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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구자소고(苟字小考)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9/20 [11:15]
▲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구(苟)라는 글자에는 상반된 뜻이 있다.

첫째는 대학에서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 즉 진실로 새로울 수 있다면 나날이 새로워야 하고 또 나날이 새로워야 한다고 말한 경우처럼 진실한 마음으로 간절히 바란다는 긍정적인 뜻이다.
 
둘째는 구차하다, 임시방편으로 그럭저럭 행동하다는 부정적인 뜻이 있다. 제갈량이 출사표에서 ‘구차하게 난세에 성명을 온전히 하려고 하지 않았다(苟全性命於亂世)’라고 한 경우이다. 구록(苟祿)은 권력과 후한 녹봉에 유달리 애착이 많아서 어떤 구차스러운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어떤 경우는 집착도 긍정적인 노력이고 어떤 경우는 구차함이 된다. 집착의 목적이 선악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높은 자리나 권세를 차지한 후에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에 집착하여 공익을 도외시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다.

전국시대 송의 군주는 웅칩보(熊蟄父)를 사마로 임명했다. 웅칩보는 사양했다. 송의 군주는 기리(杞離)를 불러서 직위가 너무 낮기 때문이라면 태재로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 기리가 웅칩보를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웅칩보의 하인을 만났다. 기리가 군주의 생각을 전하자 하인이 대답했다.

“저도 주인의 생각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해의 어떤 섬사람들은 뱀을 잘 먹었습니다. 북쪽에 온 그들은 수많은 뱀을 보고 식량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뱀을 잡아서 자루에 넣고 다녔습니다. 나중에 제를 찾은 섬사람들은 융숭한 대접을 받고 답례로 꽃무늬가 있는 큰 뱀을 내밀었지요. 주인이 깜짝 놀라서 도망치자  그들은 선물이 너무 작은 탓이라고 생각하여 더 큰 독사를 주었습니다. 군주께서는 남해의 섬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옛 사람들은 구록을 추구하는 무리들을 경멸했다. 그러한 무리들은 관직사회의 건전한 기풍을 오염시켜 여러 가지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서경 오자지가에서는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은 마음이 허약하다. 겉으로는 대단히 올곧고 강직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속에 항상 부끄러움을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웅(揚雄)이 골치를 썩혀가며 태현경(太玄經)을 지을 때 어떤 친구가 혀를 차며 말했다.

“이 사람아! 요즈음 사람들은 주역조차도 어렵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 책을 쓰고 있나? 나중에 장독대 덮개로라도 쓴다면 다행이겠네.”

그러자 양웅은 해조문(解嘲文)을 지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남이 나누어준 옥이나 움켜쥐고, 남이 준 작위나 향유하고, 남의 명령이나 가슴에 품고 다니고, 남이 준 봉록이나 받아먹는 짓을 하는 사람과 다르다네.”

누구나 전성기일 때 신중하게 자신의 처지를 판단하여 물러날 시기와 장소와 명분을 생각해두지 않으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태양은 중천에 떠오른 후 반드시 서쪽으로 기울고, 달은 보름달이 된 순간에 이지러진다. 모든 사물은 최고 정점에 이르면 쇠퇴하기 시작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전쟁을 위해 공자를 초빙하고 싶었던 공문자가 태숙을 보내 은근히 의사를 타진했다. 공자는 ‘의식에 관한 일이라면 어떤 잔을 사용해야 하는지 조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군사에 관한 일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공자는 즉시 수레를 타고 떠나면서 까마귀도 나무를 골라서 깃든다고 말했다. 맹자는 ‘은거해야 할 때는 은거하고, 출사해야 할 때가 되면 출사한다. 공자는 때를 살피고 세를 헤아렸기 때문에 성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라고 했다.

그러한 공자도 출사한 적이 있었지만, 그가 성인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은 구차하지 않았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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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20 [11:15]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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