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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귀족병이다
[신성대의 혼백론 25] 팔자좋은 사람이 걸리는 병
 
신성대 주필(글로벌리더스아카데미 공동대표) 기사입력  2021/03/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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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대 주필     ©한국무예신문

필자가 과학자도 의학자도 아닌 일반인에 지나지 않으니 나름의 논리적 확신을 가지고도 그걸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그러니 우선 주변을 관찰하여 귀납적으로 유추해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해서 우선 먼저 던지는 의문이 누가 치매에 잘 걸리나?” 어떤 신분이나 어느 업종에 종사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치매에 많이 걸릴까?

 

먼저 신분의 상하를 가지고 관찰해보자. 신분이 낮은 노비가 치매에 걸리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어느 집 머슴이나 늙도록 밭에 나가 일을 하는 가난한 농사꾼이 치매에 잘 걸리던가? 혹은 빨리 오든가? 그에 비해 대감님이나 마나님, 부잣집 노인네가 치매에 걸리지 않고 죽음을 맞는 경우가 흔하든가? 혹은 늦게 오든가?

 

다음으로 어떤 일에 종사하든 사람들이 치매에 잘 걸리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신노동을 한 사람과 육체노동을 한 사람 중 누가 더 치매에 잘 걸릴까? 혹은 더 빨리 올까? 더하여 어떤 시기에 치매가 많이 생겨날까? 구체적으로 전쟁이나 재난 등 살기 힘든 시기와 태평성대의 영화로운 시기 중 어느 때에 더 많이 발생할까? 답은 대충 짐작했겠지만 치매는 팔자가 좋아야 얻을 수 있거나 일찍 찾아오는 병이다.

 

친구 중에 의사가 있었다. 60대 중반에 이르자 더 이상 힘들어 못해먹겠다며 병원문을 닫았다. 물론 그때까지는 친구들이 보기에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 전혀 건강이 떨어지거나 더 늙어보이지도 않았다. 그 후 2년 동안 못 보다가 어느 날 모임에 나왔는데 모두가 놀랄 만큼 팍 늙어 머리까지 새하얗게 변했다. 짐작되는 바가 있어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동안 집에 틀어박혀 소파에 빈둥거리며 텔레비전만 보고 지냈단다.

 

큰 선승으로 알려진 어느 고매한 스님은 생전에 평소 사람들의 방문을 번잡하게 여겨 자기를 만나려면 천배를 하고 와라, 이천배를 하고 와라, 삼천배를 하고 와라며 끝내 만나주지 않았다. 기실 본인이 만나주지 않은 건지, 제자들이 가둬 두고 못 만나게 한 건지 필자가 직접 뵌 적이 없으니 장담할 수는 없으나 들리는 소문이나 다른 승려들의 말년과 비교해보면 후자가 아닌가 싶다. 그것도 일찌감치!

 

오래 전에 친일 행적으로 말년에 체면을 좀 구기고 작고한 한국의 대표 시인 아무개 시인은 치매를 예방한다면서 우리나라 강이나 산 이름을 매일같이 외웠지만 결국 말년에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외에도 주변의 연세 지긋한 어른 중 교통사고나 길가다가 넘어져 다리를 다쳐 병원 침상에 몇 달간 누워있다 나온 경우, 남아있던 검은 머리카락이 몽땅 하얗게 변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도 동물(動物)이다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말이다. 아무렴 누가 그 뜻을 모르랴! 허나 그 말을 한 번 뒤집어 보면? 움직이지 못하면 동물이 못 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움직이지 않으면 동물로서의 역할을 하는 신체 각 부분의 기능이 급속하게 퇴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노년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하겠다.

 

사람이 늙어 이빨이 빠지면 인체()는 자발적으로 소화액을 적게 분비하기 시작한다. 이빨이 시원찮으니 먹는 게 부실할 테고, 그렇다면 굳이 많은 소화액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겠다. 어차피 보급품도 모자라고 기운도 떨어지는데. 이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율신경계[]가 스스로 그렇게 판단해서 결정하는 일이다. 자율신경계가 제 이빨이 빠졌는지 안 빠졌는지 어떻게 아냐고? 잇몸의 자극이 뇌로 올라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능히 그런 결정을 내린다.(다른 경로도 있을 수 있겠다.) 그걸 역이용한 것이 바로 가장 기본적인 도인법인 고치(叩齒)’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상하 이빨을 자근자근 부딪치고 혀로 입안을 돌려 침과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키는 섭생술을 말한다.

 

인체의 멀쩡한 기관도 장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데 어떤 경우에는 작동불능에까지 이른다. 가령, 눈 뜬 심봉사가 심청이를 알아봤을까? 절대 못 알아본다. 보는 것도 어린 시절에 배워야 가능하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아이온 파인 박사팀은 40년 전 3살 때 시력을 잃고 눈이 멀었던 마이클 메이라는 사람의 시력을 각막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통해 회복을 시켜 사물의 색깔, 형태, 움직임은 정상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메이가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알아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사람 얼굴, 즉 감정표현을 알아볼 때 기능하는 뇌의 특정영역이 이미 다른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두 발로 직립보행하는 인간이기에(다리가 없는 불구자를 제외하고) 움직인다는 것은 곧 선다는 것이고 서면 걸어야 한다. 따라서 사람이 걷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뇌부분이 차츰 기능을 상실해 갈 것이고 긴 세월이라면 그 부분을 관장하는 뇌세포가 죽으면 대신할 새 세포를 양산하지 않아서 사라지거나, 다른 용도로 전용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몸살림이나 나라살림이나 한정된 자원이라면 효율을 따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겠다.

▲ 자료이미지.(인터넷캡쳐)     © 한국무예신문

 

걸어야 뇌가 산다

 

아주 오래전 신문 기사에서 유럽에서는 수녀들이 치매에 가장 많이 걸린다고 하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예전에 집안 머슴이나 마름이 치매 걸려 죽었다는 얘기는 좀체 못 들어보았다. 아마도 죽는 그날 아침까지 마당을 쓸었을 것이다. 그 유명한 선승 외에도 노년에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서 숨을 거둔 스님들이 많다. 다만 수행자가 치매나 중풍에 걸렸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 쉬쉬 하며 감추는 바람에 신자들조차 잘 모르는 것뿐이다. 신부나 수녀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모든 승려가 치매에 걸리는 걸까? 절대 그렇지는 않다. 대개는 직급이 높은 사람이 비교적 잘 걸린다. 청소하고 밥짓고 빨래하고 텃밭 가꾸는 하위직 성직자들은 여간해서 치매에 걸리지 않거나 늦게 걸린다. 그러니까 치매는 일을 하지 않는, 육체적 노동을 하지 않는 편한 사람이 보다 잘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부를 많이 하고 두뇌를 쓰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치매에 덜 걸릴 것이라는 짐작은 완전 오산이다. 육체적 노동은 일어나서 걷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치매는 걸음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필자의 수행 문중 어른들은 90을 넘게 살았어도 아무도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 물론 그분들이 무슨 막노동 같은 일을 하다 간 것도 아니다. 평생 수행을 했으니까 치매에 걸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느냐는 건 오해다. 일찍부터 걷기에 대한 인식이 있었기에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책을 한 덕분이다. 물론 다른 양생법도 게을리 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산책을 빠트리는 법은 없다. 그 중 한 분은 아침 산책 마치고 점심 무렵 조용히 가셨다. 나중에 자세히 얘기 하겠지만 치매에 걸리면 수행이고 뭐고 아무 소용없다. 맑은 정신이 아니면 입적의 순간 해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행자라면 반드시 치매를 예방해야 한다.

 

또 간혹 대기업 오너 회장님들의 노년 근황이 언론에 소개될 때가 있는데 골프, 등산, 농원에서 버섯재배 등 갖가지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특별한 소일 없이 은둔자처럼 집안에서 독서나 하면서 두문불출하는 이들도 있다. 그 중 어떤 이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지는 짐작가고도 남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부유층들은 일찍부터 자가용 기사를 두고 움직이기 때문에 일반인에 비해 걷는 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물론 재산이 많으니까 주변에 시중들 사람이 많을 테니 노년을 오랫동안 치매로 보낸다 한들 뭔 대수겠는가?

 

내친 김에 한 마디 더 보태자. 한국의 많은 승려들이 노년에 길에서 죽는다고 한다. 설마 길 한가운데서 엎어질까마는 그만큼 의지할 곳이 없다는 말이다. 상당한 명성과 재산(개인 사찰)을 모은 고승이야 어찌어찌 제자들이 돌봄을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소리 소문 없이 불쌍하고 구차하게 생을 마쳐야 한다. 절도 사람 사는 곳이라 늙어서 제 몫을 못해낼 처지면 쫓겨날 수밖에 없다. 그게 현대식 고려장이다. 출가인이 다 늙어서 다시 돌아갈 집이나 가족이 있을 리 없다.

 

그러니 제발 한국 불교계도 서양의 수도원처럼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않는, 승려라면 누구든 늙어서 마지막 생을 맡길 수 있는 절(양로원)을 운영했으면 좋겠다.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굳이 중질하면서까지 재물을 밝히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노후가 불안한데 해탈은 무슨 해탈? 골짜기 틀어박혀 평생을 바쳐 정진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무려나 경전을 달달 외우고 진언(眞言)을 입에 달고 살아도 귀신을 쫓을 순 있을망정 치매는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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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24 [08:30]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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