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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예와 호신술, 그리고 놀이의 구분
 
신성대 전통무예연구가(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기사입력  2011/12/16 [10:32]
▲ 신성대 주필     ©한국무예신문
보통 사람들은 물론 스스로 무예인(무술인, 무도인)이라 하는 사람들도 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허니 자신이 수련하고 있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학계에서도 이에 대해 명확한 구분을 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고대 병장무예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하다보니 이런 개념에서부터 혼란이 야기된 것이다.
 
학문적으로, 과학적으로 엄격한 의미에서의 무예는 ‘자위적 본능의 방어 기술이 축적되고, 병기의 발전과 더불어 전문적으로 공수(攻守)와 살상(殺傷)을 담당하는 무사(武士)가 등장하면서 구체화되었다’라고 설명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무예란 ‘무기를 사용하는 기예’이다. 그러니까 전통무예란 창, 칼 등 전통적인 무기를 다루는 기예를 말한다. 당연히 현대무예란 현대적인 무기를 사용하여 적을 살상하는 기술을 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무예란 자신의 방어와 적의 살상을 목적으로 병기를 가지고 법(法) ․ 기(技) ․ 술(術)에 따라 체계적으로 끊임없이 능숙해지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무예도보통지》의 〈기예질의(技藝質疑)〉편에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에) 전하는 것은 궁시(弓矢) 한 가지 기예만 있고, 칼과 창은 헛되이 기기(器機)만 있으며 익히고 쓰는 법(法)이 없다”라고 통탄하였다. 다시 말해 무기도 있고 병사도 있지만 이를 다루는 기예, 즉 무예가 없었다는 말이다.
 
이로써 우리는 무예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일반 사람이 낫이나 곡괭이를 들고 적과 싸웠다고 해서 그가 무예를 안다고 할 수 없다. 역시 저잣거리의 깡패가 아무리 주먹 싸움을 잘한다 해도 그를 무예인이라 불러주지 않는다. 그냥 싸움꾼일 뿐이다. 그 싸움은 어디까지나 상대를 혼내 주기 위한 것이지 살상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비록 병사라 하더라도 그 기예를 익히지 않고 전투에서 병장기를 휘두른다면 그 역시 무예인이라 칭하기가 곤란하다. 즉, 무기를 다루는 기예를 몸에 익히지 않았다면 그를 무예인이라 일컬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비록 작대기라 하더라도 그것을 무예인이 휘두를 때에는 무예가 될 수도 있다.
 
한국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이름을 지닌 무예

문명화된 인간의 모든 움직임, 즉 무예든 춤이든 운동이든 그것이 나름대로의 법(法)과 식(式)에 따라 능숙하게 숙달되어 정형화된 아름다움을 표출할 때에야 비로소 하나의 기예로서 고유한 이름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정조대왕은 앞서 사도세자가 완성한 열여덟 가지의 병장무예 종목에 비로소 ‘십팔기’란 이름을 붙이고, 이를 후세에까지 교본으로 남기게 하였다. 그것이 바로 오늘에까지 전하는 《무예도보통지》이다. 이 ‘십팔기’는 고대 전통 무예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총망라한 종합무예이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날 이것 이외에 다른 어떤 무예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조선의 멸망과 함께 그 빈자리에 일본의 스포츠화 된 무도인 검도(劍道)와 유도(柔道)가 강제로 이식되었으며, 해방 전후에 일본 시중에는 호신술인 가라테(空手道)와 합기도(合氣道)가 들어와 오늘날까지 전통무예인 양 행세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한국인들은 인간의 원시적인 몸짓, 혹은 무예의 한 가지에서 분화되어 나온 호신술을 무예인 양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수입산을 국산이라고 우기는 일은 최초로 무예계에서 시작되었다 하겠다.
 
해방이 되고도 아직도 일본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처럼, 식민 지배로 인해 이 땅에 이식된 일본무예(호신술)가 아직도 상당부분 전통무예를 대신하고 있다. 다만 그 중 가라테는 해방 후 곧바로 ‘태권도’로 개명하여 한국무예(호신 스포츠)를 대표하고 있다. 그리고 1970년초에 불어닥친 중국무협 열풍과 함께 ‘쿵푸’가 몇몇 화교 무술인들에 의해 퍼져 나갔다. 이어서 1990년대 한중 수교와 함께 경기화 된 체육무예 ‘우슈(武術)’가 수입되었다.
 
무학(武學)은 과학하는 학문

그리고 1983년 ‘택견’을 무예 종목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였는데, 여기에는 큰 오해와 실수가 있었다. 택견은 무예가 아니고 놀이다. 씨름과 더불어 놀이(戱)에 불과한 ‘택견’을 전통무예로 지정해 놓은 것도 이처럼 무예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없는 상태에서 저질러진 어처구니없는 실수라 할 수 있다. 태권도 족보만들기의 일환으로 반강제적으로 추진된 이 일은 전통무예의 개념 정립에 치명적인 혼란을 야기시켰다. 이 문제는 무학(武學)이 발전하면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 외에 자칭 전통무예임을 내세우는 무예인들이 70년대 들어서서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조상대대로 비전되어 오던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실 모두가 신상품으로 만든 것들이다. 역사적이고 문헌적인 근거가 전혀 없으며, 대개는 합기도와 검도, 중국무술로 짜깁기 해 만든 것들이다. 일본무도 혹은 중국무술을 조금씩 익힌 자들(제대로 익힌 자들은 절대 그런 짓 안한다)이 자신의 생업을 위해 신라 ․ 백제 ․ 고구려의 그 무엇을 들먹이거나 불가(佛家) 혹은 선가(仙家)를 팔아서 창안(?)한 것들이다.
 
이와 같은 근대 무예사의 혼동으로 인해 태권도와 택견이 한국 무예를 대표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학계는 물론 국민 모두가 이 두 가지 종목 이외에는 전통무예가 없는 것으로 인식하게끔 되었다. 그것도 근 1백 년 동안이나. 그렇다면 이 땅을 오직 맨주먹 맨발으로 수천 년을 지켜왔다는 말이 아닌가. 나라가 있으면 군대가 있고, 그 군대에는 당연히 수많은 무기와 그것들을 다루는 기예가 있을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의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전통무예에 대한 오해, 혹은 무지

▲ 자료이미지. 어정무예도보통지 서문
80년대 십팔기의 등장에 의해 전통무예에 대해 날로 관심이 커지고,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각광을 받게 되자 너도나도 전통무예를 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나 한편으로 이러한 무예의 개념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학계에서도 전통무예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지만, 모두들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두서없이 진행하고 있다. 더욱이 체육학계 위주로 되다 보니 무예 주변의 놀이 혹은 스포츠, 그리고 이와 유사한 온갖 것들을 모아 전통무예란 이름으로 뭉뚱그리려는 경향이 있어 더욱 혼란스럽다.
 
오히려 학계라면 이를 더욱 명확하게 구분지어야 할 텐데 말이다. 연구하는 본인들 자신이 대개 그 종목의 전공자들이거나 이러저러한 이해관계에 있다 보니, 이 방면의 논문이나 책자들은 그저 자기 미화와 견강부회가 지나치다 못해 사학계나 민속학계에서 보면 웃지도 못할 만큼 황당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무예인 자신들이 하루빨리 무협지, 무협영화, 무협만화적 망상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이런 조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겨우 한국 무예사에 관심을 보이는 단계. 결국 《무예도보통지》로 귀결될 수밖에 없지만, 아직 자기 나라 무예의 명칭조차도 제대로 모르고서 헤매고 있다. 먼저 ‘십팔기’가 있어 이를 온전히 보전하기 위해 그 교본으로 《무예도보통지》를 만들었는데, 《무예도보통지》가 있어서 ‘십팔기’가 나온 줄 알고 그 책만 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난데없이 ‘24기’가 무예 명칭인 줄 알고 너도나도 ‘24기’‘24반’을 들먹이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덕분에 무예의 개념조차 모르는 학자들도 덩달아 첫단추를 잘못 꿴 것이다.
 
시중에서야 광역의 의미로 자신들의 호신술이나 스포츠를 무예라고 주장, 혹은 착각할 수 있지만, 학문의 세계에선 어림없는 이야기다. 학문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인심이 후해서야 되겠는가. 무예와 놀이(호신술, 체육, 스포츠)는 처음부터 그 목적에서부터 완전히 달라진다. 당연히 그 정신도 다르다. 역사적 사실과 개념 정리부터 분명히 하고서야 그 정신을 바로 세울 수 있음은 불문가지. 이현령비현령, 아전인수격으로 역사를 끌어다 붙이는 등, 불분명한 경계와 개념에서 올바른 무예정신이 정립될 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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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2/16 [10:32]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Kim P. Soo 11/12/16 [20:19]
참 오랫만에 훌륭한 글을 읽어시원함니다. 한국에 아직 올바른 견해를 갖이고 올바른 글을 쓴분이 잇군요. 얼마전 까지만해도 이런글을 쓰면, 매국노 아니면 왕따당하는 일이 비일비제 햇엇지요. 앞으로도 좋은 바른글 부탁합니다. 수정 삭제
무가종 11/12/20 [15:09]
아직도 답답한 사람이 있군요.
택견이 놀이라고 하는 내용은 수용하기 어렵군요.
택견을 놀이라고 단순하게 폄하하는 말은 어리석은 무지에서오는 발상입니다.
택견은 어느 한지역에서 발생된 무예가 아닙니다.
남북한 전지역에서 각기 다른 지역특성에 따른 다른이름으로 불리워진 명사로서,단순히 놀이로 폄하하는어리숙한 사고는 버려야 합니다.
택견은 대한민국 정부에서 무예로서는 유일하게 국보급문화재로 지정한 전통무예로서 단순히 기록이나,입으로 전해저 재현된것이 아니고 실존인물에 의한 재현의 결과 입니다.
아직도 무예냐 놀이냐 하는 논쟁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18기와 같이 스승과 지도자도 없이 책만보고 각기다른 형태로 재현한 무예와는 그 예가 다르지요.

택견은 전국에서 행하여 졌던 유일한 한국무예의 뿌리입니다.
태권도와 합기도...등 국내무예들은 택견의 기예를 응용하여 전통성을 꿰마추기를 시도하였고,택견을 빼고는 한국무예를 논할수 없지요.

택견을 단순한 놀이로 폄하하여 얻는것이 무엇인가요?
택견은 각지역마다 특성이 있고,무인경시의 조선시대와 일제의 한국문화 말살정책으로 일시적 정체시기의 산물로서,무예를 행하면 잡아가던시기에 이를 피하려고 무예를 잠시 놀이화하였던것은 사멸되지 않은 이유중에 하나 이지요.
택견인들의 독립운동은 일본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을정도로 과격한 무예였지요. 사물의 한쪽을 보고 전체를 이해할수는 없듯이 택견을 폄하하려면 택견을 직접해보고 이런 글을 써야 할것입니다.

특히,잘알지도 못하면서 들은 풍월로 매국노나 할수있는 한국무예폄하는 국가공인된 택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이런 언사는 매우 심사숙고해야 할것입니다.

국내택견은 10여계파가 있습니다.
저마다 특성이 있는것은 그만큼 환경적,지역적 특성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지요.

남의 무예를 폄하할때는 충분한 수련과 조사후에 해야할것입니다,

수정 삭제
무예인 12/02/07 [12:13]
무가종님은 택견하시는 분 같은데 신성대의 주장을 잘못 읽으셨군요.

나는 무술지도자의 한사람으로 평소 신성대가 18기만 내세우면서 다른 무예를
싸그리 사이비 취급하는데 항상 못마땅해 생각해온 사람입니다.

나는 무예계에서 입만 살아서 제 잘난체 남의 무예에 대한 비방을 공공연히 하는 인간은 실력대결로 실컷 줘 패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자 합니다.


신성대 그대가 그토록 존숭하는 18기가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 무예였다는 겐가.
지금부터 420년 전 임진란 이후 중국의 책을 빌리고 명의 잔류주둔군으로부터 습득한 것이 아니던가?
그게 언제부터 우리 전통무예로 전승되어 왔다는 말인가?

기껏해야 선조 이후 정조까지 군사들의 훈련이었지 않았나.
그리고 그 이후 전승은 끊어졌고,
해방이후 무예도보통지에 의해 우리 앞에 그림과 글자로 나타난 것이 아니냐.
그걸 현재 신성대의 스승이란 사람이 중국식 복장으로 실연한 것이 18기라고 알고 있다.
1980년대 임동규선생에 의해 무예도보통지의 무예가 24반무예로 세상에 크게 알려지게 되었다.
그게 18기든 24기든 무예도보통지의 것을 재현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는 동일하다.
일본검도하는 단체나 백두산 도사로부터 전승됐다는 검도나 모두 책을 근거로 나름의
해석을 하고 재현을 했다.
그게 무슨근 전통무옌가?
전통무예 책을 보고 현대적으로 각자의 자의적 해석으로 재현한 것이지.

무예도보통지의 무예가 전통무예라고 한다면 조선말, 구한국시대 일본으로부터 배운 신식군대의 싸움방법(전투술)은 전통무예인가?

그리고 미군으로부터 배운 현대식 군대훈련의 방식도 무술인가?
군대의 전투훈련인 제식훈련, 사격술, 탱크, 미사일, 항공기, 잠수함 등의 조종법 등이 모두 무술이 아닌가.

서양의 군사훈련 과목이었던 칼쓰기, 총쏘기, 활쏘기, 창던지기 등이 오늘 날 모두 스포츠로 변화했다.
이들은 뭔가? 무옌가? 군사무술인가? 스폰츤가?

18기는 우리의 누천년 역사 중에 200여년 정도 중국 것을 모방한 군사훈련방식이었다
그것도 왕의 근위부대인 장용영 같은 특수군영에서 훈련과목의 일부로서만.
구경화기가 상당 수준 발달했고, 군대는 단병접전이 아니라 전략적 전투개념으로 변화된 그 당시에 그런 무술이 군사적으로 효용성이 얼마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그런 걸 왜 정조가 자기 호위군대에 가르쳤겠냐?
북쪽이나 남쪽 바다 건너 외적을 물리치려고? ㅎㅎㅎ

18기! 그게 뭐 그리 큰 자랑거리라고.
그 시대에도 18기로 무장해서 무슨 공로를 세웠던가?
18기로 전쟁에서 적을 물리쳤거나 최소한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기록이 하나라도 있었더냐?

신성대는 제 눈에 서까레는 안뵈고 남의 눈에 티만 뵌다더냐?
18기 하는 사람들은 제 선생은 엄청 신격화 시키더라.
쭝국무술했던 그 사람 전력을 아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게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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