리더십아카데미 공동대표) 기사입력  2021/02/06 [06:30]
▲ 신성대 주필.     © 한국무예신문

수년전 도인법을 가르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한 젊은 친구가 땀을 흘리며 찾아왔다. 100의 거구로 엘리베이터 없는 4층 계단을 올라왔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바닥에 앉자마자 무릎을 내보이며 양쪽 정강이 관절 연골이 다 닳아 걷기도 어려울 정도란다. 그 몸무게 때문이라면 무릎이 아픈 건 당연한 일이겠다만 굳이 연골까지 닳을 것까진 없을 텐데? 아하, 이런! 누가 마라톤을 하면 살이 빠진다고 해서 1년 넘게 달렸더니 그만 그 지경이 되고 말았단다. 결국 무게는 도로 원상복귀하고 연골만 날아가버려 병원을 찾았으나 연골이 너무 닮아 고칠 방법이 없단다. 해서 여기 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싶어 소문 듣고 찾아왔단다.

 

화타가 와도 별 수 없는 상태, 난들 어찌해줄 수가 있으랴! 일단 살이나 빼라! 아무리 해도 안 빠진다고? 그 상태에선 운동도 못하겠고점점 살은 찌고! 그러니 굶어서라도 빼라! 인생이 걸리고 목숨이 걸리고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다고 생각하면 못 굶을 것도 없지 않느냐! 적게 먹는 데야 어찌 살이 안 빠지고 배기겠느냐! 그리고선 무릎 주변 근육이라도 강화시켜주면 걷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무릎 근육을 강화시키는 요령을 두어 가지 가르쳐 줘서 보낸 적이 있다. 그렇다한들 결국 그 친구의 두 무릎 관절은 다른 재질로 교체됐을 것이다.

 

▲ 베를린 올림픽 손기정 선수 [사진 인터넷 캡처]     © 한국무예신문

 

 

숭어 따라 망둥어도 뛴다?

 

예전에 미국의 어느 대통령이 방한하여 조깅을 전파하고 난 후로 한국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뛰기 시작했다. 조깅 붐은 다시 마라톤 붐을 일으키고 곧 이어 마사이워킹이니 뭐니 하면서 요상한 걸음 걷기 붐까지 일어났다. 아무튼 덕분에 게으른(?) 한국인들이 상당히 건강하고 부지런해진 것 같다.

 

기실 한국인이 게으른 건 문화(관습)적인 면도 있지만 체질 자체가 서양인과는 다르게 뛰는 데에 적합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 전에 체형만 보드라도 동양인은 아무래도 달리기에 폼이 나지 않는다. 올림픽에서 동양인들이 육상 종목에서 서양이나 아프리카 사람들에 비해 한없이 밀리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아무튼 요즘은 전국적으로 2백 개가 넘는 마라톤 대회가 있다고 한다. 지방 중소도시에까지 봄가을이면 온 시내 길을 다 막아놓고 마라톤 축제를 한다고 야단들인데, 문외한인지라 길 막고 시민들 불편을 주면서 행사를 왜 하냐고 불평했더니 옆에 있던 친구 왈 그게 꽤 짭짤한 수입이 된단다. 각종 스포츠 용품이나 음료수 회사에서 홍보협찬 받고 참가비까지 챙기면 손해 볼 일이 아니란다.

 

달리기에 맞는 체질이 따로 있다

 

마라톤을 좋아한 친구들은 요즘 몇 개를 완주했으며 국내외 어떤 대회에 참가했느냐를 가지고 서로 키재기를 한다. 그들의 마라톤 예찬론을 들어보면 마라톤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가장 성스러운 운동 같다. 육체는 말할 것도 없고 정신 건강에도 최고란다. 그야말로 마라톤이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의 표상이다. 문제는 자기한테 좋다고 남한테 무작정 권하는 데서 비롯된다. 위에 언급한 친구처럼 좋은 의도로 친구에게 함께 뛰자고 했지만 결과는 재앙이다.

 

흔히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몸의 상태나 외부의 기후 조건에 따라 풍(), (), (), (), (), ()로 나누어 그 성질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아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처방하고 있다. 한의학을 배우지 않은 필자로서는 이런 옛날식 표현이나 기준을 십분 이해하기란 불가하지만, 그 중 습()에 관한 나름의 해석을 한번 해보고자 한다.

 

흔히 어떤 증상으로 한의원을 찾으면 환자의 체질을 진단해주는 여러 가지 중에 ()이 많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손님(환자)의 입장에선 그게 무슨 소린지 알 턱이 없다. 그저 전문가께서 한 말이다 보니 그럴 듯하게 들려 수긍하는 수밖에. 만약 이를 양의, 그러니까 일반 병원 의사한테 전하면 그가 무슨 말을 할까? 십중팔구는 못들은 걸로 치고 그냥 넘길 것이다.

 

 

()와 습()은 다른 성질

 

()을 설명하자니 비슷한 수()를 비켜갈 수가 없다. 한의학에선 수기(水氣)가 많은 건 좋은 현상으로 보지만 습()은 나쁜 기운으로 본다. 당연히 습()과 수()가 어떻게 다른가 하고 물을 것이지만 한의사마다 해석이 달라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헷갈린다. 그걸 이해하려면 인체 장기의 오행(오행)적 분류와 그 역할은 물론 역학적 이치까지 공부해야 하지만 그렇게 해도 선명하게 이해되지 않고 모호한 상태에서 고개 끄덕이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해서 필자는 그저 현대과학에서 말하는 생물학적 상식으로 구분코자 한다.

 

우리 인체의 대부분이 물이다. 간단하게 알기 쉽게 세포 속에 물이 많으면 수기(水氣)가 많다 하고, 세포막이나 막과 막 사이에 물이 많으며 습기(濕氣)가 많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비교하자면 풍부한 과즙에 단단한 껍질을 가진 과일과 물에 젖어 불은 콩껍질을 비교하면 되겠다. 전자는 수기가 많고 후자는 습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수기(水氣)는 몸에 이롭고 습기는 해롭다. 특히 여성의 경우 수기가 많으면 임신도 잘되고 출산도 원활하다. 당연히 성생활도 원만하고 즐겁다. 본능적으로 남성들이 자꾸 덤빈다. 그다지 서구형으로 잘 생긴 미인이 아님에도 뭇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배우나 탤런트들은 공통적으로 수기가 넘치는 여성들이다. 반면에 서구형으로 모델처럼 멋있게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주변에 남성들이 꾀지 않는 여성의 경우 수기가 부족할 때가 많다. 타고난 체질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기를 보충시키는 한약을 복용해야 할 때도 있다.

 

()이 많은 사람은 피부가 물러서 상처가 잘 나고 부스럼이 나면 쉽게 낫지도 않는다. 날씨가 습하거나 땀이 조금만 나도 살갗이 상쾌하지 않다. 심한 사람은 아주 고약한 피부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바깥 피부만 그런 게 아니고 세포 전체가 그 상태라고 봐야 한다. 겨드랑이나 사타구니가 항상 찐득해서 불쾌하다. 걸으면 쉬이 다리가 아프다. 별로 운동 체질이 못된다. 이런 체질의 사람은 수영은 고사하고 목욕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의학에서도 예로부터 습()을 쳐내면 질병의 절반이 없어진다고 했다. 우선 피부병과 같은 세균성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균들은 원래 습()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곡식도 습하면 썩거나 곰팡이가 생기지 않던가? 겨드랑이나 사타구니가 개운치가 않고 항상 찜찜한 느낌이다. 습진이나 피부병에 잘 걸린다. 남녀불문코 습()이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살이 닿는 것조차 싫어한다.

 

물에 불은 콩은 껍질이 쉽게 잘 찢어지는 것처럼 습()이 많은 사람은 피부나 세포막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 많은 사람의 관절의 연골 상태도 그와 같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그런 체질의 사람이 마라톤과 같이 관절에 큰 충격을 주거나 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하면 연골이 망가지기 십상이다. 습을 쳐내는 음식으로는 율무만한 것이 없다. 꾸준히 먹으면 피부도 고와진다.

 

 

체질에 맞는 운동을 선택해야

 

걸음을 옮길 때 두 발이 동시에 땅에 닿게 되면 그냥 보행이다. 조깅이든 마라톤이든 뛴다는 건 독립보행(獨立步行). 당연히 한 쪽 발과 무릎 관절에 체중이 실리면서 무리가 간다. ()이 많은 사람은 달리기는 물론, 브레이크댄스, 에어로빅,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태권도 등등 폴짝폴짝 뛰어 관절에 충격적 압박이 많이 가는 운동을 삼가는 게 좋다. 적당히 하다가 그만두면 다행이지만 너무 열심히 하거나 선수생활을 하게 되면 관절 연골이 다 닳거나 뭉개져 나이 들면 반드시 고생한다. 태권도 선수나 시범단원, 사범 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 50세 전후에 무릎 인공관절로 바꾸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속보나 달리기의 목적은 운동이지 사색과는 거리가 멀다. 일단 뛰기 시작하면 오감이 주변을 살피는데 집중해야 하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면 온 신체 기관이 바쁘게 가동돼야 하기 때문에 달리 깊은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당연히 창의적인 명상은 포기해야 한다. 뛰고 난 다음 앉았어도 마찬가지다. 이미 온 기관이 뇌동했기 때문에 화두조차 멀리 달아나 한참 동안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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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2/06 [06:30]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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