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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국검(本國劍)과 독립세(獨立勢)
 
신성대 주필(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기사입력  2015/06/23 [22:31]
▲ 금계독립세로 치고나가고 있다. [원보]     © 한국무예신문
본국검(本國劍)! 십팔기 중 가장 대표되는 기예이다. 오천년 역사 중 이 민족이 스스로를 ‘본국(本國)’이라 칭한 예가 어디 또 있던가? 《무예보도통지(武藝圖譜通志)》를 편찬한 당대의 학자들이 본국검의 연기를 멀리 삼국시대 신라 화랑 황창랑(黃倡郞)에 둔다 하였으니 이 검법에 부여한 역사성의 무게 또한 만만치 않다.
 
본국검을 속칭 ‘신검(新劍)’으로 불렀다 하는데, 이는 아마도 그간에 이름 없이 전해져 오던 전래의 검법을 모원의(茅元儀)의 《무비지(武備志)》를 통해 되찾은 「조선세법24세」에 근거해 새로이 체계화시켰던 것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왕을 호위하는 무예별감들이 「본국검」과 「월도」를 장기로 익혔다고 하는 기록이 남은 것으로 보아 당시에도 「본국검」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 무사들이 익히던 고난도의 검법임을 알 수 있겠다.
 
아무튼 「본국검」에는 다른 검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세(勢)와 그것을 운용하는 총도가 꽤나 복잡해서 초보 병사들이 익히기엔 결코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마도 일반병사들은 대부분 비교적 단순한 「왜검」 「교전」 「쌍수도」 「제독검」을 주로 익혔을 것이다. 한데 이 「본국검」 중 재미난 세(勢)가 하나 있는데 바로 ‘금계독립세(金鷄獨立勢)’이다.
 
십팔기는 물론하고 중국의 여타 기예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립세가 무려 세 번이나 나온다. 기실 독립세란 그 자체로는 온전한 하나의 세(勢)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독립세 자체로는 공격이나 방어의 실세(實勢)가 아니란 뜻이다. 아마도 단체 훈련에서 위세를 보이고, 중간에 대열을 정렬할 필요가 있어 넣은 듯하다. 왜냐하면 「본국검」은 총도가 다른 검법에 비해 매우 복잡한 데다 방향전환이 많기 때문에 대열이 금방 흐트러지기 때문이겠다.
 
금계독립세는 병장무예의 특징
 
자, 이왕지사 독립세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사실 ‘독립(獨立)’은 비단 「본국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기예의 세(勢)에 다 들어있다. 해서 굳이 ‘독립세’라 하여 별도로 정해 넣지 않았을 뿐이다.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지구상의 두 발 달린 짐승은 독립(獨立)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가 없다. 즉 걸어가든 뛰어가든 한 발을 땅에서 떼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한 발을 드는 바로 그 순간이 곧 독립세가 된다는 뜻이다. 캥거루처럼 두 발로 동시에 뛰어다닐 수만도 없고, 또 허수아비가 아닌 다음에야 두 발을 땅에 딛고 공격이나 방어를 할 리가 없으니 말이다.
 
한데 왜 굳이 「본국검」에선 독립세, 그것도 금계독립세를 세 번씩이나 하게 한 것일까? 독립세의 본래 목적은 신속한 방향전환에 있다. 예측불허하게 움직이는 적을 순발력 있게 좇기 위해서이다. 하여 총도 진행 중 방향전환 하는 자리에 독립세를 넣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금계독립세인가? 닭이 다른 상대를 공격할 때 한 쪽 다리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물론 두 발을 땅에 딛고서라도 그 중 한 발에 무게 중심을 두고 다른 발을 허(虛)하게 하면 그도 또한 독립이다. 그리고 한 발(다리)을 들어 올릴 때 발이 몸의 무게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방향전환에 힘이 더 들고 느려질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해 전체의 균형이 흔들릴 염려가 커진다.
 
해서 이왕 들어 올린 발을 몸의 중심에 가깝게, 그러니까 독립하고 있는 다리의 무릎에 붙이는 훈련을 해둬야 방향전환이 민첩해진다. 즉 한 발을 들어 올림으로써 상대방의 움직임에 따라 좇아가며 공격하겠다는 것이 금계독립세의 본디 뜻이다. 몰론 이는 검법의 연습 중에 하는 세이다. 실전에서라면 굳이 독립세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 모든 움직임이 곧 독립이니 말이다.
▲ 왼쪽 사진_우독립세(右獨立勢). 두발을 디뎠어도 한 쪽에 무게 중심을 온전히 옮기면 독립세라 할 수 있다. 오른쪽 사진_좌독립세(左獨立勢)     © 한국무예신문
▲ 금계독립세(金鷄獨立勢)     © 한국무예신문
▲ 금계독립세(金鷄獨立勢)     © 한국무예신문
▲ 든 발이 지나치게 멀리 나가면 위험할 뿐더러 상대방의 이동에 따른 방향전환이 더뎌진다.(왼쪽 사진) 걸음을 옮기려면 당연히 독립세가 되게 마련이다.(오른쪽 사진)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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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6/23 [22:31]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rockstream 15/06/24 [16:07]
시연자가 치고 나갈려고 들어 올린 발끝의 모양이, 무예통지의 모양과 다른 점이 궁금합니다. 여러 다른 무예시범들을 보면서도 항시 느끼던 바 입니다. 수정 삭제
신성대 15/06/25 [03:45]
중요한 건 독립세의 본 의미를 이해하고 제대로 표현해냈는가이지 발끝 모양이 아닙니다. 발끝 모양은 사족일 뿐, 위로 향하든 아래로 향하든 독립이면 상관 없습니다. 맞다 틀리다 할 사안이 못 됩니다. 단지 역학적으로나 미학적으로, 그리고 이왕의 부수적인 훈련효과를 고려해서 그 중 가장 괜찮다고 여겨지는 형태를 취하는 겁니다. 예전의 버선발로는 발끝을 세우는 게 편하고, 요즘같은 양말과 신발로는 발끝을 아래로 내리는 것도 어렵지 않습지요. 이는 마치 한국의 전통춤과 서양의 근대 발레와의 발끝 차이를 비교해도 되겠습니다. 또는 서예에서 구양순체, 왕희지체, 추사체 등등이 있는 것처럼 같은 글자를 어떤 맵시로 쓸 것인가 하는 것과 같습니다. 각자의 취향대로 취하면 됩니다. 이처럼 독립세 하나만 보고도 그 문중의 특징과 무학의 깊이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단, 원보의 옛 그림이 현대 데생처럼 해부학적으로 정교하지 못해, 뜻도 모르고 굳이 옛 그림을 고스란히 그대로 따라하려고 하면 뒤뚱거리거나 우스운 꼴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각 세의 본디 의미 목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글로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암튼 발끝을 당겨 아래로 곧게 펴는 모양새가 가장 세련되고 민첩하며, 그렇게 평소 훈련해놓으면 훗날 신법에 큰 발전이 따라옵니다. 수정 삭제
이선동 15/06/25 [06:00]
진로가 이런쪽인데 무순대학나오고 어떤까를 정공해야하나요? 이런 직업되는 방법좀 수정 삭제
rockstream 15/06/25 [15:54]
글을 읽고 독립세의 의미 잘 이해 했슴을 감사드립니다. 그러면서, 말씀 하신대로 사족을 살짝 붙인겁니다. 다만 속도와 관계가 많은 발 모양에 관심이 있어, 치고 나가는게 가장 빠르다는 인간탄환 칼루이스부터 벤죤슨, 우샤인볼트, 현대 일본검사중 가장빠른 다까나베까지 유심히 봐 왔었습니다. 원보의 그림이 평소 엉성하다고 흘려 보았으나, 관찰했던 모습하고 비슷해서, 상당히 신중하게 표현했구나 생각이 들어 사족을 붙여 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정 삭제
이선동님에게 15/06/25 [18:56]
운동만 한다고 해서 먹고 살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운동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고도 많습니다. 해서 무예한다고 반드시 그런 학과를 찾을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게 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차라리 철학, 역사, 연극, 외국어, 심지어 물리학 등 다른 학과를 전공하는 게 오히려 더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운동도 열심히 해야겠지요. 그리고 무학의 깊이를 더하는 건 공부 많이 한다고 되는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땀 흘리며 궁리해서 제 몸이 터득해야 깨우쳐지는 성질의 것입니다. 그 어떤 일을 하든, 어떤 공부를 하든 먼저 먹고 사는 것부터 해결해야 운동도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현대는 무예도 상품일 뿐입니다. 삶의 수단이어야 합니다. 항상 비즈니스적 감각을 잃지 않고 운동했으면 합니다. 무예계에 발 디뎠다가 구름타는 신선같은 고수가 되는 망상에 빠져 평생 룸펜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왔기에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입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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