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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3·1절 체육관에 울려 퍼진 죽도의 함성… "맹목적 배척 아닌 역사적 배려와 맥락의 문제"

편집부 | 기사입력 2026/03/01 [16:01]

[데스크칼럼] 3·1절 체육관에 울려 퍼진 죽도의 함성… "맹목적 배척 아닌 역사적 배려와 맥락의 문제"

편집부 | 입력 : 2026/03/01 [16:01]

삼일절은 단순한 국경일이 아니다. 1919년 3월 1일, 일제의 폭압적 식민통치에 항거해 민족의 자존과 독립을 외쳤던 날이다. 총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선열들의 외침은 오늘 대한민국 헌법의 뿌리가 되었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자유와 주권의 기초가 되었다. 삼일절은 축제가 아니라 기억의 날이며, 환호가 아니라 성찰의 날이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엄중하고 숭고한 날, 체육관 한편에서는 일본 전통 무예인 겐도(검도) 관련 행사가 성대히 열리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2025년 3.1절기념 제65회 경기도 검도대회'가 그 단적인 예다. 독립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려야 할 3·1절, 나아가 광복절이나 이순신 장군 탄신일 같은 역사적으로 의미 깊은 날에 일본 근대 무도에 뿌리를 둔 행사가 반복적으로 개최되는 현상은 공공성의 관점에서 깊이 짚어볼 필요가 있다.

▲ 자료이미지.(출처: 네이버 검도 블로그 이미지 캡쳐)  © 한국무예신문

 

이러한 현상이 우리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명확한 역사적 데이터와 기록에 기인한다. 2005년 『대한검도학회지』에 수록된 논문(「일제시대의 한국 학교 검도의 특성에 관한 고찰」)의 도장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일제강점기 당시 전국 각지에 설립된 연무장과 검도장의 관리자는 대부분 각 지역 '경찰서장'이나 '헌병대장'이었다. 일제는 가라테, 유도, 겐도를 수련한 인물들을 조선의 경찰 및 검찰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해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고 감시하는 데 적극 활용했다.

 

또한, 1928년생 한 원로의 생생한 증언에 따르면, 당시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에게 겐도와 격검을 강제로 수련하게 했으며, 학교에서 우리말을 사용하면 교사에게 가혹한 매질을 당해야만 했다. 즉, 조선 식민지 시기의 검도는 단순한 체육 활동이 아니라, 제국에 대한 충성을 내면화하고 '황국신민'을 양성하기 위한 정신훈련 도구로 학교와 경찰 조직에 이식되었던 것이다.

▲ 자료이미지(출처:2005년 『대한검도학회지』에 수록된 논문 일부 캡쳐)  © 한국무예신문


물론 해방 이후 한국의 검도는 많은 변화를 거쳤으며, 오늘날 스포츠로서의 규칙과 훌륭한 문화가 자리 잡았다. 지금 땀 흘려 수련하는 오늘의 검도인들을 과거 식민통치의 주체와 동일시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으며, 개인의 뼈깎는 수련과 노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무예계 일각에서도 일본에서 유래한 모든 문화를 맹목적으로 배척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문화는 교류하고 변형되며 재창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진짜 문제는 다름 아닌 행사 개최의 '날짜'가 지닌 상징성이다. 스포츠는 순수한 진공 상태에 존재하지 않으며, 상징과 기억, 권력의 흐름 속에서 의미를 얻는다. 삼일절에 검도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은 단지 한 종목의 일정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역사적 상징에 얼마나 민감한지 묻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만약 3·1절에 독립운동을 폄훼하는 전시가 열린다면 분노하듯, 식민지 통치의 기억과 얽혀 있는 종목의 대회에 무감각해지는 것은 우리 사회의 역사 감수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삼일절의 본질은 외세에 강요된 질서에 저항하고 주체성을 세우겠다는 '자주'의 다짐이다. 그렇다면 이날만큼은 우리 고유의 전통무예, 독립운동과 관련된 기념행사, 또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는 프로그램이 중심이 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한국에는 택견, 전통검술, 국궁 등 우리 역사와 깊이 맞닿아 있는 자랑스러운 전통 무예가 있다. 이들 종목이 삼일절을 맞아 집중 조명을 받는다면, 그것은 과거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계승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의미 있는 행위가 될 것이다.

▲ 자료이미지(출처:2005년 『대한검도학회지』에 수록된 논문 일부 캡쳐)  © 한국무예신문


이 글은 특정 종목을 폄하하거나 수련자들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더 높은 수준의 역사 감수성을 지닌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품격 있고 따뜻한 제언이다. 역사를 잊지 않는다는 것은 거창한 구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일 년 365일 중 단 하루, 삼일절이나 광복절만큼은 선열들의 희생과 민족의 자존을 최우선에 두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곧 진정한 의미의 애국이며, 애국은 배타적 감정이 아니라 기억을 존중하는 책임이다.

 

죽도의 함성이 체육관을 가득 메우는 장면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함성이 울려 퍼지는 날짜가 독립을 외치다 쓰러져간 이들의 숨결이 서린 날이라면, 우리는 성숙한 자세로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삼일절 체육관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 제국의 무도 정신을 계승한 종목의 기합인가, 아니면 독립을 향한 민중의 숭고한 외침인가. 이제 우리 무예계가 맹목적 배타주의를 넘어, '기억을 존중하는 여유로운 책임감'으로 그 답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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