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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란 무엇인가?
[신성대 혼백론 23] 백세 시대, 축복인가 재앙인가?
 
신성대 주필(글로벌리더십아카데미 공동대표) 기사입력  2021/03/11 [21:22]
▲ 신성대 주필.     ©한국무예신문

인간 뇌의 신경세포 수는 약 1천억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른 체세포와 달리 신경세포엔 많은 가지(축삭과 가지돌기)들이 뻗어 나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신경세포 하나에 무려 수천 내지는 만 수천 가지가 나 있어 세포들끼리 신호를 주고받는데 그게 바로 시냅스다. 그러니 사람 뇌엔 무려 1백조 개에 이르는 시냅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겠다. 신경세포들은 기본적으로 전기적 방법으로 소통하지만, 이들 시냅스끼리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40여 종의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인간이 자랑하는 AI(인공지능)가 아무리 발달해도 이런 식의 회로를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하다. 컴퓨터는 아무리 용량을 늘려도 정보를 평면적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아무리 중첩을 해도 평면일 뿐이다. 게다가 뇌세포는 끊임없이 죽어가고 다시 생성되곤 한다. 반도체 회로를 시넵스처럼 입체적 전달체계로 만든다고 해도 이렇게 재생은 못한다. 그러니 제아무리 발달시켜도 계산기일 뿐이지 의지를 지닌 판단기가 될 수는 없다.

 

치매란 우리 뇌 속의 신경세포 뉴런이 노화로 서서히 죽어가면서 그 신호전달망인 시넵스가 기능을 잃고 차츰 기억을 상실해가는 질병(?)이다. 우리 뇌의 학습 및 기억력은 신경계의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에 의해 형성되는데, 치매환자는 뇌에 쌓인 베타아밀로이드로 인해 아세틸콜린을 제대로 생산해내지 못한다고 한다. 뇌와 몸에서 생기는 독성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는 치아에 붙은 치석(plaque)처럼 뇌 세포에 달라붙는 변형 단백질로 뇌의 중요 부위에 다량 쌓이면 심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다시 이 단백질이 뇌에 퍼지면 점점 기억을 상실하는 등 증상을 겪게 된다.

 

결국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데, 치매의 50-6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처럼 이런 증상이 일찍 생기면 질병이라 하고 늙어서 찾아오면 노화현상이라 하여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물론 아직까지 왜 그런 현상이 생기는지 과학자들은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현재로선 치료불가능하다고 한다.

 

20165월에 이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신경퇴행질환연구소 유전학-노화연구실의 로버트 모이어 박사는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은 뇌의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라 뇌에 침입한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균 같은 병원균과 싸워서 생긴 잔유물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뇌세포 표면에 있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약화되는 혈뇌장벽을 뚫고 뇌로 들어온 병원균을 감지, 이를 끈끈한 물질로 둘러싸 죽이며 그 잔해가 쌓여 플라크를 형성하면서 신경세포가 손상을 입게 된다고 모이어 박사는 밝혔다. 혈뇌장벽이란 아주 작은 모세혈관으로 이루어진 특수혈관조직으로 혈류에 섞여 있는 해로운 물질이 뇌로 들어가지 못하게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뇌의 검문소다. 뇌에서 가장 먼저 혈뇌장벽이 약화되는 부위는 치매가 시작되는 기억중추인 해마라고 그는 주장했다.

 

처음부터 불량품도 있지만 온전한 기계도 중간에 어떤 원인으로 고장이 나기도 하고, 장기간 사용치 않으면 녹슬고, 오래되면 성능이 차츰 떨어져 수명을 다하게 마련이다. 뇌는 신체의 그 어떤 장기보다 완벽하게 보호되어야 하지만 고장과 노쇠는 어쩔 수 없다. 그 완벽한 방어적 성채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뇌는 청소나 복구가 안 된다. 뇌 밖에서 생긴 베타아밀로이드는 인체가 스스로 제거해내지만 뇌 속에 쌓여 플라그화 된 것은 제거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혈뇌장벽 너머로는 청소부인 혈액이 들어갈 수도 없어 베다아밀로이드 플라그뿐만 아니라 다른 죽은 세포나 신경전달물질의 찌꺼기도 가지고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신경세포 그래픽 이미지[사진 인터넷 캡처]     © 한국무예신문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새로운 정보는 뉴런을 통해 전기신호로 전달되다가 가장 최근에 생겨난 시넵스에 저장되는데, 이들은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아세틸콜린 등 수십 종의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 서로 주고받으며 신호를 주고받는다. 노화로 인해 이 뇌세포에까지 원활하게 영양을 공급하지 못하거나, 뇌졸중 혹은 뇌경색으로 그 어느 한 지류에 혈액공급이 막히거나 줄면 시넵스들이 영양과 산소 부족으로 말라 죽으면서 그에 저장됐던 정보들도 같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때 가장 최근의 정보부터 우선적으로 지워진다. 말하자면 활엽수의 잎과 잔가지들이 겨울이 되자 다 부러져 나가고 큰 줄기들만 앙상하게 남는 꼴이다. 상대적으로 혈액 공급이 그럭저럭 되는 튼튼하고 굵은 가지에 저장된 오래된 정보(기억)들만 남게 된다.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사용된 정보는 이중삼중으로 여러 곳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허약한 부분의 혼()이 먼저 쇠약해지지만 백()은 정상적이어서 생존에는 지장이 없다. 오히려 본능적인 욕구, 원초적 학습으로 몸에 배인 습관 등 백()의 성질이 상대적으로 강해져 수치심, 경계심, 판단력, 도덕심 등 학습에 의한 것들은 잊어먹고, ()의 가장 강한 성질인 식탐이 커진다. 노망이 들면 어린아이 같아진다는 말은 그 때문이다. 간난아이의 뇌는 아직 신경세포가 많지 않아 노인네의 그것과 비슷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굳이 노화가 아니어도 어떤 원인으로 인해 특정 신경전달물질이 과다 혹은 과소 분비되는 바람에 조현증, ADHD, 우울증, 광기, 정서불안, 파킨슨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파킨슨병은 나이가 들면서 중뇌의 흑질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질환이다. 이는 중뇌 오르가노이드에서는 신경세포들이 네트워크를 만들고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파킨슨병에 관여하는 흑질을 구성하는 핵심 물질인 뉴로멜라닌을 만든다는 것까지는 밝혀졌지만 더 구체적인 것까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아 이 역시 마땅한 치료방법도 개발되지 못했다.

 

만약 늙어서 치매가 오지 않으면 어찌될까?

 

현대인들에겐 그게 마치 행운인 것처럼 인식되지만, 아주 오랜 원시수렵시대였다면 그렇게 여기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생존에 도움이 안 되는 거동이 불편한 늙은이를 계속 같이 데리고 다닐 수도 없고 고려장을 하자니 정신이 멀쩡하고본인이나 자식들이나 참 난감했겠다.

 

만약 야생에 가까운 수렵시대에 치매에 걸리면 어찌 될까? 분명한 것은 굳이 고려장이 필요 없었을 거다. 무슨 말인가 하면, 늙어서 기력이 떨어진 인간은 동물들의 세계와 똑같이 치매가 오기 전에 사냥 도중이나 도망 중에 절로 도태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치매란 구경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치매란 인간이 정착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겨난 사회병(문화병)이라 할 수 있겠다.

 

생로병사! 죽음이 두렵지 않은 인간이 있을까? 석가는 과연 이 문제를 극복했을까? 하물며 보통인이라면? 만약 죽는 순간까지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과 일찌감치 치매에 걸려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는 사람 중 누가 더 행복(덜 공포스러움)하겠는가?

 

이미 치매에 걸려 상황판단이 안 되는 당사자에게는 이런 물음조차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인간이기 때문에 도덕적 도리를 다해야 하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로서는 당연히 갈 때 가더라도 민폐 안 끼치고 깨끗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논란이 일고 있는 존엄사 문제도 그런 차원에서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하겠다.

 

이왕이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망령이 들지 않고,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았으면 한 것이 인간 모두의 바람이리라. 나중에 죽음에 대해 따로 얘기하겠지만 누구든 맨 정신을 지니고 죽는 순간, 그 공포를 떨치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자살이야 순간적인 판단의 실수라 하겠지만 불치의 병으로 고통 받거나 돌이킬 수 없는 노화라면 현대적인 의료기술의 도움으로 두려움 없이 죽음을 맞는(해탈) 것도 고려해볼 일이란 거다.

 

치매의 증상

 

치매가 오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그곳에 저장된 자료(정보)가 날아가는 것이다. 동시에 새 시넵스를 생산하는 능력도 급격히 떨어져 당장의 정보도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다 흘려버린다. 당연히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온갖 능력도 같이 떨어지는데, 재미있는 것은 공포심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조심성이 없어진다. 치매 노인을 가둬 돌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어찌 보면 치매는 조물주의 절묘한 작업의 산물이라 할 수도 있겠다.

 

원시시대였다면 치매 증상이 있는 늙은 인간은 공포심이 사라져 함부로 맹수에게 다가가 잡아먹히거나, 조심성 없이 돌아다니다가 절벽 같은 곳에 떨어져 다치거나 죽게 마련이다. 똥오줌을 제대로 못 가리니 냄새 때문에 금방 주변의 맹수를 끌어들인다. 그러니까 겨우 걸음마를 배운 어린 아이가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초원이나 밀림 속으로 혼자 걸어 들어가는 셈이다. 사자나 호랑이를 가족인지 맹수인지 판별할 턱이 없으니 곧바로 짐승의 먹이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치매가 심했다면 잡아먹히면서도 두려움조차 없었을 것이다. 고려장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 두려움 없는 늙은 부모를 짐승에게 내어준 것이니 인간으로서 못할 짓을 저질렀다고 비난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인간이 행하는 장례니 효()니 하는 인간의 행위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 아닌가? 인간만이 죽으면서 자신의 썩어버릴 육신을 다른 개체의 하루살이 먹이로 내놓지 않는 가장 인색하고 이기적인 동물인 셈이니 말이다. 그 옛날엔 다른 짐승들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죽을 때에는 기꺼이 자신의 몸뚱이를 다른 생물들의 먹잇감으로 내놓았다. 자연으로의 회귀! 그것이 곧 토템의 시작이 아니던가?

 

인간은 스스로 우주적인가? 지구적인가? 자연적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철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기껏해야 문명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걸고 제가 사는 환경을 파괴시켜 이 지구상에 반짝하고 나타났다가 가장 먼저 사라져갈 가장 어리석고 무지하고 탐욕스런 돌연변이적 동물일 뿐인 것을!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 요즘 우주가, 은하계가, 블랙홀이 어쩌구 떠들고 있으니 참으로 가소롭고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이 지구에 수억만 년이 흐르도록 이 같은 종자가 또 태어날까?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조물주가 만든 가장 완벽한 실패작일지도 모른다.

  

치매는 피할 수 없는가?

 

그런데 왜 인간 스스로 뇌세포를 파괴하는 물질을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체내에 축적한단 말인가? 그냥 둬도 언젠가는 절로 수명을 다해 차츰 죽어갈 텐데 말이다.

 

현대의료계의 이상한 규정 때문인지 요즘은 아무리 나이 많아 죽어도 반드시 의사의 진단이 따라붙는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그냥 노화로 돌아가셨다 하면 그만이던 것을 굳이 심장이 어떻고 폐가 어떻고 등등 병명을 갖다 붙인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더니 병명 없는 죽음이 없다.

 

노화현상, 그러니까 스스로(?)가 뇌의 활동을 중지시켜 이제 그만 살겠다는 자발(?)적인 행위(현상)를 병이라 칭하기가 좀 어색하다는 말이다. 자살을 병이라 하기가 그렇듯. 물론 좀 더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서 보면 도저히 용납이 안 되겠지만, 거친(자연적인) 표현을 쓴다면 이제 그만 살고 싶다!”가 아니라 이제 그만 가라!”는 자연의 신호이자 신의 뜻이다. 조물주가 그렇게 설계해 놓은 것이다.

 

어쨌든 지구상 그 어떤 생물보다 영악한(어쩌면 어리석은) 인간이기 때문에 이 위대한 자연의 섭리를 뛰어넘어 더 오래 살아보겠다고?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이 역시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는 복 받을 짓인가? 천벌 받을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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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11 [21:22]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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