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태권도 관장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성공의 척도로 고급 수입 세단을 모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젊은 관장들을 중심으로 독일제 B사의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은 자신을 과시하는 수단이었고, 이러한 세태는 태권도 다음으로 관원 수가 많은 합기도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관장들 사이에서 수입차를 자랑하는 풍경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심각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도장의 주 수입원인 어린이 관원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미 고가의 차량을 구매한 관장들은 할부금을 막기 위해서라도 관원 이탈을 방지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문제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교육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도장의 수련 종목만을 무분별하게 늘려 겉보기에는 화려하나 내실은 부실한 도장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7~8년 전 호황기가 영원할 것이라 믿었던 안일함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무예 지도자가 이른바 ‘돈맛’을 보고 초심을 잃는 순간, 도장은 배움의 터전이 아닌 사업장이 된다. 관원은 ‘돈’으로 보이고, 함께 성장해야 할 사범은 수익을 창출하는 ‘직원’으로 전락한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질은 결국 내부 갈등을 유발하고, 사범들이 도장을 떠나 독립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올해 아흔두 살이 된 한 무예계 원로는 “무예 도장은 직업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평생 무예계에 몸담으며 지도자들의 온갖 추잡한 이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젊은 지도자들은 다릅니다”라고 반문하고 싶었으나, 작금의 현실을 보면 “우리 도장은 잘 놀아준다”, “최신 시설이 있다”는 식의 외형적 과시에 치중하는 모습이 여전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심지어 특정 소수만을 집중 훈련시켜 화려한 시범단을 만들고, 이를 통해 도장 전체의 부실한 교육 수준을 가리는 ‘눈가림’식 운영도 적지 않다. 이는 무예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채 포장지만 화려하게 꾸미는 행태에 불과하다.
이제 무예로 생계를 유지하고 성공하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무예 자체의 실용성과 실전성을 강화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수련할 수 있는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혈기 왕성한 젊음은 유한하다. 나이가 들어 배만 나오고 사범만 부리는 ‘놀부 관장’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도복을 입고 관원과 함께 땀 흘리는 ‘존경받는 스승’이 될 것인가.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무예 지도자의 가장 큰 자산은 통장에 찍힌 잔고나 고급 승용차가 아니다. 제자가 장성하여 사회의 훌륭한 일원이 되고, 훗날 스승을 다시 찾아와 고개를 숙일 때 느끼는 보람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새해에는 좋은 차를 동경하는 ‘사장님’이 아니라, 훌륭한 제자라는 자산을 남기는 진정한 ‘무예 지도자’를 꿈꿔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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