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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세계무술연맹 예산 전면 차단…'무예 도시' 20년 자산 스스로 허문다

사무국 5명→2명·총재도 무보수…"자생력 강화" 명분, 현장선 "방치"
지원 끊긴 초미니 연맹, 60개국 총회·국제연무대회 홀로 감당할 수 있나

한국무예신문 | 기사입력 2026/04/14 [21:50]

충주시, 세계무술연맹 예산 전면 차단…'무예 도시' 20년 자산 스스로 허문다

사무국 5명→2명·총재도 무보수…"자생력 강화" 명분, 현장선 "방치"
지원 끊긴 초미니 연맹, 60개국 총회·국제연무대회 홀로 감당할 수 있나

한국무예신문 | 입력 : 2026/04/14 [21:50]

▲ 2024 국제연무 대회 한 장면.(사진출처: 세계무술연맹)  © 한국무예신문


충주시가 올해부터 세계무술연맹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전면 중단하면서, 60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무예 거버넌스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5명이던 사무국은 단 2명(그마저 1명은 무보수)으로 쪼그라들었고, 국제연무대회는 축소·온라인·비용 외국 전가까지 검토 중이다. '자생력 강화'라는 행정 논리가 20년 협력의 성과를 서서히 해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책 효율" 명분으로 수억 원 지원 전면 차단

 

충주시는 올해부터 사단법인 세계무술연맹(이하 연맹)에 대한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시가 밝힌 이유는 "정책 효율성 제고와 재정 운용 합리화"다. 공공 무예 정책은 유네스코국제무예센터(ICM)를 통해 일원화하고, 세계무술연맹은 민간기구로서 자생력을 갖추라는 것이 시의 방침이다.

 

수치는 냉혹하다. 연맹이 충주시로부터 받았던 지원금은 2024년 4억2천여만 원, 지난해 2억9천여만 원이었다. 이 돈이 올해부터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다.

 

시는 ICM을 통한 통합 운영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하지만, 연맹의 국제적 위상과 독립적 기능은 ICM으로 대체될 수 없다는 게 무예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ICM이 유네스코 산하 정부 간 기구인 반면, 세계무술연맹은 60여 개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민간 국제기구로서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무국 5명 → 2명…총재도 '무보수'

 

지원 중단 후 연맹이 맞닥뜨린 현실은 처참하다.

 

사무국 인력은 5명에서 2명으로 급감했다. 기간제 직원 1명과 무보수로 근무 중인 사무총장 직무대행 1명이 전부다. 사무실도 규모가 작은 공간으로 이전했다. 정화태 총재는 직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활동비는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의 살림은 이제 60여 개 회원국이 납부하는 회비와 이자수익금에 의존해야 한다. 국제 무예 거버넌스 기구를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재원이다.

 

동네 구멍가게 사장도 직원을 내보낼 때는 최소한의 예고와 절차를 밟는다. 20년을 함께 일군 조직에 그만한 예우조차 없었다는 게 더 씁쓸하다는 비판이 무예계 안팎에서 나온다. 충분한 유예 기간도, 구체적인 자립 로드맵도 없이 지원을 끊어버렸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자생력 강화'가 아니라 '무예 방치'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제연무대회 강행…국비 3억6천만 원으로 버틴다

 

연맹은 올가을 충주에서 국제연무대회를 개최할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25개국 500명 참가를 목표로 하며, 관련 비용 중 3억6천만 원은 국비로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초미니 사무국 체제로 대규모 국제 행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는 현실적이다. 연맹 측은 행사 시기에 맞춰 기간제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장기적 조직 역량의 공백을 임시 인력으로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연차총회다. 제25차 세계무술연맹 연차총회와 제8차 유네스코 등재무술진흥위원회 정기회의는 온라인 개최를 검토 중이며, 우즈베키스탄·베트남 등 회원국이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해외 개최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매년 60개국 회원국이 지켜보는 총회가 충주가 아닌 해외에서, 혹은 온라인으로 축소 개최된다면 '세계 무예의 중심 도시 충주'라는 타이틀은 사실상 내용을 잃게 된다.

 

'세계 무예 도시 충주'…스스로 허무는 셈

 

세계무술연맹은 2002년 충주에서 창립해 국제연무대회와 연차총회를 충주에서 개최해온 국제무예 민간기구다. 충주가 '세계 무술의 중심지'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연맹이 20년 넘게 국제 무대에서 쌓아온 신뢰와 네트워크가 있었다.

 

그 기반이 지금 충주시의 근시안적 예산 행정으로 서서히 침식되고 있다.

 

무예계 안팎에서는 무예 행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다시 묻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예인들을 들러리로 세우는 무예 대회는 이제 그만돼야 한다. 무예인이 주인공이 되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목줄 삼아 공무원이 갑질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는 현장의 비판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연맹 측은 "충주는 택견과 세계무술연맹, 국제무예센터 등이 집적된 세계 유일의 무예도시"라며 "국비와 국제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자립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자립 기반을 마련할 시간과 자원 없이 지원부터 끊어낸 이번 조치가 오히려 그 가능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역설을 충주시는 직시해야 한다.

 

충주시는 지금이라도 예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연맹이 제대로 자립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과 전환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20년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았다. 그러나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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