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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부저추신(釜底抽薪)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12/2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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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     ©한국무예신문
상대를 감당할 수 없으면 그의 기세부터 약화시켜야 한다.
 
부저추신은 글자 그대로 아궁이에서 장작을 빼냄으로써 끓는 솥을 식힌다는 뜻이다. 솥에서 물이 끓는 것은 화력 때문이다. 화력이 강할수록 솥 안의 물은 격렬하게 끓는다. 물이 끓을 때는 아무리 식히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아궁이에서 연료를 제거하는 것이다.
 
끓는 물은 위험하다. 그러나 연료 자체가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 불이 붙지 않은 연료에 접근한다고 데이지는 않는다.
 
부저추신이 관용어가 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후한 말에 정국을 뒤흔든 동탁(董卓)도 끓는 물을 멈추게 하려면 장작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제의 역사학자 위목(魏牧)은 장작을 빼내야 꿇는 물을 멈출 수 있고, 풀을 없애려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명의 척원좌(戚元佐)와 청의 오경재(吳敬梓)도 부저추신을 거론했다.
 
성현은 욕망을 금하고 선을 따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현실을 감장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형체와 성질이 비뚤어진다. 폭군은 홀로 욕망을 자제하지 못하고 악행을 저질러 나라와 사직을 망하게 했으며, 제 목숨마저 웃음거리가 되었다.
 
특별한 놀이가 없던 시절에는 ‘그림자밟기’를 하며 놀았다. 간신히 따라붙어서 힘차게 그림자를 밟으면 상대는 재빨리 몸을 굽혀서 그림자를 다른 곳으로 보낸다. 공연히 허탕이기 일쑤였다. 사람을 쫓아가지 않고 그림자만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적의 모략을 분석한다고 표면에 나타난 현상만 따라다니다가는 그림자밟기에 서툰 아이처럼 실패하기 쉽다.
 
기를 빼앗으려면 마음부터 공격해야 한다. 마속은 남만원정에 나선 제갈량에게 마음을 공격하는 것이 상책이고, 성을 공격하는 것은 하책이라고 건의했다. 마속은 직접적인 군사행동보다 정치적 회유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동된 민중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폭발하면 끓는 물보다 더 사납다. 500만표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이명박은 요직에 대한 인사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강풍에 맥도 추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기업가와 행정가로서 대단한 업적을 남긴 그는 스스로 자백한 것처럼 정치적 수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은 권력을 잃은 좌파(?)와 반미주의자들의 선동 때문이라고 매도했지만, ‘촛불’의 종류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을 메운 시위대는 솥 안에서 맹렬하게 끓고 있는 불에 불과했다. 아궁이에서 타오르는 장작 가운데에는 정권교체라는 숙원을 달성하는 데 공을 세웠지만, 새로운 여권의 한 축을 이루고도 인사와 총선공천에서 제외된 박근혜의 지지자라는 장작도 있었다.
 
이명박은 아궁이에서 박근혜라는 장작을 꺼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사코 끓는 솥에 찬물을 붓기만 했다.
 
피렌체의 지배자 코지모 디 메디치는 민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었다. 그를 타도하려면 추방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지만, 민중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그를 함부로 처리할 수는 없었다. 결국 최선의 대안은 코지모를 민중의 지지와 격리시키는 것이었다.
 
디롤라모 사보나롤라가 실각한 후에 피렌체의 새로운 지도자가 된 피에로 소데리니 역시 대중의 지지라는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 ‘공화국의 자유를 열렬히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그는 코지모의 권력이 증대해가는 통로인 민중과의 결합을 차단하고 의회와 위원회에서 변론을 통해 정적을 공격했다.
 
결국 코지모는 실각했고, 소데리니는 공화국과 자신의 공멸이라는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민중의 지지라는 것은 다른 선동가에 의해 쉽게 바뀐다는 약점이 있다. 그의 반대파들은 추방된 코지모의 인기를 이용해 역공을 펼쳤다. 아궁이에서 장작을 빼내려다가 실수로 기름을 붓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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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22 [06:32]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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