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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기도의 주인은 누구인가 — ‘도주’ 권위에서 공동의 책임으로

박세림 이학박사 | 기사입력 2026/05/18 [18:06]

합기도의 주인은 누구인가 — ‘도주’ 권위에서 공동의 책임으로

박세림 이학박사 | 입력 : 2026/05/18 [18:06]

▲ 박세림 이학박사  © 한국무예신문

도주(道主)라는 직함은 본래 일본 아이키도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이후 이 명칭은 최용술 선생에게도 제자들에 의해 부여되며 사용되기 시작했다. 상징적 지위로서의 도주라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2대, 3대로 이어지는 이른바 ‘도주직 승계’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합기도계 안팎에서는 여러 갈등과 논란이 발생하게 되었다.

 

필자가 2025년 9월 4일 발표한 「도주(道主)라는 허상에 빠진 합기도계의 민낯」이라는 칼럼에서도 지적했듯, 오늘날 합기도계에서는 ‘도주’라는 직함이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창시자 외에도 일부 단체에서 이 명칭을 사용한 흔적이 확인되는 만큼, 도주라는 이름은 더 이상 절대적 권위의 상징으로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오히려 너도나도 도주가 되고자 하는 풍토 속에서 그 명칭의 권위와 의미는 점차 희석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1985년 1월 15일 최용술 선생의 도주직 양도(讓渡)가 없었더라면 오늘날 합기도계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는 상당 부분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당시 2대 도주 승계식은 실제로 뉴스에까지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더욱 혼란스럽게 전개되었다.

▲ 장진일 도주 승계식(출처 : 정기관 세계본부 공식 블로그)  © 한국무예신문


2002년 4월 17일, 최용술 선생의 며느리는 2대 도주를 최 선생의 장남인 최복열 씨로 지칭한 바 있다. 나아가 3대 도주 직함마저 최용술 선생의 활동 기반으로 인식되어 온 대구 지역이 아닌 타 지역 지도자에게, 최씨 부자의 사망 후 정통성 논란을 낳는 방식으로 승계가 주장되었다. 이는 도주라는 직함의 공신력과 정통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대구 지역 원로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복열 씨는 키가 커 발차기 자세는 돋보였으나 합기도를 오래 수련하지 않았고, 큰 흥미 또한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다른 사업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러한 인물을 2대 도주로 칭하는 것이 과연 합기도사의 올바른 계승인지, 아니면 또 다른 역사 왜곡의 출발점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대한합기도협회 홈페이지 캡쳐  © 한국무예신문

 

이제는 합기도의 앞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합기도의 기술을 마치 신비의 영역인 양 묘사하며 사실을 왜곡하거나, 특정 권위와 명칭을 앞세워 타 단체를 배제하고 독점적 지위를 주장하는 행위는 결국 또 다른 분열을 낳을 뿐이다. 합기도가 성장하려면 한 사람, 한 계보, 한 단체의 권위에 매달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합기도 단체장들은 대부분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앞둔 이 시점에서, 후배들이 기성세대 단체장들의 고집스러운 옛 관습을 그대로 답습할 이유는 없다. 이제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되 하나의 지향점을 갖는 ‘따로 똑같이’ 전략을 통해, 합기도의 전체적인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 1980년대 국제연맹 합기회 소단증(출처 : 필자 소장)     ©한국무예신문

 

그동안 도주(道主)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바라본 현재 합기도의 모습은 어떠한가. 각자도생의 길로 성장하기에만 급급했을 뿐이다. 그 결과 외형적인 양적 성장은 이루었을지 모르나, 내실을 기하는 질적 성장은 멈춘 채 정체기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질적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최용술 선생이 한국 합기도 형성 과정에서 지닌 역사적 상징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상징성이 곧 특정 인물이나 단체의 영구적 권위로 전유되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 최용술 선생을 지나치게 신격화하는 태도 역시 오히려 그의 위상을 왜곡하고, 합기도의 건강한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합기도 용술관 전경(출처 : 가오합기도 네이버블로그)  © 한국무예신문


이제 합기도계는 과거의 권위 논쟁을 반복하기보다, 미래 성장을 위한 실질적 과제를 설계해야 한다. 일선의 모든 구성원이 합기도 발전의 주체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다. 공동의 주인의식이 공유될 때, 합기도의 진정한 가치는 현대적으로 계승될 수 있다.

 

합기도의 주인은 특정 도주도, 특정 계보도, 특정 단체도 아니다.

 

합기도의 주인은 오늘도 도장에서 땀 흘리는 수련생과 지도자, 그리고 이 무예의 미래를 책임지려는 모든 구성원이다. 새로운 시대의 합기도는 바로 그 공동의 책임 위에서 완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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