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계에서 이러한 의사결정의 화두 중에는 합기도의 한국무예로서의 올바른 확립화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될 수 있다. ‘합기도는 한국무예이다’라는 이미 사실화된 명제를 가지고 이제는 합기도가 일본무도인가 아닌가?라는 소모적이고 시간 낭비적인 비생산적인 논란에서 빨리 벗어나서 합기도의 한국무예로서의 올바르고 발전적인 정착화에 대한 의사결정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소견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회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합기도는 대중성이 강한 충분한 단체구성요건을 충족함에도 불구하고 ‘통일적인 권위를 가진 유일한 대표성의 부재’라는 명분하에 여전히 준회원단체로 분류되어 합기도의 발전적인 정착화에 부족한 결정이 난 것을 보면서 합기도를 사랑하는 많은 무예인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은 불확실성, 친숙성, 그리고 편향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합기도에 관련된 의사결정이 갖는 상황적 특성들은 합기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대한 불확실성, 태권도와 더불어 대중적인 무예로서의 합기도에 대한 친숙성, 그리고 여전히 일본무도 또는 종합무술로서 보는 의견이 난무하는 편향성 등이다. 현대사회에서 무예는 승부를 위한 기술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실기편형적이고 상업적인 스포츠무예로 전락되면서 전통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풍조 속에서 정통무예의 특성을 지닌 합기도와 같은 무예의 정신적 수련이 일상생활에서의 실용적인 적용을 위한 연구와 노력은 무시되거나 외면되고 있음을 필자와 같은 무예연구가들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 정신적 수련의 무예의 옛 전통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길 바람에서 ‘합기도의 발전적 정착화’라는 의사결정이 모두가 공감하는 현실적인 기반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이론적인 측면과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한 설득력 있고 지속적인 방법론들을 강구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합기도 수련을 통한 예절과 인성의 함양과 사회성발달에 관한 인문과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건강학적이고 양생학적인 합기도의 가치에 대한 자연과학적인 연구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용적으로는 여전히 현실적으로 요원하지만 단일성 대표성을 지닌 통합된 단체 설립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합기도 술기용어의 통합 또는 종합승단심사 등의 방안들의 시행에 대한 노력들이 수반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수십 년간의 합기도 수련과 지도의 경험을 통한 ‘무예수련이념의 우리의 인간관계에 적용’이라는 사회과학적인 접근에 의한 실현 가능성 구현을 위해 고민하고 분투해 오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결실로 ‘합기도의 호신성기능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실용적인 적용’을 위해 시선(Perception), 거리조절(Controlling Distance), 의사결정(making Decision), 그리고 기법(Techniques)'등 4가지의 수련이념(원칙)을 발견하였다.
지난 칼럼에서는 시선과 거리조절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무예의 반복적인 수련을 통해 만들어지는 적극적이고 강력한 시선(perception)은 위험한 상황에서의 호신을 위한 방어에 임할 때 필수적인 요인이다. 이러한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충만한 시선을 통한 태도는 신뢰감과 친근감의 첫인상을 줌으로써 우리가 필요성 또는 우정을 위한 인간관계를 맺을 때 원동력이 된다. 다음 단계로는 무예 수련에 있어서 상대방과의 거리조절이다. 이를테면 합기도의 수련시에 풋워크(공간거리감), 공방수련(타이밍 거리감), 마인드 컨트롤(심리적 거리감)의 향상을 통해 합기도 술기들을 숙달해 가듯이 일상생활에서의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긍정적인 공간적 거리감(쾌적하고 잦은 만남의 즐거움)과 최적의 타이밍 거리감(기다려지는 행복한 만남), 그리고 심리적 거리감(즐겁고 생산적인 만남)의 조절은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인간관계의 형성과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3. 의사결정(Decision Making) 무예수련이념에 있어서 시선과 거리조절 다음의 단계인 ‘의사결정’이란 공격을 하느냐 아니면 방어를 하느냐의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무예 승부를 결정짓는 최적의 공방에 대한 의사결정력은 무예의 공통적인 필수적인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합기도뿐만 아니라 태권도나 유도와 같은 무예의 겨루기에서도 공방의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로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히 생사를 다투는 진검 승부에서는 강한 시선과 적절한 거리감 조절 속에서도 먼저 공격을 하느냐 아니면 방어를 하고 공격을 하느냐에 대한 의사결정은 죽느냐 죽이느냐의 절제절명의 순간에서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랜 기간의 끊임없는 반복수련의 과정을 통해서 다양하면서 실전적인 무예기법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들은 ‘올바른 공방 의사결정력’을 키우기 위한 과정임을 무예인들은 공감할 것이다. 이러한 무예의 공방 의사결정은 일상생활의 인간관계의 측면에도 적용된다. 우리가 매일매일 접하는 모든 사람들과 업무지향적 관계와 인간지향적 관계라는 두 종류의 관계를 맺으면서 삶을 영위한다. 업무지향적 관계는 쌍방간의 이해관계와 손실과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업무지향적 관계는 판매자와 소비자간의 경제적 관계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의사결정은 소비자행동론이나 판매자의 조직행동론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왜냐하면 판매자는 수많은 고객 중에서 판매자가 출시한 상품이나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구매를 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잠재적 고객들을 선택하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는 마치 합기도의 호신 겨루기에서 상대방의 동작에 대해서 공격술이나 방어술 중에 선택을 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가령 잘못 선택한 공격이나 방어로 인한 결정이 겨루기에서 패배의 치명적인 요인이 되듯이 판매자가 팔려고 하는 물건을 구매하지 않거나 제공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고객을 선택하여 결국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아 손실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지향적인 관계는 서로에게 이해관계를 따지기 보다는 우정으로 맺어진 친구와의 관계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사소한 관계에서 중대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하는 피로한 삶을 살고 있는가? 이러한 힘든 삶의 여정에서 본인의 의사결정보다는 하늘(자연)의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 것들 중 하나가 "친구"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친구는 필요에 따른 선택하는 과정 즉 거리감의 조절이라는 귀찮은 과정이 없이 그냥 편하게 느끼기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실한 친구는 오랜 세월을 알고 지낸 자신을 잘 이해하는 어릴 적 친구일 수도 있고 자신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대가 없이 진심으로 도와준 친구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같이 있으면서 편안하고 부담이 없는 친구일 수도 있다.
다만 진실한 친구의 선택과정은 판매자가 구매자를 선택하는 경우와는 상이한 속성을 지닌다. 왜냐하면 업무지향적 관계는 단정적이고 이성적인 요인들이 작용하는 반면에 인간지향적 관계는 선험적인 시간과 친근감이나 우정과 같은 감정적인 요인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진정한 친구 또한 업무지향적이고 인간지향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의사결정의 과정을 통해서 결국은 자신이 선택하거나 선택되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상대방과의 무예의 승패를 좌우하는 의사결정은 일상생활에서는 우리가 접하는 사람들 중에서 업무지향적이든 인간지향적이든 필요충분한 조건의 인간관계를 맺기를 원하는 상대방을 선택하는 수단으로 적용될 수 있다. 그러므로 무예수련을 통한 올바르고 최적화된 의사결정력을 배양과 증진은 우리의 생산적이고 유익하고 행복한 인간관계의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4. 기법(Techniques) 무예수련에서 의사결정이후로 마지막 단계는 기법이다. 즉 최적의 공방의 선택인 의사결정 이후에는 최상의 무술기법의 사용으로써 상대방을 제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술기법은 일상생활에서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한 인간관계를 지속적으로 갈등 없이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방법을 쓰는 것인가 하는 이치이다. 무예수련의 이념에서 무술기법이 우선적이 아니라 왜 마지막 단계에 둔 것에 대해서 의아해 하는 무예인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무예인들에게 자신이 수련하는 무예의 우수한 차별성의 근거 또는 자신의 무력의 탁월성의 기준을 뛰어난 무술기법에 두기 때문이다. 또한 무예수련의 입문의 이유 또는 힘든 수련 지속의 가장 강력한 외적 동기는 무예가 보여주는 실전적인 기술과 더불어 심미적이고 예술적인 기술들에 있다. 예를 들면 환상적인 태권도의 발차기 동작들, 격한 실전성을 보여주는 무예타이의 킥복싱 동작들, 쿵후에서의 화려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체조 같은 검술 등이 있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무예수련을 그만두는 가장 큰 동기 또한 뛰어난 무예인들의 특정 무술기법을 따라할 수 없는 능력의 한계성이나 그러한 기법들을 습득할 수 없는 좌절감에서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완전무결하고 무패적인 무술기법은 액션 영화나 무협소설에서만 가능하다. 현실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가공된 무예인의 초인간적인 무술기법이나 무력에 심취되어 무작정 따라하거나 추종하면서 비현실적인 무술 기법들에 대한 열망과 집착은 무협지적인 무예사관에 젖어 있는 부작용일 뿐이다. 완벽한 무예승부의 단계는 강인하고 안정된 시선 속에서 올바른 거리조절이 이루어지고 최적의 공방의 의사결정의 단계를 거친 후에 최상의 적합한 기술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전의 단계들을 무시하고 어떠한 무술기법을 써야 하는가에만 집착한다면 뛰어난 상대방과의 무예 겨루기가 스포츠이든 실전이든 백전백패함을 경험이 있는 무예인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무예수련의 단계에서 무술 기법은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해나가는 방법에 비유된다. 가령, 비즈니스세계에서의 기법은 업무지향적인 관계인 판매자가 구매자에 대한 마케팅기법에 해당된다. 판매자가 소비자들에게 원하는 상품들을 구매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판촉광고 및 홍보, 할인 판매, 고객만족서비스 제공 등의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더 많은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적극적 마케팅 기법 사용은 판매자가 소비자들에게 신뢰성과 안정감을 주는 이미지(시선)로 적절하게 접근(거리조절)하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고객들의 선택을 한 이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지향적인 관계인 진실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의 기법은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돈 거래와 같은 경제적 문제 또는 일방적으로 요구만 하는 권위적인 문제를 벗어나야 한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기 위한 변함 않는 진실한 마음과 태도들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창업(만들어 내는 것)보다 수성(지켜가는 것)이 더 훨씬 어렵다는’ 중국고전의 교훈처럼 진실한 친구와의 우정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냥 좋아하는 마음만 가지고 행동하지 않으면 힘들다. 합기도 기법들 즉 술기들을 완전히 습득이 효율적인 기술 프로그램에 의한 끊임없는 반복수련을 통해서 가능하듯이 친구와의 변치 않는 우정으로 맺어진 진실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기쁜 일이 생길 때는 진심으로 같이 축하해 주고 힘들거나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위로해주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친구와의 우정기법이라 할 수 있다. 무예수련의 단계적 이념들을 일상생활의 인간관계에 비유하고 적용하는 것이 혹자들은 너무 비약적이고 무모하다고 여길 수 있다. 더욱이 신체문화적인 속성을 지닌 무예수련에서의 시선, 거리조절, 의사결정, 기법의 개념을 일상생활 속에서의 인간관계의 형성과 유지라는 정신문화에 접목해서 설명하는 것이 상황에 적절치 않고 상충되는 면이 있으리라는 비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예수련의 이념이나 목적을 단순히 신체적 기능의 우월성만을 강조하는 격투기적 속성에만 치중한다면 인간생활에 있어서 인간의 악한 본성인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성향광의 연관성만 떠올리게 하는 주변적 신체문화의 하위개념을 극복할 수가 없다. 꾸준한 무예수련을 통해 얻어지는 결실은 무예가 신체적인 건강함과 뛰어난 호신기술을 가져다주는 신체문화적인 공헌 이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무예수련이념이 일상생활에의 접목과 응용을 통해서 바람직하고 유익한 인간관계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함으로써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의 실현의 가능성을 가져오는 것이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무예의 가장 값진 역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첨단적인 과학기술의 발달로 감성적인 신체기능보다는 지식과 정보로 무장된 인지적인 기능에 의해 지배되고 매몰되어 생겨나는 현대 사회의 병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대안들 중의 하나가 무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지덕체의 조화를 통한 인간의 발달’을 추구하는 무예수련이 일상생활에서의 인간관계에 유익한 사회과학적인 접근의 시도 및 노력으로 인간사에 공헌함으로써 무예의 위치와 비중이 한 단계 진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간절한 바람이다. <저작권자 ⓒ 한국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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