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품새가 일격에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위주로 제정된 반면, 금강품새는 상대의 생명을 보전해 주는 자비사상이 반영된 품새이다. 또한 윤회사상(輪回思想)을 의미하는 도는 기술이 많이 나온다. 한 바퀴 돌고나서 다시 시작하는 기술이 6번 나오는 것은 육도윤회사상(六道輪回思想)의 절묘한 반영이라 할 수 있다.
금강품새는 고려품새와는 달리 상대의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 공격은 찾아볼 수 없으며 바탕손 공격과 몸통공격, 하단 공격이 주로 보인다는 것은 살생유택(자비)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화랑도(花郞徒) 세속오계의 살생유택은 불교계율 중 가장 중요한 「산 것은 죽이지 않는다」는 불살생(不殺生)의 변용이며 전쟁을 하는 군인일지라도 지켜야 할 최선의 덕목이자 자비사상의 반영이다. 이러한 불교계율의 변형은 호국불교사상으로 연계가 되어 삼국통일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후 호국불교사상은 고려시대에 몽고군을 물리치기 위한 팔만대장경을 판각하였고, 조선 임진왜란 때는 서산대사와 사명당을 비롯한 많은 승병이 전쟁에 참여하였으며, 일제시대 3·1 운동 때는 승려인 한용운이 민족대표 33인중에 이름을 올리며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가. 금강품새의 의미
금강(金剛)이란 더할 수 없는 강함과 무거움을 의미하며 강함과 무거움은 한반도의 정기가 모인 영산인 금강산과 부처의 호법으로 음양의 두 신장(神將)이며 무술이 가장 세다는 금강역사 가운데 더욱 강맹하고 파괴되지 않으며, 남성을 상징하는 금강을 나타내고 이 두 가지 요소가 한데 어울려 품새가 되었다.
새로운 동작은 바탕손 턱치기(바탕손 앞치기), 한손날 몸통막기(손날 안막기), 금강막기, 산틀막기, 큰돌쩌귀 등이고 서기로는 학다리서기가 있다. 품새선은 ‘山’자로 되어 있으며 뜻은 웅장함과 안정성이므로 품새의 수련 시 동작은 힘 있고 강하게, 중심을 안정시켜 천천히 행하여 유단자의 위용이 나타나야 한다.(2006, 국기원)
나. 금강역사의 이해
석굴암의 문화재청 등록이름은 석굴암석굴이며 751년 통일신라의 김대성이 경덕왕 명에 따라 착공했으며 현세의 부모를 위해서는 불국사를 세웠고 전세(前世)의 부모를 위해서는 석굴암을 세웠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원래 이름은 석불사인데 1910년경부터 일본인들이 석굴암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네이버, 지식백과)
금강역사는 석굴암을 지키는 불교의 수호신이다. 사찰문의 우측(안에서 볼 때)을 지키는 나라연금강 (那羅延金剛)은 천상계의 역사로 힘이 코끼리의 백만배이다.
아! 금강역사라 하며 아! 는 범어의 첫 글자이자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의 첫 글자이다. 사찰문의 좌측(안에서 볼 때)을 지키는 밀적금강 (密迹金剛)은 손에 금강저(金剛杵)라는 무기를 가지고 항상 부처님을 호위하는 야차신이다.
훔! 금강역사는 범어의 끝 글자이자 산스크리트어의 끝 글자이다. 위 내용으로 볼 때 석가모니를 시작부터 끝까지 영원히 지키겠다는 의지의 반영임을 알 수 있다.
사진1) 석굴암 본존석가여래좌상 좌·우의 금강역사
▲ 사진1) 석굴암 본존석가여래좌상 좌·우의 금강역사 | |
다. 불교사상이 접목된 동작
(가) 자비사상(慈悲思想)
무예(武藝)에서 자비란, 상대의 목숨을 빼앗지 않으면서 상대를 제압해 싸움에서 이기는 것을 말한다.
표1) 자비사상이 반영된 동작
용 어 |
사용 횟수 |
기 법 |
바탕손 턱치기 |
3 |
바탕손으로 턱을 공격하는 것은 ‘상대의 급소를 날카롭게 깊숙이 공격하여 큰 충격량을 주어 일격에 싸움을 그치는 방법’이 아니다. |
돌려지르기(큰돌쩌귀) |
8 |
옆쪽의 상대가 가까이 있을 때 팔굽을 다 펴지 않고 가격하는 기술로 큰 충격을 입히기는 어렵다. |
짓찧기 |
4 |
뒤축과 발날로 상대의 발등을 짓찧는 기술은 싸움에선 이기되 목숨은 빼앗지 않는 기술이다. |
(나) 육도윤회사상(六道輪回思想)
육도윤회사상이란 불교에서 인과응보에 따라 새사람이 되어 다시 태어난 중생이 윤회하는 6가지의 세계를 말한다.
표2) 육도윤회사상이 반영된 동작
육도(六道) |
교본상 동작 |
용 어 |
기 법 |
一 道 |
9 ∼ 10 |
큰돌쩌귀 → 큰돌쩌귀 |
몸이 돌면서 360° 회전한다. |
二 道 |
11 ∼ 14 |
산틀막기 → 산틀막기 |
짓찧기 2회 하며 360° 회전한다. |
三 道 |
16 ∼ 17 |
큰돌쩌귀 → 큰돌쩌귀 |
몸이 돌면서 360° 회전한다. |
四 道 |
19 ∼ 20 |
큰돌쩌귀 → 큰돌쩌귀 |
몸이 돌면서 360° 회전한다. |
五 道 |
21 ∼ 24 |
산틀막기 → 산틀막기 |
짓찧기 2회 하며 360° 회전한다. |
六 道 |
26 ∼ 27 |
큰돌쩌귀 → 큰돌쩌귀 |
몸이 돌면서 360° 회전한다. |
라. 대표적 기술
(가) 학다리서기 금강막기 - 최고의 무사라는 위용을 자랑한다.
한국전통무예 십팔기(十八技)에서 가장 대표되는 기예는 본국검(本國劍)이다. 본국검의 역사적 기원을 신라의 화랑 ‘황창’에 둔다 하여 역사적 전통성의 무게가 무겁다.
왕을 호위하는 무예별감들이 익힌 검술로 상당한 수준에 이른 최고의 무사들이 익히던 고난이도 검법임을 알 수 있다. 서기는 금계독립세로 닭이 상대를 공격할 때 한쪽다리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신성대, 2015)
금강품새에서 학다리서기의 창조는 본국검에 기반한 역사적 전통성을 확보하고 최고 난이도 기술을 상징하며 장수하는 새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조선시대 왕을 지키는 무술인 본국검에 나타난 금계독립세는 3번이며 석가모니를 지키는 무술인 금강품새에 나타난 학다리 서기는 4번이다. 학다리서기는 금계독립세보다 더 어려운 서기이며 이는 최고의 품새를 표현하려는 품새 제정위원들의 의지반영 인듯하다.
학은 장수를 상징하는 새이기에 석가모니를 영원히 지키는 금강역사와 맥을 같이하는 훌륭한 창안이다. 학다리서기는 매우 어렵지만 효과적인 서기이다. 변화무쌍한 방법으로 움직이며 공격해 오는 적을 순발력 있게 막아내며 공격하기 위한 서기이다.
특히 공격에 유리하며 순간적으로 방향을 틀어가며 공격이 가능하고 체중을 실어가며 공격하기에 빠른 속도와 큰 힘이 나온다. 또한 여러 가지 차기를 바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서히 힘주어 하는 등척성 방어는 상대에게 내공을 과시하는 용력(勇力)의 표현이다. 지금까지의 품새에서는 없었던 기술로 금강품새에 처음 등장한다. 학은 몸집은 크고 다리는 가냘프며 길다. 이러한 학이 한 다리로 서며 중심을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특별히 깊은 내공을 필요로 한다.
금강막기는 금강역사를 상징하는 기술이다. 양쪽 팔을 함께 사용하여 얼굴 올려막기와 옆 내려막기를 동시에 하는 복합적인 방어기술로써 특수동작이다.
석굴암 입구에서 석가모니를 지키는 금강역사의 모습을 본뜬 것이며 금강역사와는 다른 창조력을 볼 수 있다.
사진2) 금강역사와 금강막기 비교
나라연 금강역사(아!) |
오른학다리서기 금강막기 |
밀적 금강역사(훔!) |
왼학다리서기 금강막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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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금계독립세와 학다리서기 금강막기 비교
금계독립세 |
해 석 |
학다리서기금강막기 |
해 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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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펴고 있으며 학다리서기보다 기세가 약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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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어려운 자세로 최강의 용력 표현이다. |
(나) 산틀막기 - 웅장함을 상징하며 영험한 느낌이 들도록 막는다.
금강산을 상징하는 기술이며 안팔목과 바깥팔목으로 동시에 막는 기술로써 안팔목은 시선 뒤쪽의 옆을 바깥방향으로 막으며 바깥팔목은 시선 앞쪽을 안으로 막는다. 한손의 안팔목으로 전면의 얼굴을 막고 이어서 다른 한손의 바깥팔목으로 전면의 얼굴을 막을 수도 있으며 산틀막기 형태로 팔목이 인중과 비슷한 높이에 있어야 얼굴 측면의 턱과 관자놀이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하단전과 허리와 등근육을 이용하여 기백과 뚝심을 써야 한다.
(다) 주춤서기 - 웅장함을 받쳐주는 안전하고 튼튼한 밑바탕 표현한다.
명나라 모원의는 1621년 군사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무비지(武備志)를 편찬할 때 완전한 형태를 갖춘 검보(檢譜)를 조선에서 구하여 ‘조선세법’이라는 명칭으로 실었다.(김광석, 1995)
김광석이 저술한 「本國檢」을 살펴보면, 조선검법 24세는「무예도보통지」에는 예도(銳道)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으며 기술 또한 원본인 ‘무비지’ 와는 다르지만 두 검법 모두 기마보(騎馬步)자세가 나오며 기마보는 말을 타고 걷는 사람의 자세를 말한다.
위 기록으로 볼 때 웅장함을 상징하는 금강산을 받쳐주는 안정성 있는 견고한 지반을 나타내기 위하여 전통무예인 ‘조선검법24세’의 기마보를 주춤서기로 창조적 변용하여 전통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주춤서기는 조선 초기부터 존재하던 전통보법 자세로 유추할 수 있으며 특히 예도(銳道)의 금강보운세(金剛步雲勢)라는 기술로 볼 때 조선의 무예에 이미 금강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라) 큰 돌쩌귀 - 다시 존재할 수 있도록 돌고 도는 윤회사상 표현이다.
돌쩌귀는 전통한옥의 여닫이에 다는 경첩으로 암수2개로 위아래 짝을 이루어 도는 것을 말한다. 금강품새에서는 옆에 있는 상대를 돌려 지르기로 공격하기 위한 예비 동작과 돌려 지르기 공격이 끝난 상태를 말하며 지르기를 한 주먹과 장골능 위의 주먹은 위아래로 마주보게 하여 돌쩌귀의 형태를 갖춘다. 돌쩌귀라는 용어의 사용은 전통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며 돌쩌귀 형태 자체로 다시 존재할 수 있도록 돌고 도는 윤회사상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돌려 지르기는 금강품새에서 처음 나오는 기술로 상대가 가까이 있을 때 사용하며 팔굽은 쭉 펴지 않고 주먹이 목표를 수직으로 가격할 수 있게 옆쪽을 향하도록 팔굽을 굽힌다. 첫 번째 돌려 지르기(돌쩌귀) 이후 상대를 돌면서 쫒아가는 기술은 이전 품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기술로 금강품새에 나타난 또 하나의 윤회사상을 상징하는 기술 중 하나로 보인다.
금강품새에 나타난 태권도의 근본정신은 나라를 위한 충(忠)이며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예(禮)이다. 시나브로 사라져 가는 태권도의 근본정신을 되살리고 태권도를 영원히 굳건히 보존시키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금강역사 같은 태권도 지킴이들이 결집해야 할 시기이다.
참고자료
국기원(2006) 태권도교본, 오성출판사
김광석(1995) 本國檢, 동문선 문예신서 74
김종성(2004) 신라의 삼국통일과 삼국의 문화, 문예마당
네이버(2015) 교육학 대사전·한자사전·지식백과 검색
신성대(2009) 武德, 동문선
육태안(1990) 우리무예이야기, 학민사
임동규(1990) 한국의 전통무예, 학민사
Google (2015)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