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안내 따라 경인고속도로 도화IC에서 빠져나와 5분여 남짓. 인천 남구 주안2동 오래된 주택밀집 골목에 자리 잡은 ‘인천최고 명품도장’ 연세경인태권도장(관장 안석,42세)을 찾았다.
안 관장이 이곳에 태권도지도자로서 둥지를 튼지도 올해로 15년.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많이 변했죠. 그렇지만 늘 그대로입니다.”
변하지 않는 진리는 이 세상 모든 건 변한다는 게 진리란 말이 있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는데 무엇 하나 변하지 않은 게 있을까. 그렇지만 도장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 즉 초심(初心)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일 게다.
안 관장은 지난 97년 말 전국을 경제적 한파로 꽁꽁 얼어붙게 만든 IMF금융 사태 발생 무렵 이곳에 도장을 개관했다.
“IMF 발생 당시 13명의 도장을 인수하며 시작했어요. 그 당시는 너나할 것 없이 ‘대한민국’ 전체가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겪던 터라 힘겨움을 누구에게 토로하지도 못했죠. 그저 이를 악물고 버티어내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게 다짐이면 다짐이었어요.”
안 관장은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출신으로 짙푸른 동해바다의 거친 파도 속에서 그물을 잡아당기며 목숨을 담보로 살아가는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자라며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가 자연스레 몸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 안석 관장이 수련생들에게 태권도지도를 하고 있다 © 한국무예신문 | |
초등학교 2학년 때 우연한 기회에 태권도를 처음 접한 안 관장은 이후 백절불굴의 태권도정신을 자신에게 무장시키며 의지와 신념이 강한 태권도인으로 성장해 갔다.
군복무를 의경으로 지원한 안 관장은 서울중부서에서 근무하면서 태권도 명문고인 서울리라고등학교에서 태권도지도를 하며 야심 찬 태권도지도자의 길을 꿈꿨다.
“대학생들에 의해 민주화 물결이 한참 일던 87, 88년 전후로 경찰청에서 대학생이 되기 전의 고교생들을 상대로 선도와 유대관계 개선 등의 취지로 교류활동이 이뤄졌는데 운 좋게 제가 태권도명문인 리라고에서 태권도지도를 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자연스럽게 태권도지도자의 길로 나서도록 인도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제 적성에도 맞았구요.”
어린시절부터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자신의 적성 찾아 태권도지도자로 성장한 안 관장은 연세경인태권도장 1, 2관을 현재 운영하고 있다. 처음 13명의 도장을 어렵게 인수해 지금에 이른 것이다. 3관도 계획 중이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의미다.
“저를 믿고 따르는 꿈 많은 제자들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서 꾸준히 지관을 늘릴 계획입니다.”
▲ 안석 관장이 한 수련생에게 태권도 발차기자세를 바로 잡아주고 있다 © 한국무예신문 | |
안 관장의 이런 당찬 포부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역에서 안 관장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信賴)는 거의 절대적이다. 신뢰란 게 어디 하루아침에 생기기 마련이겠는가! 한 지역에서 태권도지도자로서 오랫동안 성실하게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과 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안 관장의 도장 주변은 지역특성상 일반주택 밀집지역이고 맞벌이부부가 많다보니 도장도 지역특성에 맞게 특화 운영되고 있다. 도장에 공부방을 도입한 것. 그 공부방은 이젠 완전한 영어학원과 보습학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이들을 도장에 맡기는 학부모님의 입장을 고려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공부방을 도입하게 되더군요. 학부모님들께서도 만족하고 계십니다.”
학원운영은 안 관장의 아내인 장소진(39) 씨가 전담하고 있다.
평소 도장에서의 지도철학이 궁금했다.
“거짓되지 않고 바르게 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녀교육을 위해 열심히 사시는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해서 뭐든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 관장 자신이 자신을 길러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왔듯, 그 자신이 이제 자신의 제자들에게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은 대물림 인성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한편으로 안 관장은 아이들의 운동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
“인성교육에 태권도지도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봅니다. 제대로 된 정통 무예 태권도교육은 유품자정도 됐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죠. 요즘은 가벼운 생활체육이 강조되다보니 행여 정통의 ‘무예’ 태권도교육이 소홀해질까 염려됩니다.”
안 관장의 도장은 오랜 기간 수련한 수련생이 많다. 10년 넘은 수련생도 여럿 있다. 안 관장의 태권도철학을 이해하는 수련생과 학부모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길 게다.
그렇다고 정통 무예태권도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요즘에는 태권줄넘기 교육프로그램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 안 관장의 도장도 추세에 따라 태권줄넘기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 한국무예신문 | |
“도장운영은 일종의 교육서비스업입니다. 수련생과 학부모님, 태권도지도자간의 눈높이가 적정 수준에서 맞아야 최상의 맞춤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을까 합니다.”
연세대최고지도자 과정수료와 용인대체육학과 출신으로 많은 선후배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안 관장은 주변의 우수모범도장 지도자들과 수시로 교류하며 도장운영에 보탬이 되는 정보를 얻는 것에서도 소홀함이 없다. 사범관리도 철저하다. 웬만한 건 스스로 하게끔 맡기되, 수련생지도에 있어 ‘편애지도 절대불가’를 강조하고 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어디 있을까요? 부모님들께서 저를 믿고 소중한 자녀들을 맡겨주셨는데 모두 다 같이 균등한 정도교육이 이뤄지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여하튼 그렇다. 어렵고 힘든 시절을 겪고 지내온 만큼 안 관장의 마음은 넓은 바다나 깊은 산속 같은 평정심으로 이뤄져 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지도자로서 걷는 정도(正道)인 것이다.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렇게 초심을 잃지 않고 달려갈 안 관장. 정도를 걷는 그에게 힘찬 파이팅을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