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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차도살인(借刀殺人)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11/29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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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공격대상인 적의 세력은 분명히 팽창했고, 게다가 다른 적마저 나타났다. 그렇다면 새로 등장하는 세력을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우군이 돼야 할 세력은 명확하게 태도를 결정하지 못하고 동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우군을 끌어들여 적을 제거해야 하고 아군의 전력을 소모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도살인의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관건은 타자의 힘을 이용하는 차(借)이다.
 
중국 고대 병법서 곳곳에서 차를 설명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한 활용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병법원기(兵法圓機) 하권의 차편(借篇)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차는 주로 국내문제를 해결하려고 사방의 이민족을 이용한다는 개념으로 사용됐다. 상대와 호각지세를 이룬 경우 사용하지만 매우 교묘한 계모를 꾸며야 한다. 상대를 죽일 수단이 없으면 적의 칼이라도 빌려야 하고, 재물이 부족하면 적의 것이라도 빌려야 하며, 승리에 필요한 물건이 없으면 적에게서라도 빌려야 하고, 마땅한 장군이 없으면 적장이라도 빌려야 하며, 지모가 없으면 적의 지모라도 빌려야 한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적의 힘을 사용해 실현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적이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내가 가지게 되고 적이 꾸미는 계략도 모두 나의 계략으로 변한다. 나는 직접 나설 필요도 없이 앉아서 구경만 하면 된다. 내가 빌리기 어려우면 그것마저 다른 사람이 하도록 한다. 적은 우리에게 힘을 빌려주고도 칭송받지 못한다. 심한 경우는 적에게 적의 것을 빌리게 하고, 적이 빌린 것을 또 빌려도 적은 내가 무엇을 빌렸는지조차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역사상 차도살인이 사용된 사례는 많았지만 분명히 드러난 것은 드물었다. 조조가 황조(黃祖)의 손을 빌려 예형(禰衡)을 죽인 경우, 동위의 곡율광(斛律光)이 두려웠던 북주의 위효관(韋孝寬)이 노래를 퍼뜨려 위주의 손에 죽게 한 경우, 정환공이 회(鄶)의 군주를 이용해 훌륭한 신하를 죽인 경우, 동한의 왕윤(王允)이 여포(呂布)의 손을 빌려 동탁(董卓)을 죽인 경우는 제3자의 힘을 빌려서 장애를 없앴던 사례이다.
 
창타(昌他)는 서주에서 도망쳐 동주에서 스카웃됐다. 그가 자국의 내정을 폭로할 것을 염려한 서주에서는 재물과 편지를 휴대한 사자를 동주로 파견했다. 편지에는 성공할 가능성이 없으면 이 돈을 사용해 돌아오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또 밀사를 창타에게 파견했다는 정보를 고의로 누설했다. 창타는 첩자로 오인돼 피살됐다.
 
태평양 전쟁이 벌어졌을 때 장개석의 국부군과 공산당의 홍군을 막론하고 많은 군인들이 일본군에 투항했다. 그러자 갑자기 국부군과 홍군의 암호무전이 늘어났다. 무전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비국민 아무개가 도망쳤다. 일본군 점령지역에 잠입해 있는 게릴라는 그를 죽여라!”
 
“구국의 용사 아무개는 목숨을 걸고 적진에 침투했다!”
 
당연히 일본군은 암호문을 해독했을 것이다. 무전에서 욕을 한 자는 스파이였을 것이고, 칭송을 한 자는 투항자였을 것이다. 동위의 승상이었던 곡율광은 뛰어난 인재였다. 그의 능력을 두려워했던 북주의 위효관은 다음과 같은 노래를 퍼뜨렸다.
 
“백승(百升)은 하늘을 날고, 명월(明月)은 장안을 비친다.”
 
곡율광의 자는 명월이고 백승은 1곡(斛)을 가리킨다. 따라서 곡율광이 장차 천자가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또 다음과 같은 노래도 퍼뜨렸다. 
 
“고산(高山)은 스스로 무너지고, 곡수(槲樹)는 스스로 흥한다.”
 
곡수의 곡(槲)은 곡율광의 성인 곡(斛)을 가리킨다. 어린 동위의 군주는 유언비어를 믿고 인재를 죽이고 말았다. 난감한 상황에서는 핵심인물에 대한 제거공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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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29 [04:49]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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