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전통무예진흥법 관련 『전통무예 진흥 기본계획(안)』 발표를 앞두고 국내 무예단체(장)들을 상대로 최종 의견 수렴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언에 따르면, 20여건의 의견이 접수됐으며 그 중 상당수가 입을 맞춘 듯 ‘전통무예 육성 종목 지정’ 관련 ‘기준년도 10年’을 요구하는 의견이었다고 한다.
거기에는 유력 한 무예단체장이 사실상의 자신 소유 세 개의 단체명으로 같은 의견을 내놓았는가 하면, 특정 단체 의견서를 다른 단체들이 거의 그대로 접수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참고로, 문체부의 의견수렴 마감을 앞두고 한 경호무술단체에서 수십여 무예단체한테 자신의 단체 의견서(기준년도 10年)를 검토 반영해달라며 ‘선동성’ 단체메일을 보낸바 있다.
여기서 ‘기준년도’라고 하는 것은, 무예 창시 연도(年度)가 얼마나 오래 되었느냐를 말하는 것으로, ‘기준년도 10年’을 요구하는 의견은 새로 생긴지 10年 이상이면 전통무예(傳統武藝)라고 인정해달라는 의미와 같다.
문체부의 기본계획(안)은 ‘기준년도’를 ‘30年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참고로, 유럽평의회 특별 조사위원회(Working group of Council of Europe)에서는 ‘전통게임(Traditional Game)을 정의할 때 100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문체부가 ‘전통(傳統)’의 기준으로써 객관적 기준이 될 수 있는 유럽평의회 특별 조사위원회 기준 ‘100年’보다 훨씬 못 미치는 ‘30年’을 정한 것은 자칫 국제적 비웃음을 초래할 수도 있을 상황에서 국내 무예계 현실을 고려한 고민의 흔적으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문체부가 기준년도를 10년, 20년, 30년, 50년, 아니면 그 이상 그 어떤 경우로 정하더라도 단체나 종목입장 여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어제 창시한 무예를 전통무예라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적어도 ‘전통(傳統)’이라고 했을 때 상식선에서 납득은 가야하지 않겠는가. 가당찮게 기준년도 ‘10年’ 요구는, 어려운 역경 속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전통을 지키며 전통무예를 수십 년 이상 했거나 해오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 그리고 무예인과 무예계 위상 정립을 위해 노력한 수많은 이들에게 찬물을 퍼붓는 모독과 치욕스러움을 안겨주는 행위로, 무예계 위신을 무예인 스스로 추락시킨 오점으로 기록돼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는 말이 있다. 무인(武人)으로 존심(存心)이 있을 법한데 ‘전통무예(傳統武藝)’가 아닌 것을 억지로 전통무예 틀에 끼워 맞추려니 ‘상식 밖의’ 요구가 나오는 것일 테다. 의견 수렴 받겠다는 데 아무렴 어떤 의견인들 못 낼까. 그렇지만 정도는 있을 터. 상식도, 존심도, 양심도 없이 우르르 떼쓰는 모양새를 그려보면서 초등학생 철부지들이 따로 없다고 했다면 존심 상했을까.
기준년도 10年을 요구할 바에는 차라리 ‘만든 지 하루’로 요구했다면 ‘양심 없다’ 말은 듣지 않았을 테다. 아니면 ‘100年’을 요구했다면 말이다.
문체부도 문제다. 그동안 특정 무예단체 또는 사람들의 이런저런 ‘생떼성’ 민원 제기로 바쁜 행정일손을 빼앗기며 업무적 손실을 겪기도 했다. 그들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간보는 것인지 문체부 스스로 지난 14일 의견 수렴 마감일을 정해놓고도 기한을 연장해가며 의견 수렴을 받았다. 더 많은 의견 수렴을 위해 기한을 며칠 넘겨 의견 수렴 받은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문체부 스스로 정한 기준이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을 탓하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한다는 토마스 그레샴의 법칙이 가장 잘 적용되는 데가 무예계일거라고 한다. 문체부의 원칙에 대한 ‘나약한’ 접근 자세가 이런 비상식의 무예문화를 양산한 건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여하튼 그렇다. 기본계획 최종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특정 무예단체를 위시한 일부단체들이 몽니 부리듯 기준년도 10年 요구는 전통무예진흥법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공들인 탑 무너뜨리려는 심사가 아니라면 자중할 필요가 있겠다. 더불어 무예인들의 위상과 전통문화로서 한국무예 가치 향상을 위해서 보다 더 ‘깐깐한’ 기준년도를 고집하는 존심이나 양심을 무예계에 기대하는 것이 사치가 아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