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위기의 합기도③] 제도는 누구를 위해 작동하나…총협회·체육회·정부 구조와 합기도 개혁의 갈림길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는 ‘유일 대표단체·체계화’를 말하고, 현장은 ‘권한 집중의 부작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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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기도 제도 구조와 배제 논란을 정리한 인포그래픽 © 한국무예신문 |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가 공개 자료로 밝힌 입장…“유일 대표단체, 체계화, 공존”
총협회 정관에는 협회가 대한체육회 정관에 따라 회원 가입 승인을 받은 단체라고 명시돼 있다. 정관 제2조는 총협회를 “합기도 종목을 소관하는 국제경기연맹 등 국제체육기구에 대하여 독점적 교섭권을 갖는 합기도 종목의 유일한 단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조에는 대회 주최·주관, 선수와 심판·지도자 자격 부여, 승단·급 심사, 일선 합기도 도장 관리 등의 사업이 포함돼 있다. 즉 총협회가 스스로를 단순한 민간단체가 아니라, 대표성과 공인성을 함께 가진 중앙 행정기구로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총협회의 공개 발언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2021년 무예신문 인터뷰에서 정달순 회장은 총협회가 2018년 대한체육회 정회원으로 인정받았고, 문체부의 법인 조건과 종목 대표성 요건을 충족해 현재의 지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합기도 종목의 법적 지위 원복, 체육지도자 선발 실기·구술 자격검정기관 인정, 교본 편찬과 승단 전산화 등을 총협회의 성과로 제시했다. 동시에 “총협회가 대한체육회 합기도종목 정회원단체이기 때문에 우월한 이유는 없다”, “공존, 상생이 중요하다”고도 밝혔다. 공개 인터뷰 기준으로 보면 총협회의 기본 논리는 ‘대표성 확보를 통한 체계화’와 ‘다른 단체와의 공존 가능성’을 동시에 주장하는 구조다.
그러나 현장이 묻는 것은 달랐다…“대표성이 왜 출전권과 단증까지 배타적으로 연결되나”
현장 설문 자유응답에서 가장 큰 불만은 대한체육회 인정단체 지위가 실제 현장에서는 ‘배타적 권한’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응답자들은 총협회가 대한체육회 인정단체라는 점을 근거로 승단 심사 미참여 도장에 불이익이 돌아가거나, 지역 체육회 가입·인준·보조금과 연결된 압박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응답은 전국체전·소년체전·도민체전 선발전, 각종 지역대회 참가 자격이 총협회 단증 또는 소속 여부와 연동되는 구조 때문에 수련생의 참가권이 침해된다고 호소했다. 현장이 느끼는 핵심 문제는 “대표성이 왜 곧바로 배제 권한이 되느냐”는 데 모여 있다.
이 질문은 단순한 감정적 반발이 아니다. 총협회 홈페이지의 온라인 대회 신청 페이지에는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 단증 소유자만 대회신청이 가능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즉 현장에서 문제 삼는 ‘단증과 출전권의 연결’은 적어도 총협회 주관 대회 시스템상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요소다. 총협회 입장에서는 공정한 선수 관리와 경기인 등록, 안전과 통일 기준을 위한 장치라고 설명할 수 있겠지만, 비가맹 도장이나 타 단체 수련생에게는 이 규정이 대표성의 관리가 아니라 참가 자격의 봉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 ▲ 설문 안내 이미지. © 한국무예신문 |
대한체육회 스포츠지원포털이 보여주는 현실…합기도 종목의 공식 창구는 하나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지원포털의 회원종목단체 등록현황에는 ‘사단법인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 [KOREA HAPKIDO GENERAL ASSOCIATION]’가 합기도 종목 단체로 표시돼 있다. 이 페이지에는 가입일이 2018년 10월 2일로 기재돼 있고, 소재지와 연락처도 함께 공개돼 있다. 적어도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체계 안에서는 현재 총협회가 합기도 종목의 공식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공 시스템에서 확인되는 셈이다.
문제는 바로 이 ‘공식 창구의 단일화’가 합기도처럼 다계보·다단체 구조를 가진 종목에서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점이다. 태권도처럼 일찍부터 심사체계와 국제질서, 대표기관 구조가 비교적 단일하게 정비된 종목과 달리, 합기도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계보와 지도 철학, 기술체계를 가진 단체들이 오랫동안 병존해 왔다. 이런 종목에서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의 단일 대표 체계가 운영될 경우, 대표성은 행정 효율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다른 계열의 역사와 단증, 지도 경력을 주변화할 위험도 함께 안게 된다. 이번 갈등은 바로 그 제도적 긴장을 드러낸다.
체육지도자 자격검정 시스템과 합기도…국가자격은 열려 있지만, 운영 현장에선 배타성 논란
정부 체계에서 합기도는 분명한 ‘공인 종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체육지도자 자격검정 및 연수 안내 페이지에는 2급 생활스포츠지도사 대상 종목 목록에 합기도가 포함돼 있다. 이는 합기도가 국가 체육지도자 자격체계 안에 편입된 종목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 공단 안내 페이지 자체는 종목별 세부 실기기준이나 특정 단체의 술기 기준까지 직접 설명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국가 시스템은 ‘합기도’라는 종목의 자격 틀을 제공하지만, 현장에서 어떤 기준과 어떤 운영 주체가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총협회 공개 자료에는 2024년 천안에서 ‘체육지도자 실기·구술 자격검정(합기도)’이 진행됐다고 안내돼 있다. 또한 총협회 회장은 2021년 인터뷰에서 총협회가 2019년 문체부로부터 합기도 종목 생활스포츠지도사 등의 실기·구술 자격검정기관으로 인정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자료를 종합하면 국가자격 체계와 총협회 운영이 일정 부분 맞물려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현장 불만도 커진다. 설문 응답자들은 “총협회 술기만이 정답처럼 작동한다”, “사실상 총협회 도장을 다녀야 국가자격 실기시험에 유리한 구조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필요한 것은 이 불만을 단순한 반감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실기 평가 기준이 얼마나 공개적이고 객관적인지, 다양한 합기도 계열의 기술적 정당성을 어느 정도 포괄하는지 제도적으로 검증하는 일이다.
공인용품 논란, 정관에는 오히려 ‘특정업체 강요 금지’가 있었다
이번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 중 하나는 공인용품 문제다. 자유응답에는 특정 업체 도복·장비 사용 강제와 비용 부담 전가에 대한 불만이 반복됐다. 그런데 총협회 정관 제4조 제3항을 보면, 협회는 공인과 관련해 “국제공인 규정을 벗어난 공인요건을 신설하거나 특정업체의 제품사용을 강요해서는 아니 되며, 공인료도 필요 이상으로 부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같은 조항은 공인제도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체육회 규정 범위 안에서 정하고, 제·개정 때마다 체육회에 제출해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현장에서는 특정 제품 강제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정작 총협회 정관은 특정업체 강요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과제는 감정적 공방이 아니라 사실 검증이다. 실제 경기규정이나 공인용품 운영, 현장 적용이 정관 취지와 일치하는지, 체육회 승인 절차는 어떻게 이행됐는지, 특정 제품 지정이 있었다면 그 기준과 과정은 무엇인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제도 개선 논의는 바로 이런 ‘규정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정부가 해야 할 일…‘방임’도 ‘일방 승인’도 아닌 감독의 정교화
정부의 역할은 특정 단체 편을 드는 데 있지 않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표단체 체계를 유지하더라도 그것이 교육권·참가권·직업 활동·자격 접근성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감독 장치를 설계하는 것이다. 문체부 고시와 공단 시스템은 합기도를 국가 체육지도자 자격 종목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그 운영 과정에서 특정 기준이 사실상 배타적으로 작동한다는 의문이 나온다. 결국 정부는 종목을 인정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종목 내부의 공정성과 접근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대한체육회와 문체부는 ‘대표단체의 자율성 존중’과 ‘공공성 확보’ 사이에서 보다 정교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지금처럼 단일 대표 체계만 존재하고, 그 내부 기준이 현장에서 생계·출전·자격과 직결되는 구조라면, 행정 효율은 얻을 수 있어도 종목 생태계의 다양성과 수용성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반대로 모든 기준을 느슨하게 풀면 공인성과 선수 관리, 대외 대표성이 흔들릴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단일화냐 다원화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권한은 분산하되 공인성은 유지하는 설계다.
![]() ▲ 전문가 제언을 바탕으로 제시된 '3대 상생 대안' 중, 파국을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실행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대한 응답 요약 결과 차트 캡쳐 이미지. © 한국무예신문 |
제도 개선 방향 ① 단증 발급과 대회 운영의 분리
이번 설문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선택한 대안은 ‘국기원-대한태권도협회 사례처럼 단증 발급 기관과 행정(대회 운영) 기관의 분리’였다. 응답자 71명이 이 방안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현장 요구의 핵심은 단증을 가진 사람이 대회에 나갈 자격을 얻고, 대회를 운영하는 기관이 단증의 유일한 문지기가 되는 현재 구조를 바꿔달라는 데 있다. 즉 한 기관이 심사권, 출전권, 행정권을 동시에 쥘 때 발생하는 충돌을 구조적으로 줄여달라는 주문이다.
이 방안의 장점은 분명하다. 먼저 대회 운영기관은 경기관리와 선수 보호, 스포츠 행정에 집중할 수 있고, 단증 발급체계는 보다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기준으로 운영될 여지가 생긴다. 또한 비가맹·타 단체 수련생의 참가권 문제도 ‘소속’이 아니라 ‘선수 등록과 경기 자격’ 중심으로 재설계할 수 있다. 합기도처럼 복수 계열이 공존하는 종목에서 제도 분리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갈등을 흡수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제도 개선 방향 ② 타 단체 단증 전환·갱신 시스템의 객관화
설문에서 두 번째로 많이 선택된 대안은 ‘타 단체 단증 보유자를 위한 객관적인 단증 전환 및 갱신 시스템 마련과 간판 규제 완화’였다. 45명이 이 항목을 택했다. 이는 현장 지도자들이 총협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배타적 진입장벽을 낮추고 상호 인정의 통로를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단증 문제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이동권과 경력 인정의 문제다. 이사를 가거나 도장을 옮길 때, 또는 다른 협회 소속 지도자가 공적 체계 안으로 진입하고자 할 때, 지금처럼 ‘다시 처음부터’가 반복되면 종목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정한 기술 검증과 보수교육, 전환심사 절차를 마련하되, 기존 수련 이력을 공정하게 반영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대표단체의 권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도의 수용성을 높이는 길이다.
제도 개선 방향 ③ 자격시험과 공인기준의 투명성 강화
합기도가 국가자격 종목으로 운영되는 이상, 실기·구술 시험 기준과 평가 철학은 어느 한 단체의 내부 질서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 평가 기준이 공개적으로 검증 가능해야 하고, 다양한 계열의 지도자들이 “비록 내 계열의 술기와 다르더라도 최소한 공정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기 기준표의 공개 범위를 넓히고, 평가위원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며, 이의신청 절차와 설명 가능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공인용품과 경기규정 역시 마찬가지다. 총협회 정관이 이미 특정업체 강요 금지를 명시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승인 기준과 공인 절차, 가격 구조, 적용 범위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줄여야 한다. 체육회 역시 종목단체의 공인제도가 체육회 규정 범위 안에서 작동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승자독식의 대표성’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대표성’
이번 3편에서 확인되는 것은 명확하다. 총협회는 공개 자료상 자신을 대한체육회 승인 아래 움직이는 합기도 유일 대표단체로 규정하고 있으며, 체계화·공인성·질서 확립을 제도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대한체육회 시스템 역시 현재 합기도 종목의 공식 창구로 총협회를 표기하고 있다. 정부 자격체계 또한 합기도를 공인 종목으로 포함하고 있다. 즉 제도권의 현재 구조는 총협회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현장이 던지는 질문도 결코 가볍지 않다. 대표성은 왜 단증과 출전, 지역행정, 자격 접근성까지 포괄하는 권한이 되었는가. 공존을 말하는 공개 발언과 달리 현장에서는 왜 배제와 낙인, 재심사와 반려의 경험이 반복되는가. 이 간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합기도의 공인성은 강화되기보다 오히려 공정성 논란 속에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필요한 것은 대표성의 부정이 아니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규칙과 절차를 공개하고 검증받는 ‘검증 가능한 대표성’이다.
본지는 총협회 측에 규정 도입 취지, 타 단체 단증 인정 기준, 비가맹 도장 수련생의 대회 참가 제한 근거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질의했으며, 답변이 도착하는 대로 후속 보도에 반영할 예정이다. 또한 대한체육회와 관계 기관에도 회원종목단체의 대표성 범위, 공인제도 승인 절차, 종목 내부 갈등에 대한 감독 기준 등에 관해 추가 질의할 계획이다.
마지막 4편에서는 이번 연재가 반복해서 제기해 온 질문, 곧 “합기도에 필요한 것은 어떤 조직 모델인가”에 답하고자 한다. 태권도의 국기원-대한태권도협회 모델이 왜 자주 대안으로 언급되는지, 합기도식 제도 분리 모델은 어떤 형태로 설계될 수 있는지, 그리고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로드맵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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