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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과 태권도, 왜 비판해야 하는가?
<태권도의 발전방향과 국기원> 6
 
이창후 박사(서울대 철학과) 기사입력  2012/04/06 [01:30]
▲ 이창후 박사(서울대 철학과)
태권도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다. 그것은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잘못된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권도와 국기원에 대한 비판의 필요성은 거기에서 좀 더 나아간다. 그것은 우리에게 매우 큰 문화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태권도는 방안에 오래 전부터 걸려 있던 1000년 묵은 고서화와 같다. 게임기를 가지고 노는 아이는 알아보지 못하지만, 미술상에 내 놓으면 수억 원을 받을 수 있는 국보급 서화 말이다. 그렇게 태권도는 우리 자신이 가장 잘 느끼지 못하면서도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이제는 너무 진부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작은 재주와 행운을 즐거워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성실과 정당한 노력에 대한 보상이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혹은 화장으로 치장한 낯선 미녀에 호감을 갖던 사람이 결국에는 어머니가 누구보다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처럼 그렇게, 많은 현명한 사람들은 낡아 빠진 태권도의 가치론에 귀기울여줄 것이라고 믿고 다시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겠다.
 
우리 사회에서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것은 한 사람이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 외국에 나가면 거의 소용이 없다. 특히 미주나 유럽 선진국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은 이렇게 묻는다. “중국 사람이세요, 일본 사람이세요?” 이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알 것이다. 그 이외의 동양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대답하면, 그들의 눈은 마치 우리가 빈국에서 우리나라에 와서 불법 취업한 사람들을 보는 시선처럼 바뀐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경험했다.
 
이런 시선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여러분이 얼마나 한국에서 좋은 직업을 가졌는지, 혹은 많은 공부를 했는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 봤자 그들에게 여러분은 중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태권도를 잘 한다고 말한다면 거의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 그 때까지 한국인이어서 무관심했던 시선이 바로 ‘한국인이기 때문에’ 관심에 찬 시선으로 바뀔 수 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이 아니다. 상대가 무예에 관심을 가진 사람일 경우에만 그러하다. 하지만 걱정 하지 말라. 미국이나 스페인과 같은 서양 선진국일수록 대개 10명 중 1명 정도는 태권도를 수련했거나 다른 동양 무술에 관심을 가지고 수련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을 적어도, 다른 선진국에서 온 친구만큼이나 관심 있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봐 줄 것이다.
 
이 얘기를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문제는 말로만 전해 들었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현실에서 그것을 체험한 사람만이 그 가치를 절절히 느낀다. 그래서 외국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청소년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태권도를 배우고자 한다. 모 대학 교수는 다른 학술 대회에서는 존중받지 못하다가 태권도 학술대회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태권도학과 교수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는 다시금 태권도의 문화적 가치를 절실히 느꼈다고 필자에게 토로한 것도 보았다. 물론 필자 역시 여러 외국에 태권도를 가르치러 다니면서 항상 경험하는 일이다.
 
지난 10년 간 한국 사회에서는 한류의 성공으로 들뜨기 시작했다. <겨울연가> 이후로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가 아시아 전역을 휩쓸다가 중동으로 퍼져나갔는데 지금은 K-팝이 프랑스와 같은 문화선진국을 달구고 있다. 하지만 대략 30~40년 전에 이미 태권도가 이와 같은 한류를 이끌었다. 이것은 『한국 무술, 미 대륙 점령하다』(이호성 저)라는 책과 같은 실화에서 흔히 확인할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그 가치는 통계로 잡히기 때문에 정치적 권력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이동해도 각 정권들은 변함없이 문화․체육 정책에서 태권도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 물론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 이 이야기조차 진부할 것이라고 필자는 예상한다. 그렇다. 그렇게 당연하게 태권도는 우리 문화에서 가장 힘 있는 문화유산이며, 가장 잠재력 있는 문화유산이다.
 
문제는 그런 태권도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쇠퇴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외국에서 어떤지 알아볼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 태권도가 어떻게 발전하는지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종주국이기 때문이다. 종주국에서 태권도가 망가진다면 전 세계에서 태권도가 한국 문화로서 갖는 가치는 결국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그 때가 언제냐 하는 문제만이 남을 뿐이다. 태권도가 어떻게 쇠퇴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물을 필요가 없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태권도에 대해서 어떤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당신 주변의 사람들이 어떤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만을 보면 된다. 하루 이틀 체험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는가? 태권도 발전을 위해서 누가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가? 우리 모두가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부분에서는 국기원과 같은 태권도 기관의 정책과 의식수준이 중요하다. 국기원에 부처장들이 술배가 나와서 기본 발차기도 시범 보일 수준으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며, 그런 사람들이 책상에만 앉아서 골프 이야기를 하다가 업무 시간에 맞추어 태권도 품새 규정을 제정하고 태권도 경기 규칙을 바꾸는 상황에서 태권도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 몇몇 부처장들이 월단해서 경력을 만들고 그것을 아는 다른 사람들이 같이 쉬쉬하면서 덮고 넘어가는 상황에서 태권도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여러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비판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태권도 단증을 따느라고 승단비를 냈다면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그들에게 똑바로 하라고 말하고, 그들의 잘못에 대해서 쓴 소리를 할 자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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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4/06 [01:30]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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