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란 문자체계의 명칭이다. 훈민정음 28자모 가운데 현재 쓰이는 24음소글자는 단자음 14개와 기본모음 10개로 이뤄져 있다. 세종 28년(1446) 음력 9월 상순에「훈민정음」이란 이름으로 국자로서 반포되었다.
태권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징 가운데 하나다(1996). 그것은 무예로서 뿐이 아니라 올림픽 스포츠(2000)로서 널리 알려지고 있는 국가브랜드이다.
태권도는 무예로서 누구에게나 긍지를 갖게 하는 우리너머 세계인의 몸철학이다.
이 둘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안고 있다. 뗄 수 없는 사이가 그것이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천지인삼태극(‘한’)이다. 한 마디로 ‘한’ 개념으로 요약된다.
「문자」라는 기적 『한글의 탄생』(2011) 책은 일본인 한국어학자가 썼다.
한글 창제의 언어학적 ․ 역사적 ․ 사상적 배경과 그 의미를 고찰한 역작이다. “우리도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글자 탄생의 경이로운 드라마”라는 평가이다.
한글이 사람들의 손에서 문자가 되고 텍스트가 됨으로써, 단지 하나의 문자 체계가 아니라 기존의 지식 체계를 뒤흔들어 놓은 존재로 등장했다. 이름하여 ‘知의 혁명’이라 불리고 있다.
태권도 역시 사람들의 마음에서 손과 발이 되고 몸철학이 됨으로써, 단지 하나의 호신 무예가 아니라 다른 어느 무예보다 올림픽에 입성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心의 혁명’으로 불리고 이는 전 세계태권도인의 자부심이다.
한글이 지니고 있는, 그리하여 24음소글자가 창조하는 텍스트와 말의 소통은 인류의 벽을 허물고 있다. 그 우수성이 마침내 1997년 10월 1일, 유네스코에서 우리나라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한글이 기본글자에 획을 더하여 음성학적으로 동일계열의 글자를 파생해내는 방법(‘ㄱ-ㅋ-ㄲ’)은 매우 체계적이고 훌륭하다고 극찬하였다(재푸리 샘슨, 1986). 심지어 몇 년 전 프랑스 세계언어학자들이 모인 학술회의에서 한국어를 세계공통어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도 있었다고 한다.
태권도 동작이 한글의 자모 모양새를 드러내는 것도 한글과 무관하지 않다는 징표다. 두발의 여러 서기 자세가 그러하고 지르기, 차기, 치기 등 손의 모양새가 24자모에 해당하는 닮음은 그저 우연이라 할 수는 없는 거다.
훈민정음의 원리로 작용하고 있는 천지인‘한’이 그것이다. 천지인 도형 ․ 부호로서 원방각 ․ 점선면의 원리는 태권도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거다. 옛날 사람들은 둥근 하늘을 그릴 때는 원(○), 작은 하늘을 그릴 때는 점( ‧ ), 하늘을 무한히 넓혀서 말할 때는 한 일(一)자로 표현했다.
애니콜 휴대폰 자판에 점선면( ‧ Ⅰ ー ) 부호가 있다. 이것으로 자음의 획을 더하면 문자가 성립되는 원리다. 이 세 부호는 태권도에서 몸을 상징하는 부호로서 질량을 가진 텍스트로서의 동작을 이룬다.
천지인(天地人)의 구성으로 우주를 반영하고 있다. 모든 글자는 하나하나가 아니라 서로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획득한다. 그리고 한글 구조의 추상성, 공간성 첨삭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그 모든 특질은 태권도의 기호론적 우주의 모델인 셈이다.
우리에게 ‘천부경’이 있다. 중국에는『주역』이 있다. 둘 다 우주가 돌아가는 이치를 담고 있다. ‘천부경과 주역’은 서로 통한다. 특히 천부경(天符經) 81자에는 우주가 바뀌는 이치가 녹아있다. 천부경은 3의 조화로 돌아간다. 3은 천지인삼태극을 말한다.
한글의 주요 원리는 천지자연의 이치의 보편성을 첫머리로 삼고 있다. 소리와 문자의 뿌리를 파고드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천지자연의 이치는 오직 음양오행뿐이다. 사람의 말소리도 모두 음양의 이치가 따른다고 한다.
태권도 역시 공방(攻防)의 원리는 음양의 이치이다. 속도의 완급, 힘의 강약, 무게중심의 허실 등 음양의 이치가 동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한글과 태권도는 모두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음양오행이고 천부경에서 말하는 천지인(=점선면)의 셋이 하나되는 ‘한’이다.
태권도 동작 원리는 ‘모양새(=몸) 철학’을 낳고 그 속에 훈민정음의 제자원리가 숨 쉬고 있다. 전 세계 태권도인의 일상적 태권도 닦음은, 태권도적 행위는 그 ‘모양새 철학’을 터득하고자 하는 학습이다. 천지인삼태극의 이치다.
모양새 철학(哲學)에서 철학 그 자구는 명석(明哲)과 학습(學習)에서 따온 ‘철’+‘학’의 합성어라면 이해가 용이할 것이다. 모양새는 동작의 정태(靜態)로서 ‘품’을 이른다. 하나의 품은 인고의 긴 학습의 결과로 드러난다. 달리 모양새라는 품은 몸이고 철학은 마음, 정신이다. 몸은 모양새로 드러나지만 마음의 깨달음은 내면의 속성으로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루하루 태권도 인(人)은 철학함을 통해 태권도 정신을 다지고 태권도 가치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단지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