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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전쟁철학(戰爭哲學)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9/20 [11:21]
▲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군사는 인류의 특수한 활동 영역이다. 문명과 야만이 교차하는 전쟁사는 상당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엥겔스는 전쟁이 평화에 비해 일찍부터 발달했다고 주장했다. 사유재산제도의 발생은 인류가 계급사회의 문턱을 뛰어넘게 만들었으며, 그와 동시에 전쟁은 인류를 서로 살상하는 괴물로 만들었다.

전쟁은 인류문명사의 각 단계에서 다양하게 벌어졌으며,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사회활동을 능가했다. 무력충돌은 드물었던 것이 아니라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전쟁은 문명을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문명의 발전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고대 중국인들은 무력투쟁은 일상사이지만 태평성세는 얻기 힘들다고 한탄했다.

수천년의 중국사는 유혈로 가득했다. 염제와 황제의 축록전쟁에서 청군이 산해관을 넘어 마지막 봉건왕조를 세울 때까지 역대 왕조는 무력으로 정권을 세웠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영예이지만 패배는 치욕이었다. 국가는 전쟁의 승패에 따라 흥망성쇠를 달리했다.

전쟁은 교전하는 쌍방의 지혜가 응축된 가장 위험한 무대였으며, 참전자의 몽상을 실현하는 장이기도 했다. 전쟁은 흉악하고 위험한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인 잔인성이 여과되지 않고 드러나는 활동무대였다.

상탕이 하걸을 토벌하는 명분을 내세운 탕서(湯誓)에서 제갈량의 감동적인 출사표에 이르기까지 전쟁은 반드시 필요한 사명처럼 미화됐다. 삼국의 각축전에서 송, 요, 금의 각축전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명분과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작업은 예외가 없이 진행됐다. 전쟁의 성질은 달랐지만, 쌍방은 각자의 입장에서 정의와 불의를 엄격하게 구분했다.

각 시대의 모순은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달랐으므로, 각종 형태의 전쟁이 교착했다. 대상과 종류가 현저히 달랐으므로 민족전쟁, 대외전쟁, 농민전쟁 등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군사기술의 발전에 따라 전쟁의 형태도 변했다. 전쟁의 규모, 양식, 수단은 끊임없이 변했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 국방, 군대조직, 훈련, 관리, 작전방식에서 각자의 특성을 갖추었으며, 전략, 전술의 연구와 응용을 통해 각자의 묘수를 찾아내려고 고심했다.

이 과정을 통해 형성된 군사문화 유산은 전쟁의 원칙에 대한 인식은 물론 전쟁의 준비, 통제, 수행에 대한 수많은 경험과 교훈을 제공한다. 군사과학과 기타 학문의 가장 큰 차이는 실천성에 있다. 군사이론은 반드시 피와 화력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의 실천적 점검을 통해 얻어지지만, 일련의 군사이론이 정확하냐의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일부러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통해 연구하고 배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군사역사는 군사이론의 실험실과 같다. 군사에 관한 역사는 군사과학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군사과학은 실험실에서 이론과 가정을 검증할 수 있는 다른 대다수의 과학과 다르다.

군사에 관한 시험은 야전과 훈련이라는 다양한 형식을 이용할 수 있지만, 전쟁의 기본적인 구성요인을 모두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검증을 위해 실전처럼 훈련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탁월한 군사적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전쟁사례를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업적을 통해 자기만의 독특한 지혜와 원칙을 세우는 것은 더 중요하다.

수많은 목숨과 엄청난 자원을 소모하는 전쟁은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전략과 전술을 적용해야 하므로 위대한 군사전문가가 지켰던 원칙과 방법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전쟁은 불확정성과 중복불가능성 때문에 이미 발생한 전쟁을 복제해 미래의 전쟁에 대입할 수 없다. 그러나 전쟁사에 대한 연구에서 그 사례를 분석하는 것이 군사이론연구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수단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가 심각하다. 중요한 것은 전쟁을 원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군사학의 목적은 전쟁을 피하는 것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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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20 [11:21]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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