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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수원노인(隨園老人)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5/3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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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     © 한국무예신문
청대의 옹정과 건륭 시대에 고루한 전통 관념에 반발하면서 개성의 해방을 표방한 성령파(性靈派)라는 새로운 문예사조가 등장했다.

대표적 문인인 원매(袁枚)는 진사시에 합격하여 몇 곳의 지현을 역임하고 사직한 후 남경의 서쪽 소창산에 수원(隨園)을 짓고 수원노인(隨園老人)이라고 자칭하며 명사들과 시를 읊었다.
 
당시 나이는 고작 39세였는데 노인이라고 자칭한 것은 노인과 다름이 없다는 자조였다. 그의 은거생활은 자유와 낭만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일관됐다. 원매는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함께 시와 노래를 즐겼다.
 
주위에 수많은 여성 제자들을 두고 수원여제자시선이라는 시집까지 간행하자 사람들은 경박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의 시는 그러한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진지하고 소박하다.
 
원매는 문학 외에도 철학, 사학, 정치, 경제, 법률, 교육, 민속, 식품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을 연마했다. 그의 박학다식은 춘일잡시(春日雜詩)에서 묻어난다.
 
천지홍우만중연(天地紅雨萬重煙), 화출시인득의천(畵出詩人得意天).
산상춘운여아나(山上春雲如我懶), 일고유숙취미전(日高猶宿翠微巓).
하늘과 땅에 내리는 붉은 꽃비는 몇 겹의 구름과 같고,
그림 속에서 뛰어나온 시인은 하늘을 얻은 것처럼 기고만장하다.
산 위의 봄 구름은 나처럼 게으르고,
중천에 높이 솟은 해는 아직도 취미정 꼭대기에서 낮잠을 잔다.


당시 중국 시단은 양대 문파로 나누어졌다. 성령파와 대립하는 다른 일파는 심덕잠(沈德潛)를 수장으로 하여 온유하고 두터운 시론과 복고주의적인 격조설(格調說)을 주창했으며, 고증학을 중시하여 우리나라의 추사 김정희와 가까웠던 옹방강(翁方綱)은 고증학을 바탕으로 한 기리설(肌理說)을 주창했다.

옹방강은 당시 시단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지만 이 두 파와 정족지세를 이루었다. 이밖에도 왕사정(王士禎)은 신운설(神韻說)을 주장하여 영양이 나뭇가지에 뿔을 걸 듯 종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의 독특한 시상을 중시했다.
 
청대의 시가 나름대로 가치를 지니게 된 배경에는 이들이 활발히 펼쳤던 선의의 경쟁이 있었다. 그러나 정통문학을 자처한 복고파의 위세에 몰려 원매는 문단의 이단아가 됐다.

인재를 사랑했던 원매는 신세대에게 관심이 많았다. 후배들이 훌륭한 시를 지으면 아낌없이 칭찬했다.

하루는 단교를 한가롭게 거닐던 원매가 길을 묻는 소년을 만났다. 소년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원매가 이유를 묻자 소년은 평호(平湖)의 수재로서 항주에 시험을 보러 왔는데, 도둑을 만나 가진 것을 모두 잃었다고 대답했다.

원매가 낙화(落花)라는 제목으로 시를 지어 보라고 권했다. 수재는 즉시 시를 읊었는데 그 가운데 두 구절이 절묘했다. 원매는 그를 집으로 데려가 시험을 보도록 돌보았다.

입궁자아연성개(入宮自訝連城价), 실로편다절대인(失路偏多絶代人)
궁궐에 들어와 늘어 선 성곽을 보고 놀라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훌륭한 분을 만났네.


원매의 문학사상과 작품에는 일정한 특색이 있다. 그가 복고적 전통문학에 충격을 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삶과 관련된 자질구레한 사실들을 노래했다.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치열한 사상이 결핍됐기 때문에 노신(魯迅)은 이렇게 비판했다.

“원매는 비단 홑저고리를 입고 소소소(蘇小小)와 친하게 놀면서 한가로운 생활을 즐겼지만 참으로 무료했을 것이다.”

원매가 무료했다면 노신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분주했을 것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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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31 [10:12]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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