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냉전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대테러부대인 606부대의 창설과 함께 잉태된 무술이 있다. 화기가 배제된 좁은 공간에서 단숨에 적을 제압하기 위해 철저히 살법(殺法)에 집중했던 실전 경호 무도, 바로 특공무술이다.
거칠고 매서웠던 이 군사 무술은 세월이 흘러 민간으로 보급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적을 쓰러뜨리기 위한 기술은 점차 내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타인을 보호하는 활법(活法)으로 진화했다. 상대의 거친 힘을 부드럽게 흘려보내고, 결정적인 순간에 단전의 힘을 폭발시키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원리는 특공무술이 단순한 격투기를 넘어 내공(內功)과 외공(外功)을 겸비한 철학적 수양의 길임을 증명한다.
그러나 오늘날 민간 특공무술이 마주한 현실은 뼈아프다. 17개가 넘는 단체의 난립과 파편화된 승단 체계는 무도 전체의 공신력을 갉아먹고 있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무예의 정체성 상실이다. 일선 도장들이 수련생 확보라는 상업적 목적에 매몰되면서, 특공무술 고유의 실전성과 수양론은 희미해지고 유소년 위주의 흥미 위주 ‘놀이 체육’으로 변질되어 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시대가 변함에 따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유연한 교육 방식은 필요하다. 하지만 무예의 본질을 지키지 않고 겉모습만 바꾸는 것은 수호가 아니라 ‘방치’다. 눈앞의 이익을 좇아 무도의 철학을 저버린다면, 우리는 참된 교육자가 아니라 단순한 ‘체육관 사업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제 특공무술은 ‘학문적·철학적 체계’를 갖춘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대표 전통무예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교육의 ‘상향 평준화’다. 특공무술은 타격, 낙법, 유술, 호신술, 그리고 형(形)에 이르기까지 그 체계가 무척 방대하다. 초창기에는 성과가 더뎌 보일 수 있으나, 이 고된 훈련의 점들이 모여 선으로 연결될 때 수련생은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켜내는 전천후 무도인으로 성장한다. 유소년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표준화된 순환식 훈련 체계를 현장에 안착시켜야 한다.
둘째, '전통과 현대의 조화'다. 한복이 오늘날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고유의 선과 멋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끊임없이 접목하기 때문이다. 특공무술 역시 마찬가지다. 민·군·경·학(民·軍·警·學)이 각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하나의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흔들리지 않는 전통의 뿌리 위에 현대적 교육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혀야 한다.
한평생 도복을 입고 제자를 길러낸 원로들의 굳은 신념과,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려는 젊은 지도자들의 혁신이 하나로 연결될 때, 비로소 특공무술은 과거의 화석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전통무예’로 다음 세대에 전승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생 무예인 특공무술이 세계 무대에서 프리미엄 K-무예로 우뚝 서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한국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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