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예전처럼 ‘신비의 무술’이나 ‘아무에게나 전수되지 않는 비기술(秘技術)’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합기계 무술의 원류로 평가받는 대동류합기유술조차 기술을 공개하며, 전 세계 무술인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특히 곤도 마사유키 계열의 대동류합기유술 본부는 기법을 체계화하여 공개함으로써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인간상을 지향하며 수행에 정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처음 영상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기술이 단조롭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화려함보다는 실용성과 현실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합기 계열 무도들은 대동류합기유술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유파로 갈라졌다. 대표적으로 팔광류유술, 아이키도 등이 있으며, 한국의 합기도 역시 이 계보에서 파생된 무예 중 하나다.
그렇다면 한국의 합기도는 민족적 정서에 맞게 보다 역동적이고 빠른 동작 중심으로 발전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가 시연하는 동작들은 느리고 과장된 형태로, 이를 창시자의 원래 기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용술 도주에게 직접 배운 수석 제자의 증언에 따르면, 최 도주의 동작은 빠르고 간결하며 실전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따라서 총협회가 전하는 동작들은 창시자의 원형이라기보다 정체불명의 창작된 술기에 불과할 뿐이다.
총협회가 전파하는 동작들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며,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세계 무대에서 전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특히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 된 충남 금산의 ‘용술관’ 역시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무예가 사이비화되어 대중 앞에 비춰지고 있음에도, 자칭 합기도의 총본부라는 단체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한 연구자의 주장에 따르면, 최용술 도주의 대동류 수련 경력은 비교적 짧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합기도를 강력한 무예로 완성시켰으며, 후대 제자들 역시 이를 실전적이고 훌륭한 무예로 평가한다.
만약 대동류합기유술의 기술이 원래 느리고 큰 동작이었다면, 지금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전승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현실적이고 실전적인 기술이 시연되고 있다. 이는 곧 총협회가 주장하는 ‘느리고 과장된 원형 술기’가 사실과 다름을 의미한다.
총협회 사무처장이 시연하는 마네킹쇼는 실제로 누구에게 배운 것인지, 혹은 스스로 창작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현재 보여주는 수준은 최용술 도주의 술기가 아니라, 3대 도주의 창작 동작에 총협회 사무처장의 상상력이 덧붙여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들의 행위가 허구인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가치 있는 것을 쉽게 공유하지 않는다. 진귀하고 구하기 어려운 것을 쉽게 나누는 이는 드물다. 총협회의 행위는 이러한 심리를 역이용해, 근거 없는 ‘진귀한 원형술기’을 내세워 대중을 현혹하는 전략에 불과하다.
결국 지금의 총협회 합기도를 보면,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진 자식을 바라보는 심정이라는 비유가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합기도가 본래의 정신과 실전적 가치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한국 무예의 위상은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