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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그런 대통령을 뽑았을까?
역대 대선전 승패 기준. 야성이냐, 지성이냐?
 
신성대 주필(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기사입력  2017/01/29 [08:06]
▲ 신성대 주필     ©한국무예신문
철모르는 개나리가 엄동설한에 꽃을 피우듯 졸지에 대선전이 시작되었다. 잠룡(潛龍), 잠룡(暫龍), 잡룡(雜龍), 이무기, 듣보잡 피라미 미꾸라지들까지 우중등천(雨中登天)해보겠다고 폴짝폴짝 얼음물에 자맥질을 하고 있다. 벌써 찬물에 발 담구다 경기(警氣)를 하고 지레 포기하는 예비후보까지 나왔다. 이참에 역대 대선 리그에 나섰던 후보들의 대결 구도를 한 번 되돌아보자.
 
박정희-윤보선, 박정희-김대중,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김영삼-김대중, 김대중-이회창, 노무현-정몽준, 노무현-이회창, 이명박-박근혜, 이명박-정동영, 문재인-안철수, 박근혜-문재인, 트럼프-힐러리.
 
아시다시피 앞 쪽의 후보가 이겼다. 뭐, 이기고 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야 있겠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적용되는 공통된 요소가 하나 보인다. 바로 야성(野性)이다. 물론 야당(野黨) 여당(與黨)할 때의 그 야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무지스럽게 용감한, 때론 야만스런 그런 성질 말이다. 달리 말하면 가방끈과 혀가 짧아 보이는 그런 것이다. 해서 “대선에선 서울대가 절대 상고를 못 이기지 말입니다.”가 징크스처럼 회자되고 있다.
 
북유럽과 같은 선진문명국의 선거전은 설득전이지만, 그 외의 대부분의 나라는 선동전이다. 한국 같은 후진국(?)은 당연히 선동전이겠다. 심지어 지난번 미국 대선도 그랬다. 논리와 지성과 경륜으로 설득에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이 야성과 무데뽀로 선동질을 해대는 트럼프에게 지고 말았다. 그만큼 미국도 아직은 선진문명국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반증인 거다.
 
판단과 선택, 이성과 감정은 별개
 
당연지사, 한국에선 야성이 강한 쪽이 언제나 이겨왔다. 야성은 선동하러 들고, 지성은 설득하러 든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해서 감정을 유발시키는 쪽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해서 설득보다는 선동에 능한 자가 이긴다. 쉽게 말해 목소리 큰 자가 이긴다는 말이다. 더 쉽게 말하면 무식하게 뻥 튀기고, 내지르고 우기는 놈이 장땡이란 말이다.
 
설득(설명)은 귀담아 듣고 머리를 굴려 판단을 해야 하지만, 한국인들은 그런 걸 생리적으로 싫어한다. 주관식보다는 객관식 식민지노예교육에 길들여진 탓이다. 게다가 설득에 넘어가면 한국인들은 졌다고 생각하고 속으론 기분 나빠한다. 조선 샌님근성이 원래 그렇다. 저보다 잘난 놈이 잘되는 것을 이유 없이 거북해하는 그런 근성 말이다. 지역감정 조장도 손쉬운 선동질이다.
 
그러나 선동에 넘어가면 동조-동참했다고 여겨 동질감을 느낀다. 해서 편 갈라 떼 짓기, 떼 싸움을 즐긴다. 그리고 이왕이면 큰 무리 쪽으로 붙어야 생존에 유리할 거라고 여긴다. 집단생활을 하는 짐승들이 본능적으로 그렇듯. 대의(大義)나 태도적 가치, 혹은 합리적인 판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유불리(有不利), 호불호(好不好)를 따르는 것이다. 그런 걸 천민근성이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아직도 천민민주주의 천민자본주의를 못 벗어나고 있다.
 
자신의 신념과 애국심, 능력, 공약 등등을 논리적으로 잘 설득하는 후보가 신뢰성에서는 점수를 많이 따는 것 같지만, 인간이란 게 참 이율배반적이어서 감정적으로는 내심 언짢아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꼰대처럼 자기를 가르치려 드는 걸 매우 싫어한다. 지배만 받던 천민 콤플렉스 때문이다. 물론 본인들은 그게 자존심 혹은 주체성인 줄 착각하고 펄쩍 뛰지만.
 
그때 만약 다른 후보를 선택했더라면?
 
부화뇌동 잘하고 선동에 잘 넘어가는 유권자들, 그동안 뽑은 대통령들이 과연 얼마나 국민들을 만족시켰던가? 만약 그때 반대쪽 후보를 선택했더라면 좀 더 나았을까? 글쎄? 그렇다한들 보나마나, 이번 대선에서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똑똑한 후보보다 덜 똑똑한, 그래서 나와 왠지 가까운 듯한 그런 야성이 강한(순수한? 실은 무식하고 무책임한) 후보를 고를 것이다. 왠지 그런 후보가 덜 미워 보이니까. 그러다 보니 반대쪽 후보가 괜히 미워진다. 그 ‘왠지’가 사람 잡고, ‘괜히’가 나라도 잡지만, 아무튼 선거철만 되면 손가락이 ‘썸’을 탄다.
 
지성과 야성을 두루 갖춘 후보를 기대하기는 언감생심이지만, 돌이켜보면 그때 만약 그 후보를 선택했더라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차마 이 모양 이 꼴로 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 후회가 남는 인물이 한 분 생각난다. 안타깝게도 두 번이나 그 기회를 놓쳤었다. 어차피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그랬더라면 최소한 품격은 건졌을 텐데….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속았다고들 한탄하지만, 기실 자기를 속이고 자신에게 속은 게 아닐는지?
 
아무튼 작금의 한국에서 선동질을 할 줄 모르는 정치인은 절대 최고지도자에 못 오른다. 그런 인물은 지자체단체장이나 여의도 닭장 안에서 닭싸움에나 열중할 일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야성이 부족한, 선동이 먹히지 않는 이미지 때문이겠다. 안철수와 같이 촉매제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으로 한국 사회가 야성의 상실 시대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지성의 시대도 아니다. 한 마디로 ‘어설픈 야만의 시대’다. 해서 모조리 어설픈 후보들 밖에 없는 것이다.
 
주동의식이 곧 주인의식이다. 주인장 마인드, 주인장 매너를 지닌 사람은 절대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다. 머슴의 선동에 넘어가는 주인은 주인이 아니다. 양반도, 선비도, 신사도 아니다. 같은 머슴들이다. 무식을 순진함으로, 호불호(好不好)를 이성적 판단으로 착각하는 무지함. 그걸 우리는 천박함이라 부른다. 언제쯤 우리도 민노주의(民奴主義)가 아닌 진짜 민주주의(民主主義) 한 번 해볼 수 있을까? 촛불 들고 태극기 들고 몰려나간다고 ‘민주(民主)’ 아니다. ‘행동하는 지성’이 진짜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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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1/29 [08:06]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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