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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여진족고(女眞族考)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6/12 [13:15]
▲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대부분의 기록에서는 금을 세운 여진(女眞)의 선조는 말갈(靺鞨)에서 나왔다고 한다. 말갈은 본래 물길(勿吉)이라 불렀다. 물길은 옛 숙신(肅愼)이다. 동한시대에는 읍루(挹婁)라고 불렀다.

북위시대에 물길은 속말(粟末), 백돌(伯咄), 안거골(安車骨), 불열(拂涅), 호실(號室), 흑수(黑水), 백산(白山) 등 7개 부족이 있었다. 수대에는 7개 부족을 모두 말갈이라 불렀다. 당대 초기에는 흑수말갈과 속말말갈만 남고 나머지 5개 부족은 사라졌다.

속말말갈의 시조는 원래 고구려에 부속된 대씨(大氏)였다. 고구려가 망하자 속말말갈은 동모산 일대를 차지하여 발해를 세우고 왕이라 칭하며 10세대를 잇는 동안 문자와 예악과 관부와 제도가 있었으며, 5경(京), 15부(府), 62주(州)를 설치했다.

흑수말갈은 숙신에 살았다. 동으로 바다, 남으로 고구려와 인접했다. 15만의 병사로 고구려를 도와 당태종과 대적했으나 안시성에서 패한 적이 있었다. 당현종 시대에 당에 귀속됐다가 발해가 강성해지자 발해에 복속하고 당과의 관계를 끊었다.

오대시대에 거란이 발해지역을 모두 점령하자 흑수말갈은 거란에 복속됐다. 남쪽 거란의 영토에 사는 흑수말갈인은 숙여직(熟女直)이라 불렀으며, 거란의 영토에서 벗어난 북쪽의 거주자들은 생여직(生女直)이라 불렀다.

생여직 땅에는 혼동강(混同江), 장백산(長白山)이 있으며, 혼돈강은 흑룡강(黑龍江)이라고도 부른다. 백산과 흑수라는 명칭은 여기에서 유래됐다.

여진의 기원은 단일기원과 복합기원설로 양분된다. 부사년(傅斯年)은 금사와 송막기문을 근거로 여진은 숙신의 한 갈래로 동북의 여러 민족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며, 이 종족은 말갈족이 성장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말갈족 이전에 동북에 있던 예맥(濊貊)은 여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육불도 이 의견에 동조했다. 그러나 일본의 도엽군산(稻葉君山)은 여진을 발해의 유민과 흑수말갈이 결합된 민족이라고 주장했다. 조진적(趙振績)도 여진은 오고부(烏古部), 고구려의 유민, 흑수말갈이 융합된 민족이라고 했다. 김위현(金渭顯)도 요금사연구에서 이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특히 12세기 초에 갑자기 강자로 등장한 여진의 핵심인 완안부(完顔部)는 신라인 또는 고려인이 주축이었으므로 이들이 동북 지역의 여러 민족을 통합하고 여진이라는 새로운 부족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훗날 여진족이 이 지역에서 여러 민족을 통합하고 만주족이라는 새로운 민족을 형성한 것과 유사하다.

12세기 초에 여진족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그들은 불과 12년 동안에 동북의 여진족을 통일하고, 강력한 경쟁자 요를 멸망시켰으며, 중원의 송을 압박하여 개봉을 점령하고 휘종과 흠종 부자를 생포하여 중원왕조에게 최대의 치욕인 ‘정강의 치’를 안겨주었다.

반독립국 상태였던 이들이 동북지방을 석권하고 중원의 회수 이북을 차지한 역량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탁월한 군사적 능력과 고도의 통치력도 있었지만, 불길처럼 일어나는 유목민족의 기질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후대에 같은 북방계 민족으로 중원을 지배한 몽고와 만주도 이들의 사례를 충분히 흡수했다.

여진이라는 명칭은 요사 본기에 처음 등장한다. 여진의 한문식 표기는 여정(女貞), 주리진(朱里眞), 여진(慮眞), 주아차(主兒扯), 주리선(朱里先), 철아적(徹兒赤), 주선(主先) 등이다. 번역과정에서 생긴 오역이 많다. 여진의 만주어 발음은 주션(Jusen)으로 조선의 우리말 발음과 유사하다.

이성계가 새로운 왕조를 세우고, 사대외교의 대상인 명에 국호를 정해달라고 제시한 화령(和寧)과 조선(朝鮮)은 그의 출신이 여진족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화령은 이성계의 고향 영흥의 옛 이름이고, 조선은 고조선을 잇는다는 의미라고 하지만 선조가 여진의 땅에서 살았던 그로서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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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6/12 [13:15]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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