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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 태권도원 내 '명예기림' 공간에 고(故) 김운용 총재의 유해를 이장해 성지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상업화 논란과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14년 개원한 무주 태권도원은 거대한 하드웨어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내 '명예기림' 공간에 아직 단 한 분의 무도인도 모시지 못한 채 비어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사설 납골당에 안치된 고인의 유해를 모셔 와야 한다는 주장이 태권도계가 마땅히 다해야 할 예의라는 명분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2014년 개원 이후 만성적인 킬러 콘텐츠 부족과 지리적 한계로 고심해 온 기관 및 지자체가 고인을 관광 수입 확충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형 쇼핑몰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핵심 유인 시설인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를 입점시키는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는 지적이다. 성지화 담론이 전북과 무주 지역의 외국인 방문객 증가, 체류형 관광 확대, 실질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이권으로 번역되며 예우의 진정성을 증발시키고 있다.
가장 큰 비판을 받는 대목은 추모의 방식과 상업적 의도다. 일각에서는 고인을 브랜드 자산 가치로 규정하며 XR(확장현실) 및 메타버스 역사관 구축과 피지컬 AI 인식 구현 콘텐츠까지 제안하고 있다.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무도의 정신을 기리면서 스승을 실체 없는 데이터로 박제하는 것은 매체 철학의 붕괴이며, 고인의 생애를 테마파크 어트랙션으로 도구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인의 궤적을 돌아보면 이 같은 공간의 정치학은 더욱 뼈아프다. 고인은 과거 특정 정치 권력에 의해 발탁되었다가, 그 특정 정치 권력의 연장선의 정부에서 비리 혐의로 구속되며 그가 가진 모든 헤게모니를 내려놓아야 했던 아픔이 있다. 강산이 두 번 바뀐 지금 산 자들의 경제적·정치적 돌파구를 위해 죽은 자의 이름마저 또다시 이용하려 든다는 처절한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 과거 태권도진흥법 추진 당시 태권도인들은 정부 간섭을 우려해 미온적이었고, 무주군 농민들이 상경해 통과를 읍소했던 배경도 존재한다. 참고로 태권도진흥법 핵심적 추진 의원들이 특정 지역, 특정 정치 권력들이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본지는 현 사태를 바로잡고 태권도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3단계 대안을 제안한다.
우선 즉각적 성찰을 위한 단기 대안으로, 경제 효과나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한 무리한 피지컬 AI 복원 및 유해 이장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고인이 생전에 진정으로 태권도원에 묻히기를 바랐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리적 공간 채우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현장 무도인과 윤리 학자, 유가족 등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역사 평가 위원회'를 구성해 고인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재조명하는 학술적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중기 대안으로는 태권도원의 빈 공간을 유해나 동상으로 채우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물리적 공간의 교육적 전환이 필요하다. 고인이 남긴 도(道)의 의미를 현재의 수련과 실천 속에서 체현할 수 있도록, 지도자 인성 교육 프로그램 및 세계 스포츠 외교사 아카이브로 명예기림 공간의 소프트웨어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장기 대안으로는 상징 자산의 윤리적 가이드라인 제정이 요구된다. 특정 개인의 서사가 지역 관광의 캐시카우로 소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태권도진흥재단 등 유관 기관 합의로 '무도 유공자 추모 및 기념사업 윤리 규정'을 법제화해야 한다. 이는 공간의 정당성을 공동체가 매일의 제도와 문화 속에서 스스로 증명하는 진정한 성지화의 기반이 될 것이다. 진정한 성지는 망자의 유해 독점이 아닌 태권도계의 철학과 품격으로 채워져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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