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태권도뿐만이 아니라, 타 무도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예의, 염치”의 정신이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예의와 염치는 유학의 중요한 사상이기 때문에 논어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만, 예의와 염치를 합해 “예의염치”라는 네 글자를 연이어 사용한 최초의 사람은 제나라 재상을 지냈던 관중이었다.
관중이 “예의염치”라는 개념을 대단히 중시 했던 것은 바로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고자 하는 그의 이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예의염치”를 한자로 표기해 보면 “예(禮), 의(義), 염(廉), 치(恥)”로 첫 번째 예(禮)는 예의, 두 번째 의(義)는 올바름과 합당함, 세 번째 염(廉)은 청렴함과 검소함, 네 번째 치(恥)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나타낸 것임을 알 수 있다.
관중이 사용한 “예의염치”라는 이 네 글자는 단순히 읽기 편하기 위해서 이처럼 순서를 정해 놓은 것이 아니라, 백성을 교화해 나라를 바로 다스리는 절차 과정에 따라 정해 놓은 것이다. 즉, 치(恥)는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으로 사람이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알아야 청렴하게 되며, 청렴 할 줄 알아야 만사가 의로워 지고, 만사가 의로워져야만 예가 바로 설 수 있다고 확신했기에 그리 정해 놓은 것이었다.
이처럼 관중이 추구했던 도덕을 바탕으로 한 태평하고 부강한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는 예치국가가 되어야 하는데, 그 근본에는 치(恥)를 알 수 있도록 백성을 교화하는 일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 정신문화 속의 “예의염치” 유학의 영향으로 예의와 염치는 조선의 관리와 선비들이 가장 중요시 했던 도덕규범의 핵심 사상이었으며, 예의와 염치라는 도덕적 사상을 근거로 조선의 관리와 선비들은 고려 말 이미 허물진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문란한 사회의 풍속을 바로 잡아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고자 노력하였다. 이렇듯 예의와 염치는 우리 민족 사상, 정신, 문화와 대단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의와 염치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처신방법일 뿐만 아니라, 주어진 직분에 대한 성실한 수행 태도의 기본이 되기도 하기에 사람의 품성과 도덕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은 물론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만약 권력과 재물이 없는 힘없는 백성들이 예의와 염치를 몰라 사회 풍속이 문란해지고 어지럽혀진다면 강력한 법의 집행과 교화로써 바로 잡아나갈 수 있지만, 만약 권력과 재물을 가진 이들이 예의와 염치를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그것은 예의와 염치의 정신이 퇴색되어갔던 조선후기 패망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치(恥)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크고 작은 집단 간의 불화와 충돌, 태권도계 “갑질”들의 전횡과 횡포가 끊이질 않는 것은 바로 이 치(恥)에 무감각해져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기에 가깝다.”라고 했는데, 이는 아마도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안다면 그 만큼 고칠 가능성이 높으며, 고친다고 하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임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부끄러움을 아는 치(恥)문화는 자신은 물론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잘못된 행동은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것일 뿐만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욕을 얻어먹게 되니 결국에는 자신까지도 존중하지 않는 꼴이 된다.
그러므로 자신의 위치가 아무리 높은 무소불위의 갑(甲)에 있고, 상대방의 지위가 아무리 낮은 바닥에 있을지라도 진심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자신과 같이 동등하게 대우해 주는 것이 바로 치(恥)를 기본으로 한 사람다운 사람들의 예의 바른 행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