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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형제지도(兄弟之道)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8/31 [05:07]
▲ 역사칼럼니스트 묵개 서상욱  
명리학에서는 형제를 두 종류로 나눈다. 음양이 달라서 조화를 이루면 서로 돕는 비견(比肩)이 되지만, 음양이 같으면 서로 밀칠 뿐만 아니라 심하면 형제를 죽이기까지 하는 겁재(劫財)가 된다.
 
중국 역사상 대표적인 겁재 관계로 제위에 오른 사람은 수양제 양광(楊廣)과 당태종 이세민(李世民)이다. 당태종은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황제가 됐지만, 수양제는 나라를 망친 폭군이자 혼군이라는 악명을 남겼을 뿐이다. 그러나 제위에 오르기까지 그의 기민한 행동을 보면 그가 과연 무능한 황제였을까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수문제 양견에게는 양용(楊勇), 양광, 양준(楊俊), 양수(楊秀), 양량(楊諒) 등 5명의 아들이 있었다. 양견은 양용을 태자로 삼아 사형을 제외한 모든 것을 관장하게 할 정도로 중용했다. 역사는 양용에 대해 학문을 좋아했으며, 인자하고 후덕한 성품을 지닌 솔직한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찍부터 후계자로 인정받았으므로 너무 자신만만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근검절약을 숭상했던 양견은 새로운 것을 장만하는 것을 유달리 싫어하여 깨진 물건이나 오래된 것도 그대로 사용했다. 보통 때라면 식사를 할 때 겨우 한 점의 고기를 먹었을 뿐이다. 그러나 시기심이 많았고 학문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작은 것에 연연하여 대체를 알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대제국의 황제로서 지나치게 인색했던 것이다.
 
아버지와 달리 사치스럽고 화려한 것을 좋아했던 양용은 말을 천 필이나 길렀다. 아침에 지은 정전(亭殿)을 저녁에 다시 고쳤다. 동지(冬至)에 백관들이 양용에게 조회를 하면 잔치를 크게 베풀어 하례(賀禮)를 받았다. 깃발을 크게 늘어놓고 북을 치는 가운데에서 백관들이 오고 갔으니 시기심 많은 아버지의 의심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세에 밝은 사람들은 양견이 태자를 의심한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그들은 점차 양용을 비방하기 시작했다. 양용의 과실은 날마다 과장돼 황제의 귀로 들어갔다. 양용은 위기에 빠졌다.
 
양광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그럴듯한 행동으로 허명을 얻어서 아버지로부터 신임을 받았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말을 신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양광은 먼저 어머니로부터 호감을 얻기 위해 온갖 모략을 꾸몄다. 그는 양주로 가기 전에 어머니 독고황후를 찾아뵙고 차마 이별할 수 없다는 듯이 눈물콧물을 철철 흘리면서 자리에 엎드려서 일어나지 않았다. 어머니가 덩달아 슬퍼하자 양광은 형이 자기를 얼마나 괴롭히는지 구구절절 늘어놓았다. 독고황후는 눈물을 흘리는 양광이 불쌍했다.
 
어머니의 내원을 얻은 양광은 궁궐 안에서 사람을 대할 때, 귀천을 막론하고 부드러운 안색으로 도탑게 대했다. 그의 지지기반은 나날이 더욱 튼튼해져갔다.
 
양소(楊素)는 문무를 겸전하고 원대한 뜻을 품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양광은 양소에게 속내를 밝히고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었다. 양견을 따라 여러 차례 공을 세운 양소는 누구도 비할 수 없는 당대 최고의 영걸이었다. 그러나 지혜만으로 자립해 인의의 도를 갖추지는 못했다는 비평을 받았던 사람이다.
 
양소도 저울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독고황후를 찾아가 그녀의 속내를 알아냈다. 양광이 태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양광을 태자로 삼는 대공을 세우는 것이 유리했다. 공연히 명분을 앞세워 양용을 지지했다가는 대단히 위험한 지경에 놓일 것이다.
 
그는 가장 안전한 길을 택했다. 양소가 속으로 달콤한 꿈을 꾸게 되자 양광은 드디어 외원까지 얻게 됐다. 그는 안으로는 양용이 부모의 사랑을 잃게 만들면서 어머니의 절대적인 지지를 확보했으며, 밖으로는 양소를 비롯한 군신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어 외원을 확보했다. 양용은 외톨이가 됐다. 양광이 태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형제의 정이란 이렇게 무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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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8/31 [05:07]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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