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육사학회지』, 2008년 급조 논란 김제 '태격' 논문 게재… 학계 검증 도마 위17세기 모사본 학술적 세탁… 지자체 '전통 발명' 비판
수백 년의 시간을 품었다는 고문서에서 갓 갈아낸 먹물 냄새가 진동할 때, 우리는 무엇을 목격하는가? 이는 역사의 복원이 아닌, 2008년 무주 태권도원 건립 당시 급조 의혹을 받았던 전북 김제의 무예 '태격' 논문이 2025년 12월 KCI 등재지에 실린 현 사태를 관통하는 질문이다.
해당 논문(『한국체육사학회지』 제30권 제4호 「김제 태격의 역사와 특성」)이 핵심 사료로 제시한 『천하태격대보도(天下太擊大寶圖)』는 17세기 중엽 호남 반가의 무예를 담았다고 주장하나, 실체는 1950년대 말 모사된 형태다. 원본의 부재를 '모사본'이라는 기표로 은폐하는 징후적 텍스트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림 속 53개 동작은 17세기 신체 문법과의 정합성보다 현대 태권도 품새나 택견의 리듬을 역산해 유교적 철학의 외피를 덧입힌 안무적 차용의 흔적이 역력하다.
과거 무주 태권도원 건립 당시, 토목사업을 숭고한 문화적 계승으로 포장하기 위해 '17세기 호남 반가의 가전무예'라는 설정이 정교하게 디자인되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가 기관과 지자체의 욕망 속에 노골적으로 수행된 '발명된 전통'인 셈이다.
이는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일본의 시스템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일본 고류(古流) 무술은 에도 시대 이전의 확실한 교본, 타 가문 문헌에서의 교차 언급 등 실증적 교차 검증을 요구하는 반면, 국내는 텅 빈 기원에 새 먹물로 그림을 그려 학술지의 도장으로 진실을 봉합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적 공모를 해체하기 위해 3단계 대응이 시급하다. 첫째(단기 대책), 체육사 및 무예 관련 학회는 지자체 발주 용역 보고서의 1차 사료 인용을 제한하고 실증적 유물 검증을 의무화하는 가이드라인 개정이 필요하다. 둘째(중기 제도 개선), 문체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사학자·서지학자의 교차 검증을 의무화하는 '무예사료 사전검증제도'를 신설해야 한다. 셋째(장기 구조 개혁), '전통무예진흥법' 등 법적 평가 기준을 개편해 무예의 가치를 기원이 아닌 현대적 교육 가치와 실존적 신체 활동에 두어야 한다.
무예의 진정성은 조작된 낡은 종이 위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수련자들의 정직한 땀방울 속에 존재한다. 무예계와 독자들은 가짜 역사를 소비하는 권력의 맨얼굴을 직시하고 지속적인 감시의 눈길을 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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