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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필부지지(匹夫之志)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7/0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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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양호(羊祜, 221~278)는 태산 남성 출신으로 자가 숙자(叔子)이다. 서진(西晋)의 유명한 전략가, 정치가, 문학가로 손오를 멸하고 삼국시대의 분열국면을 마무리하는 데 실질적인 공을 세웠다.

9세조부터 2천석 이상의 고관을 배출한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는 청렴하고 정직했다. 어머니는 후한의 대유학자이자 문학가인 채옹의 딸 채정희(蔡貞姬)로 조조가 아꼈던 채문희(蔡文姬)는 이모이다. 아내는 조위의 중신 하후패(夏侯覇)의 딸이었고, 누이 양휘유(羊徽瑜)는 사마사(司馬師)의 아내인 경헌황후이다.
 
일찍이 권력을 다투던 조상(曹爽)과 사마소(司馬昭)가 여러 차례 불렀지만 거절했다가 나중에 조정이 정식으로 임명하자 비로소 관직을 받았다. 훗날 형주에서 동오의 마지막 명장 육손(陸遜)과 대치할 때 진무제 사마염(司馬炎)이 거기장군, 개부의삼사로 임명했다. 삼공과 대등한 자위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사양하다가 받았겠지만 그는 정중히 거절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공손한 마음으로 은총을 내린 조서를 보았습니다. 신을 삼공과 동등하게 뽑아주셨습니다. 신은 출사한 이래 오랫동안 내외에서 중임을 맡았습니다. 관직은 빛나고 중요했지만 늘 재능이 미치지 못하여 과분한 은총을 감당하지 못할까 밤낮으로 두려워했습니다.
 
품덕이 모자라 인심을 얻지 못하는 사람을 고관으로 임명하면 유능한 사람의 진로를 막고, 공업이 없으면서 남보다 후한 봉록을 누리면 신민이 국가를 위해 힘을 다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신은 외척입니다. 맡은 일의 성패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므로 과분한 은총이 두렵고 조정에 누를 끼칠까 걱정입니다.
 
폐하께서 신에게 지나친 영예를 주시니 무슨 공이 있다고 감당하겠으며, 어떻게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고관이 되면 얼마 후 아래로 떨어져서 언젠가는 선조의 묘당을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게 될 것입니다.

황명을 거역하면 천자의 위명을 범하게 되지만, 마음을 바꾸어 명에 따르는 것도 이렇게 어렵습니다. 옛 사람은 나아갈 수 있을 때 나아가고, 나아갈 수 없을 때 멈추는 것이 대신의 절도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신은 소인배에 불과하지만, 선배의 경고와 올바름을 잊지 않습니다. 지금 천하가 진에 귀복한 지 이미 8년이 지났습니다. 천자께서는 비스듬히 앉아서도 현명한 인재를 널리 구하셨으니 시골의 하찮은 인물마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은 유덕한 인재를 천거하거나 공을 세운 사대부를 끌어들이지도 못했습니다.
 
폐하께 신보다 훌륭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하지 못했고, 인재가 관직에 들어오게 하지도 못했습니다. 부열(傅說)과 같은 현인이 담장 속에 숨어 있어도 조정의 눈밖에 있으며, 여상(呂尙)과 같은 재사가 시장에서 도축을 하거나 낚시를 하고 있는데도 조정에서는 부르지 않고 있습니다. 누구도 신을 등용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지 않으며, 신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이는 너무도 큰 손실이 아니겠습니까?

신은 궁색하게 오랫동안 관직을 차지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문무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또 재상과 동등한 고위직을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신의 좁은 안목으로도 광록대부 이희(李熹)는 품격이 고아하고, 행위는 공정하고 정직합니다. 광록대부 노지(魯芝)는 깨끗하고 욕심이 적으며 사람들과 부화뇌동하지 않습니다. 광록대부 이윤(李胤)은 청렴하고 성실하여 국가를 위해 전력을 다하면서도 어지간한 일에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내외의 요직을 두루 맡았지만 가난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모두 저처럼 총애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이 그들을 넘어선다면 어떻게 천하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어떻게 해와 달을 바라보겠습니까? 신은 신하로서의 절조를 지키기로 결심했으니 고위직을 원하지 않습니다.
 
지금 천하는 아직도 통일로 가는 길이 뚫어지지 않았습니다. 변방에서 전쟁이 발생할 때 원래의 직무를 다하게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신은 빨리 형주로 돌아가 둔전을 개간하고 변경을 지키겠습니다. 경성에 오래 남아 있으면 적에 대한 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없습니다. 필부의 뜻이라고 아무 때나 억지로 꺾을 수는 없습니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이 없음을 한탄하는 그가 필부라고 할 수 있을까? 관직은 다투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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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7/05 [15:37]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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