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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체육은 뛰고 있는데 행정은 멈춰 있다

지방체육회의 존재 이유와 구조적 혁신을 제언하며

김종현(대한호신협회장/전 고양시체육회 사무국장) | 기사입력 2026/05/19 [18:04]

[칼럼] 체육은 뛰고 있는데 행정은 멈춰 있다

지방체육회의 존재 이유와 구조적 혁신을 제언하며

김종현(대한호신협회장/전 고양시체육회 사무국장) | 입력 : 2026/05/19 [18:04]

▲ 김종현 (대한호신협회장 / 전 고양시체육회 사무국장) ©한국무예신문

스포츠의 생명은 역동성과 쉼 없는 한계 돌파에 있다. 대한민국 체육 정책 역시 소수 엘리트 육성의 낡은 옷을 벗고, 국민 누구나 일상에서 누리는 '보편적 스포츠 복지'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이토록 역동적인 체육 현장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할 지역 체육의 행정 시스템이 오히려 멈춰 서 있다면, 우리는 이 뼈아픈 모순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대한민국 체육의 뿌리는 지역 사회 구석구석에서 땀 흘리는 '풀뿌리 종목단체'와 일선 지도자들에게 있다. 이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온전히 시민의 건강 증진과 체육 보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법정 단체가 바로 ‘지방체육회’다. 지방체육회는 철저히 현장을 돕고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서비스 전담 플랫폼'이다. 

 

일선 종목단체의 실무자들은 훌륭한 선수를 발굴하고 지도하는 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 전문가들이지만, 복잡하고 낯선 행정 서류 앞에서는 한없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방체육회의 역할은 자명해진다. 현장의 체육인들이 행정에 대한 두려움과 피로감 없이 양질의 스포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추고 편의를 극대화한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명확한 설립 취지 앞에서도, 내가 고양시합기도연합회 실무자로 뛰며 마주했던,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종목단체 지도자들이 토로하는 현장의 현실은 여전히 차갑고 무겁다. 밤을 지새워 만든 서류가 혹여나 잣대 모를 기준에 반려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했던 그 시절의 막막함은 결코 나 혼자만의 몫이 아니었을 것이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 108만 특례시 고양의 체육인들이 체감하는 그 행정의 벽은 과연 얼마나 낮아졌는가. 안타깝게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면, 행정 중심'으로 굳어져 버린 낡은 시스템의 관성은 여전히 풀뿌리 체육의 발목을 강하게 붙잡고 있다. 행정이 현장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현장이 행정의 잣대에 맞춰야 하는 주객전도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이다.

 

서류의 두께와 복잡한 규제가 행정의 성과로 포장되는 사이, 일선 지도자들의 금쪽같은 현장 지도 시간은 하염없이 증발하고 있다. 지도자들이 오롯이 고양시민과 선수들에게 쏟아야 할 에너지가 소모적인 서류 작업과 소통 부재 속에 낭비되는 이 거대한 '기회비용'의 손실은 결국 종목단체의 자생력을 갉아먹는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직된 거버넌스 속에서는 그 어떤 훌륭한 예산과 정책도 현장에 온전히 가닿기 전에 생명력을 잃고 만다.

 

고양시체육회는 종목단체 위에 군림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위 기관이 아니다.

 

이제 낡은 관료주의의 관성을 끊어내고, 고양시 체육 행정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파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체육회는 예산을 무기로 현장 위에 군림하는 결재권자가 아니라, 체육인들의 짐을 묵묵히 대신 짊어지는 진정한 서비스 기관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 가장 확실하고 구체적인 대안이 바로 '종목단체 행정서비스 원스톱(One-Stop) 전담 부서'의 전면 도입이다. 부서 간의 이기적인 칸막이를 허물고, 복잡한 예산 기획부터 서류 컨설팅, 까다로운 정산 업무까지 체육회가 일괄적으로 대행하는 과감한 '행정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행정의 낡은 벽 앞에서 작아지는 체육인이 단 한 명도 없도록, 그들이 다시 시민의 곁으로 돌아가 마음껏 땀 흘릴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체육 행정의 존재 이유는 현장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과 함께 호흡하는 데 있다. 고양시가 명실상부한 '스포츠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낡은 체육 행정 시스템을 타파하고 풀뿌리 체육의 아픔을 진심으로 보듬을 수 있는 포용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이 절실하다. 체육은 뛰고 있는데 행정은 멈춰 있는 이 기형적인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이제 고양시 체육인 모두가 새로운 100년 대계를 향한 변화의 목소리를 당당히 높여야 할 때다.

 

** 외부 칼럼(기고)은 본 신문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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