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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연애감상(戀愛感賞)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8/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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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파주송춘춘불어(把酒送春春不語), 황혼각하소소우(黃昏却下瀟瀟雨).
술잔 들어 봄을 보내지만 봄은 말이 없고, 황혼 무렵 주룩주룩 비만 내리네.


송의 여류시인 주숙진(朱淑眞)이 지은 단장사(斷腸詞) 가운데 한 구절이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소쩍새(杜宇)이다.

두우는 자규(子規)라고도 하며 항상 봄날 깊은 밤중에 구슬피 우는 새이다. 소쩍새를 두견이라고도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두견은 두견이과에 속하는 뻐꾸기와 비슷한 새로 낮에만 운다. 소쩍새는 부엉이과에 속하며 밤에만 운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이유는 진달래 때문이다. 진달래의 별칭이 두견화이기 때문에 두견이 울며 흘린 핏방울이 진달래로 피어난다는 전설과 혼동한다.

소쩍새의 울음소리는 비단을 찢는 듯이 날카롭고 애절하여 원한을 품은 여인의 애절한 울음소리와 같다. 주숙진의 단장사는 소쩍새의 울음소리와 같다. 육유의 작교선(鵲橋仙)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임앵소연총무성(林鶯巢燕總無聲), 단월야상제두우(但月夜常啼杜宇).
숲속 꾀꼬리도 둥지의 제비도 울지 않는데, 달밤에는 늘 소쩍새가 운다.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을 통해 애절한 감정을 삭였다. 봉건시대 여인들은 예교의 육중한 속박 때문에 공개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본능을 어떻게 억누를까? 기쁨과 즐거움도 참기가 어려운데, 슬픔과 분노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더구나 사랑으로 인한 슬픔과 원한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주숙진은 거침없는 사랑을 대담하게 문학작품으로 표현했다. 고대 여류작가 가운데 그녀처럼 대담한 사람은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이청조(李淸照)라는 여류시인이 있었다. 그녀는 사론(詞論)에서 북송의 대표적인 작가들을 하나씩 통렬하게 비판했다. 여류문학가들이 그녀에게 열광하는 이유이다.

이청조의 작품은 주숙진에 비해 훨씬 순화된 맛이 나지만 그만큼 야하지는 않다. 주숙진의 평생 사적은 몇 가지만 간단하게 남았다. 대부분의 중국문학사에도 그녀에 관한 자세한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숙진은 부모의 뜻에 따라 원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을 했다. 민감한 이 여류시인은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하루 종일 나직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보통 남자라면 주숙진과 같은 아내와 지낸다는 것이 괴로울지도 모른다.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처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여성도 평범한 남자를 만났기 때문에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했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아내를 감당하지 못하는 남편은 나름대로 불만을 품을 수도 있다. 남편은 결국 그녀를 버리고 자신의 즐거움을 찾아 떠났다. 그녀는 남몰래 누군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단장집에 수록된 여러 편에서 정이 떨어진 남편보다는 다른 정인을 그리워한 흔적이 있다. 그녀는 그와의 다정한 장면을 청락평(淸樂平)이라는 작품에 남겼다.

“괴로움이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그는 내 곁에 이슬처럼 아주 잠깐 머물렀다. 손을 잡고 연꽃이 핀 호숫가를 걸을 때 한순간 하늘이 맑아지더니 다시 실비가 내렸다. 황매가 방그레 웃고 있었다. 아직 숫보기와 같았던 나는 사람들의 시샘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옷을 입은 채로 그의 품안에서 잠이 들었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그의 곁에서 마음껏 늘어진 모습으로 화장을 하고 싶었다. 세월은 바람처럼 흘러 어느새 3월 말이 되었다. 더 붙들고 싶어서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어쩔 수 없다. 들판에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내 근심도 눈물이 되어 흘렀다. 봄밤에 무슨 말을 전하려고, 누군가 북을 두드리는가? 그리움이 더해 까치발로 부탁을 하오니, 내년 봄이여! 부디 매화나무 가지 끝에 빨리 맺혀주세요.”

삼복더위에는 무엇인가 엉뚱한 짓을 해야 한다. 그 가운데 남의 연애를 훔쳐보는 것도 좋다. 감정이라고는 분노만 남은 세상에 사랑보다 좋은 것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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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8/14 [10:31]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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