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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는 정신수양을 위한 것인가?
<태권도의 발전방향과 국기원> 4
 
이창후 박사(서울대 철학과) 기사입력  2012/03/23 [08:16]
▲ 이창후 박사(서울대 철학과)
태권도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여러분이 태권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이 질문에 답을 해 보기를 바란다. 필자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정신수양”이나 “인격완성”과 같은 말이다. 국기원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이 말을 예외 없이 많이 들었다. 심지어 태권도 기술 개발을 담당한 직원조차도 이런 말을 하였다. 나쁜 말은 아니다. 하지만 태권도를 완전히 잘못 이해한 말이고, 더 나아가서 태권도를 망칠 수도 있는 생각이다. 태권도와 국기원의 허울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태권도는 정신 수양을 위한 것이 아니란 말인가? 인격을 완성하지 않고서도 태권도가 완성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반문이 들 것이다. 필자의 주장은 태권도에 정신 수양이나 인격 완성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그것이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본질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태권도의 본질인가? 필자의 생각에는 “상대를 제압하는 능력”이 태권도의 본질이다. 싸워서 이기는 것 말이다. 태권도의 기초인 주먹지르기와 발차기는 바로 그것을 위해서 존재한다.
 
태권도가 상대와 싸우는 기술이라고 말하니 속되어 보이는가? 다른 것과 비교해서 생각해 보자. 미술이나 음악의 본질은 무엇일까? 미술의 본질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 혹은 훌륭한 조각을 하는 것이고, 음악의 본질은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는 것이다. 정신수양이나 인격 완성은 거기에 언급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술 하는 사람이나 음악 하는 사람은 다 인간성이 나쁘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미술이나 음악을 통해서 인격과 교양을 성숙시키고 때로는 치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이나 음악에 대해서 왜 ‘정신 수양’같은 것을 말하지 않는가? 그것은 ‘겉치레’이고 ‘허위’이며 ‘과장’일 뿐이기 때문이다. 음악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직하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반대로, 태권도에 대해 말하는 방식대로 미술에 대해 말하자면 미술은 그림 그리는 것보다도 정신수양이 더 중요하다. 좀 우습지 않는가?
 
태권도의 본질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자. 여기 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인격과 교양이 높은데 길을 가다가 강도에게 맞아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더불어서 같이 가던 가족도 지키지 못했다. 이 사람이 태권도를 “잘 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결코 그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태권도를 하는 사람들은 태권도 기법과 수련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가? 필자는 여기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들을 생각해 보았다.
 
태권도에 대해서 인격수양을 강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권도를 스스로 수련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여기에는 국기원 부처장들과 상급 직원들도 포함된다. 만약 그들이 태권도의 본질이 격투기법이라고 말하려면 그들 스스로 본보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싫다면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태권도가 “인격 수양”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필자의 추측이 지나친 것이고, 일부 태권도인들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가지는 확실하다. 먼저 국기원이나 협회 등에서 지도자들임을 자처하는 많은 태권도인들이 스스로 태권도 수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술 먹고 골프치는 일이다. 만나 보면 그들의 허리에서 술로 인해 늘어진 뱃살을 볼 수 있다면 필자의 말에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필자가 틀렸다면 그들이 뛰어난 발차기 동작 하나쯤은 언제라라도 직접 시범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기원이나 협회 등에 정말 인격완성이나 정신수양의 모범이 될 만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는 점 역시 확실하다.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수차례 월단한 사람이 국기원 부처장으로 근무하고, 비상근이면서도 수 백 만원씩 월급을 받는 부처장은 다른 조직에 이사 자리도 꿰어 차서 사실상 국기원에서 얼마나 기여를 하는지 불명확하다. 젊은 학생을 부려 먹고 정식적인 채용은 거부하는 부처장들의 행태도 버젓이 벌어진다. 이런 일이 있어도 국기원 안에서 다른 태권도인들이 비난하거나 문제 삼지 않는 것을 필자는 많이 목격하였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 한 태권도의 중심지인 국기원에서 태권도가 ‘정신수양’이나 ‘인격완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쓴 웃음만 나오는 짓이다.
 
태권도의 본질에 대해서 허위와 과장을 넣으려고 하지 말자. 필자가 보기에는 그러지 않아도 태권도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필자가 국기원에서 연수생들에게 교육할 때에도 다음과 같은 것을 강조했다. 그림을 잘 그리면 그것만으로 세계적인 화가가 되고 음악 연주만 잘 해도 세계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다. 그들 어느 누구도 ‘인격’같은 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왜 태권도는 태권도 기법 하나만 가지고도 훌륭한 태권도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이것은 일종의 ‘노예 정신’이다. 자신이 스스로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 스스로 옭아매는 것 말이다. 그리하여 골프 선수는 골프 실력 하나만 가지고도 세계적인 명사가 될 수 있지만 태권도인들은 태권도 기법 자체는 내세울 것 없다고 생각해서 ‘인격’같은 것을 끌어온다. 그럴 때마다 필자가 태권도인들에게 묻는다. “정신 수양? 정신 수양하려면 절이나 교회에 가는 것이 더 좋겠는가 아니면 태권도장에 가는 것이 더 좋겠는가?”

태권도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태권도인이 스스로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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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3/23 [08:16]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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