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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은 태권도에 대한 연구를 할 용의가 있는가?
<태권도의 발전방향과 국기원> 2
 
이창후 박사(서울대 철학과) 기사입력  2012/03/09 [01:01]
 이창후 박사(서울대 철학과) 
태권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 사실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것에 적용된다. 어느 분야도 꾸준한 연구와 개발이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오늘날에는 산업 전반에서 이것이 중요해서 ‘연구 개발’을 의미하는 “R&D”라는 말이 어디에나 붙어 다닐 정도이다. 하지만 태권도 및 국기원만은 이런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여기에 태권도의 매우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국기원에는 ‘태권도 연구소’라는 기구가 있다. 자, 여러분들이 국기원과 태권도의 현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면 다음의 질문에 대답해 보자. 국기원의 태권도 연구소 상근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는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이 몇 명이 있겠는가? 답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 단순한 사실에 태권도와 국기원의 미래가 모두 투영되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왜 연구가 중요한가? 왜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의 숫자가 중요한가?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삼성을 지목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다른 대기업들도 많다. 하지만 반도체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능력 면에서 한국 기업들 중에서 삼성은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하다. 그런 삼성에는 각 분야의 박사 학위자들이 수 천 명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너무 많아서 정확히 몇 명이나 있는지 세기 어려울 정도이다.
 
한편 세계 대학 평가에서 30위권 안에 드는 대학이 가장 많은 나라는 어느 나라이겠는가? 그 답은 모든 사람들이 쉽게 알 것이다. 미국이다. 그리고 세계에서 독보적인 강대국이 미국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세계 최고의 대학은 어디에 있겠는가? 역시 미국이다. 하버드 대학이 그것이다.
 
한국 1위 기업인 삼성에서 수 천 명의 박사들이 연구하고 있고, 세계 초 강대국인 미국에 세계 최고의 대학이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기업 이익과 발전에 불필요한데도 고임금 노동자인 박사들을 수 천 명씩이나 고용할 만큼 삼성 경영진은 멍청이가 아니다. 초강대국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은 첨단 무기에서 나오고 그것은 최고의 연구능력을 갖춘 대학과 연구자들에게서 나온다. 이와 같이 연구능력은 현재의 능력이자 미래의 잠재력이다. 이렇게 본다면 박사 학위를 가진 상근직 연구자가 한 명도 없는 국기원 연구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국기원 연구소장은 교수이지만 비상근직이다. 연구소장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연구소에 모습을 나타내어 몇 가지 업무를 처리하는 대가로 임금을 수 백 만원씩 받는다고 한다. 게다가 국기원 연구소장은 태권도에 대한 연구 저서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래도 국기원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다른 인력들이 많다면 그들을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2012년 3월 현재 국기원 연구소에 소장을 제외한 직원은 1명뿐이다.
 
작년에는 국기원 연구소에 고려대 박사가 그래도 1명은 있었으며 기타 상근직 직원도 2명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2월에 유일한 상근직 박사인 수석 연구원이 국기원 연구소에서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해직되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불법적이다. 수석연구원은 비정규직이었으며 1년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계약기간이 끝나도 기간 만료 1달 전에 분명한 통고가 없다면 계약은 자동으로 연장되지만, 국기원은 계약기간이 끝난 후 보름이나 지나서야 근무하고 있던 수석연구원에게 해직통보를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정리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연구 저서도 한 권 없는 국기원 연구소장은 1주일에 몇 차례 잠깐씩 들러서 업무를 처리하는 임금으로 수 백 만원씩을 받고 있고 연구소 내 유일한 상근직 박사는 불법적으로 해직되었으며, 연구소에는 1명의 상근직 직원이 자리만 지키고 있다. 이것이 태권도의 현 주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태가 알려지지도 않았으며, 강력하게 이의 제기가 없으므로 누구도 이런 사태에 대해서 책임지지도 않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볼 때, 작년에 3명의 상근직 직원으로 운영되던 연구소가 이렇게 유명무실하게 되었다면 연구소장은 스스로 이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불법적인 해직에 대해서는 국기원장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
 
국기원 태권도 연구소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으니, 마치 국기원에서 해직된 사람이 늘어놓는 푸념처럼 들리는가?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라. 태권도가 발전하기 위해서 국기원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겠는가? 태권도와 경쟁하는 여타의 무술들보다 더 나은 무술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조금씩이라도 변모해야만 급격히 변화하는 미래에 태권도가 더 발전할 것이다. 미래의 태권도에 대해서 국기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금 국기원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임무 중에 태권도 연구가 빠질 수가 없다.
 
그래도 여러분 자신의 일이 아니라 국기원에 있는 사람들의 일, 그리하여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선 태권도장 사범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10년 전에 비해서 더 나빠졌다면, 그리고 태권도장 운영에 어려움이 점점 더 증가한다면, 그리고 그 때문에 여러분의 걱정이 커진다면, 국기원 연구소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잠시 후에 여러분의 집을 덮칠,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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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3/09 [01:01]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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