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체육회의 행정은 현장에서 땀 흘리는 체육인들을 위해 존재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오늘날 일선 종목단체와 지도자들이 마주하는 체육 행정의 현실은 지원이 아닌 ‘장벽’에 가깝다.
첫째, 임기제의 한계와 순환 보직, 그 뒤에 숨은 '행정 고착화'
지방체육회 행정이 지닌 가장 전형적인 구조적 모순은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에 있다. 민선 체육회장과 사무국장은 4년마다 치러지는 선거와 정무적 임기에 따라 교체되는 구조 속에 있다. 체육회를 지도·감독하고 예산을 심의해야 할 시의회 상임위 위원들 역시 2년마다 전·후반기 상임위가 교체되며, 감독 부서인 지자체의 체육 정책 공무원들 또한 공직 사회의 순환 보직제에 따라 통상 1~2년 만에 자리를 옮긴다.
의사결정권자와 감독 책임자들이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구조 속에서, 행정의 연속성을 담보한다는 명분 아래 실질적인 정보와 고유 권한은 장기 근속한 정규직 실무진에게 집중된다. 내부 행정 생리를 독점하는 과정에서 조직은 유연성을 잃고 비대해지며, 점차 현장 중심이 아닌 행정 중심으로 변질되는 '대리인 문제(Agent Problem)'가 발생하게 된다.
책임과 권한이 분리된 구조 속에서 장기 근속 실무진의 복지부동과 행정 편의주의는 심화되고, 그 피해는 현장의 체육인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이는 특정 개인의 성품 문제가 아닌, 인적 쇄신이 정체된 조직이 필연적으로 맞이하는 거버넌스의 구조적 한계다.
둘째, 무력화된 의사결정 기구 : ‘심의 기능’을 상실한 이사회와 총회
지방체육회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가장 중추적인 보루는 바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와 '총회'다. 이사회는 체육회의 주요 정책과 예산안을 심의하는 두뇌이며, 각 종목단체장들이 대의원으로 참여하는 총회는 체육회의 주권자들이 모여 최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민주주의의 장이다.
그러나 현실 속의 이사회와 총회는 치열한 토론과 검증이 생략된 채, 행정 부서가 상정한 안건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주는 요식 행위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높다. 이사회가 전문성과 지역 체육에 대한 깊은 유대감보다는 명망가들의 형식적인 참여로 구성되다 보니, 행정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내부 스크리닝 기능이 마비되는 것이다.
종목단체장들이 대의원으로 결집하는 총회 역시 현장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 세입·세출 결산과 예산안을 심의하는 엄중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행정 편의와 일정 제한을 이유로 심도 있는 질의와 토론은 원천적으로 제한되기 일쑤다. 의사결정 기구의 심의 기능이 무력화되면, 행정 시스템은 자정 능력을 잃고 실무진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로 고착화된다. 이사회와 총회의 실질적인 토론 문화 회복 없이는 체육 거버넌스의 혁신은 불가능하다.
셋째, 무너진 예산 수립 절차와 자원 배분의 불균형성
지방체육회 예산은 예산 수립의 정당한 행정 절차와 타임테이블에 의거해 공정하게 기획되어야 한다. 정상적인 구조라면 매년 6월에서 7월 사이, 체육회와 각 종목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이듬해 필요한 사업 예산과 계획에 대해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현장의 수요가 담긴 예산안을 체육회가 정리하여 지자체 체육정책과와 협의하고, 시 예산과의 종합 심의를 거쳐 12월 시의회 본예산에 상정됨으로써 다음 해 최종 예산안이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골든타임은 바로 최초 단계인 '종목단체와 체육회 간의 실무 협의'다.
그러나 현재의 예산 수립 생태계는 이 정상적인 트랙이 무력화되어 있다. 정당한 절차를 준수하는 대다수의 중소·비인기 종목단체들이 엄격한 서류 심사와 예산 삭감의 기로에서 고심하는 반면, 일부 메이저 종목 단체들은 공식적인 실무 조율 과정을 우회하여 대외적인 인맥이나 청탁성 루트를 통해 예산을 선점하는 불공정한 행태가 잔존하고 있다.
이러한 비공식적 예산 배정은 절차를 준수한 단체들에 대한 기회 박탈이자 역차별이며, 체육회 내부를 합리적인 정책 대결이 아닌 사적 네트워크 중심의 줄 대기 문화로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 예산 수립의 공식 타임테이블이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을 때 행정의 공정성은 붕괴된다.
넷째, 직무 경직성 타파를 위한 '수평적 책임제'와 조직 슬림화
지방체육회 행정이 고질적으로 정체되어 있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장기 근속 중심의 '경직된 인력 구조'가 존재한다. 역동적인 신입 인력의 수혈이 정체된 상태에서 수십 년간 고착화된 내부 네트워크는 조직의 유연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상명하복식 수직적 구조 속에서 하위 실무자들은 능동적으로 현장을 지원하기보다, 선임 근무자들의 기준과 눈치를 살피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이제 지방체육회는 과감한 '조직 다이어트'와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기존의 경직된 수직적 조직 구조를 과감히 탈피하고, 실무자 개개인이 자신의 업무 분장에 책임을 지는 '수평적 책임제 구조'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 내부 지휘 라인의 눈치를 보느라 행정이 지연되는 모순을 차단하고, 각자 맡은 업무를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완수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행정 부조리가 사라지고 현장 지원의 속도가 빨라진다.
동시에 비대해진 정규직 구조를 슬림화하고, 급변하는 스포츠 산업 환경에 발맞출 수 있는 유능한 청년 인재와 전문 계약직 인력을 유연하게 수혈할 수 있는 인력 구조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고인 물을 흐르게 하는 인적 쇄신과 행정 다이어트만이 조직의 관료제적 병폐를 타파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지방체육회 행정은 결코 현장을 통제하고 군림하기 위한 권력 기관이 아니다. 이사회와 총회를 무력화하여 거수기로 만들고, 예산의 공식 절차를 우회하며, 조직의 경직성 뒤에 숨어 행정을 사유화하는 낡은 관행은 이제 종식을 고해야 한다.
108만 특례시 고양의 체육 행정 역시 이러한 현실적 병폐들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 매섭게 돌아보아야 할 때다.
지금 현장의 체육인들이 원하는 것은 복잡한 규정을 들이대며 통제하는 행정가가 아니다. 서류의 장벽을 허물고, 예산 수립의 공식 타임테이블을 엄격히 준수하며, 보직 뒤에 숨지 않고 현장의 임기와 아픔을 평등하게 경청하는 ‘행정의 서비스화’를 갈망하고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기형적인 거버넌스를 바로잡고, 오직 체육인과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혁신적인 체육 거버넌스의 대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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