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도장'이다: 태권도의 위기, 사범의 거울부터 닦자태권도 도장은 기술을 파는 곳이 아닌, '스승'이 머무는 곳이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주변 태권도장의 간판은 화려한 수식어로 가득하다. '세계 챔피언', '국가대표 출신', 'OO대 박사 도장' 등 저마다의 이력을 뽐내기에 바쁘다. 상대를 쓰러뜨려 메달을 따는 것만이 태권도의 정점인 양 홍보되는 시대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엄중히 물어야 한다. 경기에서 우승한 챔피언이 곧 최고의 사범인가? 명문대를 나와야만 훌륭한 스승이 되는가? 혹은 고단자라는 숫자가 인격의 완성이나 최고 사범의 자격을 저절로 보장해 주는 것인가?
작금의 현실은 수련생이 많은 도장,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범님을 '성공한 지도자'라 부르기도 한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주류를 이루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혹시 무도의 혼을 잃어버린 채 기술만을 파는 '기능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도장을 단지 이득을 취하는 '영업장'으로 전락시킨 것은 아닌지 뼈아프게 되돌아봐야 한다.
• 인고의 세월과 검증된 무력, 우리는 태권도 전문가이다
태권도 사범의 자격은 결코 가볍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흰 띠에서 시작해 사범의 반열에 오르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인고 어린 수련과 배움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기간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수만 번의 발차기를 통해 무력(武力)을 검증받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의 시간이다.
한 분야에서 10년 넘게 자신을 갈고닦아 공인된 자격을 갖춘 이를 세상은 '전문가'라고 부른다. 그렇기에 사범은 태권도의 전문가이다. 우리는 이 사실에 깊은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 전문가로서의 품격을 지킬 때 수련생과 학부모도 우리를 존중한다. 진정한 사범은 검증된 무력과 정신으로 수련생의 인생을 빚어내는 전문가이자 스승이다.
• 태권도의 가치, '돌봄'이 아닌 '무도적 품격'으로
우리가 성찰해야 할 또 하나의 현실은 태권도 교육의 가치를 우리 스스로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권도 수련이 단순히 아이들을 맡아주는 저렴한 돌봄 서비스처럼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태권도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숭고한 교육이자, 대체 불가능한 무도 철학이다. 우리는 이제 변화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소비하고 버리는 흔한 물건이 아니라, 세월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하는 예술 작품과 같은 '고품격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사범이 스스로의 전문성을 연마하여 수련의 질을 높인다면, 태권도 교육은 그에 걸맞은 높은 가치와 예우를 인정받아야 한다. 지도자의 철학이 담긴 깊이 있는 무도 교육으로 브랜드화하는 것, 그것이 태권도의 자존심을 세우는 길이다.
• 멈추지 않는 수련, 화려한 이면의 본질
무도의 본질을 지키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범님은 도장에서 도복을 입고 스스로를 단련하며 수련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 중장년층 사범님들이 직접 태권도 경기에 선수로 참가하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모습은, 태권도가 단지 가르치는 기술이 아니라 평생을 닦아야 할 길임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사범의 권위는 간판의 화려함이 아니라 끊임없는 연구와 수련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인격에서 시작된다. 무도의 뿌리인 기술과 정신은 굳건히 지키되, 지도 방식은 현대적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전 연령층을 아우르고 개인별 특성에 맞춘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을 때, 태권도는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한다.
태권도의 태동은 도장이었다. 그리고 지금 태권도가 마주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유일한 장소 또한 도장이다. 도장은 사범의 삶의 터전이자, 그의 영혼이 투영되는 곳이다. 사범이 변하지 않으면 도장이 변할 수 없고, 도장이 변하지 않으면 태권도의 미래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복 끈을 조여 매는 전국의 동료, 후배 사범님들께 묻고 싶다.
"당신은 왜 태권도를 하는가? 당신의 지도에는 전문가로서의 자긍심과 무도인의 품격이 담겨 있는가?"
우리가 무도의 본질을 바로 세우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 자긍심을 회복할 때, 태권도는 단순한 종목을 넘어 인류의 정신을 깨우는 고결한 문화로 다시 우뚝 설 것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도복의 무게를 견디며 진정한 태권도인의 길을 우리들의 도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저작권자 ⓒ 한국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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