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의 안정과 평안을 위해 만들어 놓은 법이 있음을 알지 못해도 선천적으로 법을 잘지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법집행에 강제성이 있음을 알고난 연후에야 법을 준수하는 사람이 있고, 신체를 억압하고 벌금을 부과해야만이 법을 준수하는 사람이 있듯이 사람은 상, 중, 하 세부류의 구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태권도인 역시도 세부류가 존재한다. 태권도를 단지 공격과 방어의 수단으로만 대하는 하등의 태권도인, 태권도 공방의 기술 습득 외에 태권도정신을 통해 그릇된 생활태도와 습관을 올바로 변화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중등의 태권도인, 태권도 수련 및 태권도에 내재된 철학적 가치를 생활화하는 상등의 태권도인이 그러하다.
태권도 도자에 내재된 직直의 사상과 철학은 상등의 태권도인이 되기 위한 삶의 지표라 할 수 있다.
직直자는 갑골문자에 표기된 “굽어지지않은것”을 말함이며, 한자의 해설서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밝힌 대로 “바로 보여지는 것”이며, 주역의 곤과 坤卦에서 말한 “바른 것”을 대표하는 글자이다. 이를 기초로 의미가 확장된 직直이란, 순수하고 맑은 것이며, 공평하고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고, 정직하고 바르고 마땅한 것이며, 굽지않고 굽은 것을 바로잡는 것이고, 곧게 펴고 바르게 보는 것,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신체의 모든 기를 주먹 한 곳에 집중해 곧게 뻗어 지르는 몸통지르기와 신체의 모든 기를 발 끝에 집중해 곧게 뻗어차는 앞차기와 옆차기 그리고 정해진 틀안에서 행하는 품새내 각각의 동작들이 바름과 곧음이 어우러진 신체의 正과 直함의 상태를 대표한다.
태권도 부분 동작과 전체 동작의 수련시 잠시도 벗어나서는 안 되는 신체의 곧음과 바름을 통해 외면을 다스리고, 직直 철학을 통해 정신적 내면을 다스려 심신합일의 直한 삶의 실천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태권도 수양법과 인생관의 핵심이다.
태권도 심신수양법
“인간의 마음인 人心은 온갖 욕망의 유혹으로 인해 위태롭고, 인간의 마음에 내재된 하늘의 道心은 지극히 미약하여 드러내기가 심히 어렵다. 이러하니, 오직 마음을 다해 정신을 하나로 집중하여 中에 머물러야 한다.”(人心惟危,道心惟微,惟精惟一,允执厥中”《尚书·大禹谟》)
이와 같이 옛성인들은 천리의 도덕심을 보전하기 위해선 心의 다스림을 우선으로 삼으라 했으니 태권도인들도 심신수양을 하려면 먼저 心부터 다스려야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태생적으로 静보다는 动을 좋아하고 두뇌보단 사지 사용에 능한 무도인들이 어떻게 허구한 날 자리에 앉아서 心만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이러하니, 태권도의 심신수양법에서는 心이 아닌 신체를 먼저 곧고 바르게 하는 것을 시작으로 마음을 다스리라고 하는 것이다. 즉, 외면을 통해 내면을 다스려 마침내 내면과 외면의 직直함을 생활화하라는 것이 바로 태권도 수양법의 순서이다.
깨끗한 거울을 보존하기 위해선 수시로 먼지를 닦아내야만 하고, 태권도의 바르고 곧은 기술들을 유지하기 위해선 반복적 수련을 끊임없이 수행해야 하고, 정직하고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선 잠시도 마음을 놓아선 안 되듯이 심신수양이란 깨어있는 동안 도덕적 행위와 사고로부터 잠시도 떨어져선 아니 된다.
이렇듯 힘든 심신수양을 꼭해야만 하는 것인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 무인도에서 혼자 살고자 하면 상관없겠으나, 사회인으로서 타인과 더불어 살면서 나름대로 삶의 가치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도덕적 인격을 바탕으로한 삼관三观 즉,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을 올바로 갖추고 있어야만 하고 또한, 천당과 극락을 가려해도 이것이 필요하다 하니 열심히 정진할 수밖에…
심신수양의 생활화
타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날 때 그 가치가 구체화되듯이 직直 철학은 사물을 대하는 사람의 크고 작은 행위속에서 온전히 드러날 때 진정한 가치가 실현된다. 그렇다면,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개념인 이 직直철학과 사상을 어떻게 일상 생활속에서 온전히 드러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예”라는 것은 이처럼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태권도의 직直철학 개념을 일상 생활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할 수 있는 정형화된 행위규범이기 때문이다.
태권도의 도(道)자를 대표하는 직直이란 태권도인이 마땅히 행해야 할 소당연所當然으로서 天理와 자연의 이치를 달리 표현한 것이다. “예”란 바로 이러한 추상적인 天理의 이치를 행위로써 드러낼 수 있도록 하나하나 문장으로 만들어 놓은 천리의 절문節文이다. 이와 같이 跆拳道의 道자에는 직直철학과 예禮의 규범적 행위가 함축되어 있기에 “道=直=禮”라는 구성체계가 성립하게 된다. <저작권자 ⓒ 한국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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