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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감(制感)은 가능한가?
[신성대 혼백론 42]
 
한국무예신문 기사입력  2021/12/14 [14:14]
▲ 신성대 주필.     ©한국무예신문

인간이 동물인 이상 경계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고 그 경계심은 당연히 놀람과 두려움, 그리고 쾌감과 직결된다. 요가행에서도 이 감각을 통제하라고 했지만 기실 쉽지 않은 일이다. 낮에 활동할 때는 물론 잠을 잘 때에도 경계심을 완전히 풀지 못한다.

 

아무려나 수행 중이 아니라 하더라도 오감에서 오는 신호는 대뇌를 자극해 여러 가지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고 백()으로 하여금 그에 대비토록 신호를 보낸다. 가령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으면 절로 침이 돌면서 모든 의식이 화들짝 깨어버려 집중이 흐트러지고 만다. 그렇지만 수행의 어느 책에서도 제감을 하라고만 했지 구체적으로 제감하는 방법을 설명해놓지는 않았다.

 

물론 후각도 자주 맡으면 그러려니 해서 반응하지 않는다. 촉각도 방안에 혼자 있으면 달리 겪을 일이 없다. 어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게 되면 벽시계 소리는 물론 자동차 소음도 안 들린다. 그러다 고개를 들고 둘러보면 모든 소음이 일시에 몰려온다. 심지어 전투 중에는 자기가 부상을 당했는지도 모른 채 싸우기도 한다. 해서 옛 사람들은 집중을 통해 감각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긴 것 같다. 파도소리나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 벽시계 소리 등 일정한 박자가 있는 소음은 그걸 잊으려는 것보다 오히려 화두로 삼아 헤아리기도 한다. 문제는 불규칙하고 우발적인 큰 소음인데 최대한 조용한 곳에서 수행하는 것이 좋겠다.

 

그 정도를 가지고 제감했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은 잠들기 전에는 인식의 무게(부담, 의무, 작동)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깨어있으면서 그 무게를 느끼지 않으려면 일단 혼백을 분리시키고 최소한의 의식기능을 남긴 채 나머지는 모두 휴지(최면, 수면)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대뇌의 오감의 인식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을 잠재워야 한다는 말인데 그게 가능할까? 드물지만 수행을 많이 한 선사나 요기들 중에 그런 특이능력을 보였다는 사례가 있으니 전혀 터무니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은 대뇌 콘트롤 훈련에 들어가게 된다.

 

명상 수행의 목적을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두뇌의 활동을 외부의 도움 혹은 강제 없이 자기 의지대로 통제하는 기술의 터득이라 해도 되겠다. 다시 말해 최면, 마약, 마취는 물론 무당의 굿이나 기도회부흥회를 통한 혼()빼기 등의 강제적인 수단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대뇌 각 부위를 잠재우거나 각성시키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미 깊은 명상 상태에 든 수행자들의 대뇌는 보통사람들과 확연히 구별 될 만큼 아주 작은 부분만 활성화되는 증상을 보였다는 연구 사례가 있다. 또 그럴 때 방출되는 뇌파는 보통사람들의 수면 상태와 거의 비슷할 정도라고 한다. 이는 전 혼백이 활성화된 조현증 상태와는 정반대적인 상태이다.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집중으로 삼매에 이르게 되면 대뇌 신피질의 극히 일부분만을 남겨 두고 나머지 감각이나 기억, 판단, 운동 등을 담당하는 부위들은 모두 수면 상태로 들어간다. 가령 어둠이 깊어지자 큰 빌딩의 각 사무실 직원들이 퇴근해버리고 하나 둘 불이 꺼진다. 가끔 어느 사무실에선가 전화벨이 울려도 아무도 받지 않는다. 그런데 그 중 당직실(수위실)만은 밤새 불이 켜져 있는 것과 같다 하겠다. 한밤중 누군가가 프래시를 들고 빌딩을 순찰하는 것이 마치 최면으로 기억 창고를 뒤지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물론 한낮 근무 시간에 여기저기 사무실을 뒤지고 다녔다간 난리가 났을 것이다.

 

삼매나 최면, 조현증과 비슷하면서도 반대의 원리로 기능하는 것이 몽유(夢遊).

몽유는 병리적인 뇌기능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중추신경계의 활성으로 인해 비렘 수면과 렘 수면 상태가 교란되어 생긴다고 알려져 왔다. 삼매 상태와는 반대로 의식과 판단을 담당하는 대뇌 부분(중앙통제실)이 휴지 상태인데, 다른 부분(각 사무실)은 모두 활성화 되어 꿈꾸는 대로 일어나 돌아다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꿈이 헛것이긴 해도 거짓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이건 귀신이건 꿈에서는 누구도 속이거나 속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뇌에서 의심궁리를 담당하는 부분이 수면상태에 들었기 때문이다. 의도를 개입시켜 장난질을 치려면 그 부분이 깨어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곧 꿈이 깨고 만다. 사유와 꿈은 바로 여기서 구별된다. 꿈의 이런 특성이 인간으로 하여금 꿈을 신성시 여기게 만들었다. 아무튼 최면과 몽유의 두 현상을 보건대 대뇌 활성화 부위를 조종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유추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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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2/14 [14:14]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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