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스포츠'에서 '하는 스포츠'로... 2030 열광하는 '주짓수' 매력은?타격 없는 '인간 체스'... 갓생 트렌드와 맞물려 직장인·여성 수련생 급증
퇴근 시간이 지난 평일 저녁, 서울 강남구의 한 체육관. 도복을 입은 청년들이 매트 위에서 땀을 쥐고 뒹굴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종합격투기(MMA) 중계 화면에서나 보던 브라질리언 주짓수(BJJ) 스파링, 이른바 '롤링(Rolling)' 현장이다.
과거 TV 앞 '보는 스포츠'에 머물렀던 투기 종목이 2030 세대의 '하는 스포츠'로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주짓수가 있다. 헬스장이나 필라테스를 넘어 낯선 도복을 입고 매트 위로 향하는 MZ세대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힘보다 기술과 전략... 몸으로 두는 '인간 체스'
주짓수는 타격(펀치나 킥) 없이 상대를 넘어뜨리고 관절기나 조르기를 이용해 제압하는 무술이다. 가장 큰 특징은 압도적인 근력보다 '지렛대의 원리'와 '무게 중심'을 활용하는 기술이 승패를 가른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주짓수는 종종 '인간 체스'로 불린다.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함정을 파거나 방어하는 과정에서 고도의 두뇌 플레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한주짓수회 관계자는 "타 무술과 달리 스파링에서 100%의 힘으로 맞붙어도 큰 부상 없이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단순한 체력 단련을 넘어 매 순간 전략을 수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지적 쾌감이 2030 직장인들을 사로잡은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일상의 스트레스 '리셋'... '갓생' 트렌드 정조준
MZ세대의 주요 키워드인 '갓생(God+생·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 트렌드도 주짓수의 인기 요인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운동에서 찾는 청년들에게 주짓수의 뚜렷한 승급 체계(벨트 시스템)와 매일매일 기술이 늘어가는 체감 속도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3년 차 직장인 이모(29)씨는 "상대에게 제압당하지 않으려면 온전히 현재의 움직임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매트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구르다 보면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나 잡념이 완전히 사라지는 '리셋' 효과를 경험한다"고 말했다.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이긴다"... 여성 수련생 급증
여성 수련생의 폭발적 증가도 눈에 띈다. 과거 거칠고 위험하다는 인식 탓에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도장의 여성 비율은 30%를 훌쩍 넘어서는 추세다.
근력의 열세를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는 주짓수 본연의 철학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여성이 남성을, 체구가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합법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술이라는 점이 실전 호신술을 찾는 여성들의 니즈와 맞아떨어졌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SNS)에는 여성 수련생들의 주짓수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인증샷과 브이로그가 넘쳐난다.
생활 체육의 신흥 강자... 인프라도 급성장
수요가 늘며 인프라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주요 지역 기반 플랫폼의 동네 시설 통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한 동네 체육시설 최상위권에 주짓수 도장이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통의 강호인 태권도장, 복싱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어엿한 생활 체육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스포츠 사회학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은 파편화된 일상 속에서 타인과의 강렬하지만 안전한 신체적 접촉을 통한 유대감을 갈망한다"며 "상대를 존중하며 함께 땀 흘리는 주짓수 특유의 '매트 문화'가 당분간 2030 세대의 핵심 여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한국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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