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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품격사회’로 가는 성장통인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이익’ 확보가 아니라 ‘가치’ 추구여야
 
신성대 주필(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기사입력  2017/03/16 [09:37]
▲ 신성대 주필     © 한국무예신문
고도경제성장, 민주화, 그리고 지금은 인권을 화두로 물고 늘어지는 한국인들이지만 ‘인간존엄성’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가져보질 못했다. 그러다 보니 남부러운 경제성장도 왠지 불안하기 짝이 없고, 민주니 인권이니 하는 것에도 그다지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늘어난 소득만큼, 높아가는 빌딩만큼 불신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뿌리 깊지 않은 나무! 한국인들은 바람에 쉬이 넘어진다. 돈이 없다고 쉬이 나쁜 짓을 하거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해버리는가 하면, 어떤 이는 너무 많은 돈 때문에 망가진다. 또 판검사, 의원, 교수, 교사, 의사, 연예인 등 부러울 것 없는 명예와 지위에도 불구하고 불의, 부정, 청탁, 뇌물과 쉬이 타협하고 돈(錢)질, 갑(甲)질, 성(性)질 따위로 엎어진다. 인간존엄성에 대한 확신을 가졌더라면 차마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헌재의 탄핵 인용에 불복할 뜻을 밝힌 박근혜 전 대통령. 나라꼴이 이 지경이 되도록 구렁텅이에 몰아넣고도 어쩌면 저토록 ‘자기’만을 생각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아무래도 정신감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그의 멘탈리티에 의구심이 간다. 어쨌든 세계인들은 한국인들이 이번 대통령 파면을 통해 민주주의를 한 계단 더 성숙시켰다지만 실은 그보다 훨씬 더 귀중한 가치가 있는 사건이다.
▲ TV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선고를 보고 있는 시민들. 2017. 3. 10. [연합뉴스]  

“유죄 확정된 것이 단 하나도 없는 판에 탄핵 결정!” “정치적 판단!” “여론 재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그를 따르는 많은 친박(親朴), 종박(從朴) 시민들은 재판관 전원일치 탄핵 인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복하겠다고 나섰다. 당연지사! ‘승복’을 모르는 한 많은 한민족이 아니던가! 한국적 앙시앵레짐형 불구지성들의 한풀이 겸 뒤풀이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이미 기차는 떠났다.

사실 일부 진보적인 법조인들조차도 의외로 받아들일 정도였으니, 개화 이래 성문법이라는 닫힌 법과 제도 안에서 “법대로!”를 외치며 살아온 한국인들에겐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렇지만 헌재의 판결은 드디어 대한민국이 성문법[대륙법]의 경계를 넘어뜨리고 관습(헌)법적[자연법적, 영미법의 형평법적] 영역으로 한걸음 내디딘 것으로 크나큰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존엄성에 대해 성찰 부재가 빚은 갑질, 그리고 탄핵

예전에 헌법재판소장 후보에 올랐다가 낙마한 전 아무개 재판관에게 어느 기자가 “이석연 변호사가 수도 이전 금지의 근거로 관습헌법을 들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그녀는 “그런 말이 있는지 들어 본 적도 없다.”고 잘라 말하며 관습헌법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노무현 측 인사로 알려져 있다. 명색이 진보적 성향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생각이 그 정도였다.

법을 해석·집행하는 사람이라면 실정법과 인간 존엄성이 충돌할 때 어느 편에 서야 할지 깊이 고민하게 마련이다. 하여 실정법을 어겨야 할 때 자연법이나 관습헌법을 성찰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법이나 규정이란 것도 결국은 인간 존엄성 확보에 있고, 따라서 인간 존엄성을 위해서라면 실정법에 우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선진사회 시민들의 사고인 것이다. 봉건적 구악(舊惡)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새 법적 사고의 지평선’ 법원(法源)을 추구하는 진지한 모색을 전혀 이해 못하는 한국지식인들은 이번 기회에 관습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오늘의 사태를 예견한 《품격경영》

‘내친 김에 짚고 넘어가자. 지난 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소수의견 공표금지를 조건으로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당시 국민들의 법 정서상 현실적으로 탄핵이 애초 불가능한 마당에 그로 인한 후유증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소수의견 공표금지는 엄연히 위헌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그 소수의견을 공개해야 마땅하다. 그러지 않으면 누군가 위헌 소송을 내어 공개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이기도 하지만 그 학습 이후에도 오늘날까지 무대책 상태로 지속되어온 ‘한국’ 대통령의 독재적 일탈을 막기 위함도 있다. 하여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의 독재적 리더십 DNA를 극복하지 않는 한, 총리와 장관 등 소위 헌법기관들이 헌법제정 당시 입법자들이 당초 부서권(副署權) 등으로 심어놓은 대통령 전횡 견제장치가 존재하는지조차도 몰라 제 역할을 계속 방기할 경우 모든 대통령이 자신에게도 그 소수의견에 설파된 근거로 탄핵이 들어오고 국민의 법 정서가 선진화된 때에 이르러선 탄핵결정사태가 쉬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신성대 지음,《품격경영》483쪽, 2014년 발행-

닫힌 법, 닫힌 사고로는 문화 창조 불가

대륙법이 닫힌 법이라면 영미법은 열린 법이라 할 수 있다. 가령 누군가 법조항에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 업종을 만들어냈다고 하자. 이때 한국에서라면 당연히 영업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불법이다. 그에 해당하는 법 규정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미법에서는 그 반대로 누구든 자유롭게 영업해도 된다. 동양의 침술이나 대체의학에 대해 서구에서 별달리 제재를 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 닫힌 법 안에서는 창조적 발상이 거의 불가능하다. 선도적 문화 창조를 해낼 수가 없다는 말이다.

10여 년 전 외교관이었던 부모를 따라 유럽 등지에서 공부를 한 한국 학생이 영국의 어느 유명대학 대학원에 입학서류를 내었다. 헌데 바쁜 일정 때문에 미처 접수기간 내에 서류를 다 준비하지 못했다. 이미 틀렸다 생각했지만 이왕 준비했던 서류라 그냥 발송해버렸다. 헌데 한참 후 합격 통지가 날아와서 무사히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담당 교수가 뒤늦게 도착한 입학 서류를 보고 이 정도 실력과 스펙이면 훌륭한 학생이니 꼭 제자로 삼고 싶다고 해서 교수 직권으로 입학을 허락한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 그랬다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부정입학으로 그 교수는 당장 학교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한가? 실정법을 따르는 대륙법적 사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자연법(관습헌법)을 따르는 영미법적 사고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입학시험을 치르는 목적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입학원서 접수기간을 두었다지만, 그 기간은 편의상 정한 것일 뿐 그것이 우수 학생을 뽑는데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품격의 가치’에 눈 떠야 선진시민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보충의견도 있었지만, 기실 그런 ‘이익’보다는 ‘가치’, 그러니까 ‘인간 존엄성 확보를 위한 진일보’에 방점을 찍었어야 했다.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대신 ‘헌법적 가치의 심대한 훼손’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판결문이다. 그랬더라면 진정한 의미에서 ‘조선역사상일천년래제일대사건(朝鮮歷史上一千年來第一大事)’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되었을 것이다.
 
인간존엄성이 확보된 사회가 곧 품격사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잘못은 무매너, 저품격으로 인간존엄성과 국격을 심대하게 훼손시켰다는 것이다. ‘책임은 있지만 잘못은 없다’는 변명은 몰염치다. 그가 만약 ‘품격’이란 단어만 알았더라면 촛불이 타오르기 전에 진즉 자진사퇴했을 것이다. 헌재의 전원일치 탄핵 인용은 ‘법대로’ 따질 가치조차 없는 ‘저속성’에 대한 꾸지람이다.

인간존엄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없는 민주주의, 평화주의, 인권주의가 어떤 것인지를 온몸으로 겪어 온 이 시대의 한국인들. 모름지기 이번 탄핵 사건은 대한민국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획득한 더없이 소중한 ‘경험적 가치’이다. 단순히 정치적 교훈으로만 삼을 것이 아니라 이 민족이 구습의 낡은 틀을 깨고 날아오르는, 닫힌 세계관에서 열린 세계관으로 의식 전환하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하리라. 글로벌 매너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도 바로 인간존엄성 확보에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품격경영’이 그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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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3/16 [09:37]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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