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대구시장배 생활체육 합기도 대회와 민간 합기도 협회의 세계 대회에 출전하였으며, 작은 규모의 구청장배 합기도 대회도 출전 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 시기 직접 만든 프로그램의 술기로 경합에 출전했던 기억이 남는다.
당시 관장님은 경합에 출전할 프로그램을 제자가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이는 제자가 스승에게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창작한 기술을 시험 무대에서 선보이도록 허락한 것이므로, 지도자 입장에서도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창작한 술기를 여러 관중 앞에서 선보이며 나름의 만족을 느꼈고, 이후 사범 생활을 이어 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보고 배운 것과 응용해서 만든 기술들을 반드시 지도자에게 먼저 보이고 허락을 받은 뒤 응용했다는 사실이다. 독단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함께하려 했던 태도가 스승의 반감을 사지 않고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타 도장의 친한 동료 사범 중에도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현재 합기도 수련을 하지 않고 다른 무예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와 함께 합기도 술기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시간이 하나의 즐거움이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과연 지금도 과거의 나처럼 술기에 열의를 가지고 임하는 사범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 당시 지정 술기부의 형식은 방권술, 방족술, 칼로 바로 찌를 때, 위에서 내려찍을 때, 앞에서 팔을 바깥으로 감았을 때 등 문제 상황을 제시하고, 풀이는 자유롭게 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자유롭게 술기를 선보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는데, 이는 같은 술기의 동작 숙련도를 비교하는 현재 총협회 심사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자유로운 술기 구사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합기도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술기를 한정 지어 경쟁하는 아둔한 방식보다는, 예전처럼 문제는 제시하되 풀이는 각자에게 맡기는 방식이 훨씬 다양한 술기를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이 경기 방식을 채택한다면 심판위원 선정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일명 ‘잘 안 걸리는 기술’이나 ‘액션 영화풍 기술’을 분류해 내고, 보다 효과적인 술기를 선별·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술기 경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 또한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큰 숙제다.
똑같은 품새를 지도하는 국내 태권도의 현재를 보라. 태권도는 외부 요소를 도입해 수련생들의 흥미를 연장시키고 있지 않은가? 합기도는 지도자들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술기를 사장(死藏)시켜서는 안 된다. 필자가 만난 사범들 중 술기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이는 없었다. 솔직히 말해 본인들 모두가 고수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똑같은 술기로 통일하는 것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 필자가 주장하는 바는, 같은 동작의 꺾는 술기는 명칭을 통합해 혼동을 막고, 도장에서의 연구는 자유롭게 하여 술기 경합 시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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