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대학교 합기도부는 1980년대 중반 국내 대학교 중 최초로 설치되었다. 당시 대한체육회에 가맹되지 않은 무도 종목이 4년제 대학 정규 학과에서 교육된 것은 용인대 합기도부가 최초이다.
합기도 전공생들은 합기도와 일본 아이키도 기술까지 섭렵해 다양한 기술 구사를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거기다 재학생 개인의 원(源) 소속 협회의 기술까지 갖추고 있어 용인대 합기도부는 가히 합기도계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곳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합기도부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당시 합기도부는 일본 아이키도(合氣道)와 무술명이 같아 한국 무예와 일본 무도 사이에 끼어 자리 잡지 못하다 결국 일본 아이키도를 택해 전공을 유지하였다. 그러던 중 1999년 학교에서 개발 중인 무도의 창제와 맞물려 합기도부는 시한부 생(生)을 살다 2000학번을 끝으로 사라졌다..
용인대는 새로 개발한 '용무도'를 무도 대학 교수진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무술이라 야심 차게 홍보했다. 용무도는 무도 대학의 태권도, 유도, 합기도, 씨름, 레슬링을 융합해 탄생시킨 시스템이라 홍보했다.
그러나 사실상 신기술 개발의 임무는 재학생에게 떠맡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용무도의 형(形)과 신기술 개발은 필자가 졸업을 한 2006년까지 이어졌다. 당시 중간, 기말고사의 과제가 신기술 개발이었으니 말이다.
합기도부의 복학생들은 바뀐 전공에 어리둥절했지만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합기도가 대한체육회에 가맹된 현재 용인대학교가 용무도를 개발하지 않고 합기도 전공을 계속 유지했었다면 현재 무예계는 어떤 양상일까. 아마도 합기도의 엘리트 층이 더욱 견고하게 유지되지 않았을까 예상해 본다.
필자가 이러한 글을 쓰는 것은 자만(自慢)이 아니다. 실제로 용인대는 무도(武道) 교육에 있어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그곳에서 배출된 올림픽 메달리스트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세계적인 무도 교육 대학에서 지도되는 종목과 전공 학생들은 명성에 걸맞게 최고의 학생일 수밖에 없다.
합기도가 대한체육회에 들어간 현재 폐지한 학과의 전공이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합기도 엘리트로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집단이 있다는 사실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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