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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묘서동면(猫鼠同眠)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8/0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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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하급자는 상급자와의 좋은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급자의 영욕이 상급자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급자의 종류는 다양하다. 출세를 목표로 뒤통수치기를 능사로 삼는 자는 뇌물로 부탁하거나 사사로운 정에 매달린다.

가르침을 청하며 겸손하고 후덕한 척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예의와 염치가 무엇인지 도대체 알지 못한다. 부나방처럼 세력에 빌붙고, 호가호위하면서 군주나 상사의 잘못을 방조하고, 양심까지 파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런 자들은 술책에 능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쉽게 속인다. 진심을 예측하기는 어렵고 간사하기가 이를 데 없지만 명성을 날리기도 한다.
 
하급자는 상급자에게 미움을 사지 않거나 총애를 받기 위하여 애를 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손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이론적으로는 수단을 잘 부리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상사에게 호감을 잘 준다. 그러나 염치도 양심도 없이 다른 사람의 이목을 잘 속여서 명성을 얻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자신의 인품을 떨어뜨리고 비열한 짓을 일삼다가는 위험한 지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상급자는 이익을 제대로 챙기지를 못한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책임을 지는 경우도 적다. 상급자는 이익과 만나는 기회가 적어서 일시적인 이익의 대부분은 하급자가 챙긴다.
 
하급자는 기회를 놓치더라도 또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가 있다. 그러나 상급자는 직접적으로 책임질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하급자에게 문책을 할 수가 있다. 역사를 보면 가벼운 죄는 파면으로 그치지만, 무거운 죄는 가족들의 목숨까지도 잃는다.
 
상급자와 하급자는 마치 고양이와 쥐가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것과 같다. 묘서동면(猫鼠同眠)은 상급자와 하급자가 불안하게 평화공존을 하고 있는 상황을 가리킨다.
 
고대의 관직에 대한 관리제도는 그리 엄격하지 않았다. 느슨한 관리제도가 군주의 총명함을 가리고, 사악한 모략을 일삼는 온상이다. 그러나 이런 짓은 부나방이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관직에 대한 관리제도가 아무리 느슨해도 결국은 위험과 가시넝쿨에 걸리고 만다.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는 오로지 백성들의 행복을 위해 힘쓰며, 충심을 다하는 길 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전제주의 정치체제에서는 건전한 법과 제도가 생성되지 못하고 인치가 주도했다. 관리들은 내가 살아야 정치도 있으며, 정치가 있어도 내가 망하면 정치도 망한다고 생각했다.
 
모순과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로 점철된 이러한 관직사회에서는 제도보다 인간관계가 중요시되었다. 그러므로 이익을 추구하고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관직을 좌지우지하는 권리를 가진 상급자와의 인간관계를 절대적으로 무시할 수가 없었다.
 
비교적 명확한 규정은 하급자의 잘못에 대해 상급자도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급자는 하급자의 문제를 덮어 주거나 축소시키기도 했다.
 
연좌제도 덕분에 하급자는 상급자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상급자의 진의를 모르는 하급자는 항상 상급자에 대한 방어책을 준비해야 한다. 해칠 마음은 없더라도 최소한 방어할 마음은 가져야 했다.

방어만으로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때로는 공격적이어야 한다. 상급자에게 뇌물을 주거나 그의 은밀한 약점을 잡아서 칼자루를 쥔 다음, 상급자가 자기를 하찮게 여기지 못하도록 은근히 위협할 수도 있다.
 
하급자로부터 위협을 받은 상급자는 미소를 머금지만 마음속으로는 불안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상급자가 어떻게 하급자를 문책했겠는가? 그러나 공격적인 방법은 서로가 위험하다. 상급자가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적당한 기회에 하급자를 구렁텅이로 밀어 버렸다.
 
하급자도 마찬가지로 자기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자기가 장악한 상급자의 약점을 공포하는 선제공격을 한다. 그렇게 되면 상급자도 곤경에 빠진다. 지금이라고 이러한 관계가 달라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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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8/03 [09:49]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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