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예성 확보’를 위해 지원하는 장관상 대회가 일부 무예단체들의 상식 밖 일탈 행위로 장관상 지원의 의미를 퇴색시키며 무예계에 대한 평판도 덩달아 저하되고 있다.
최근 치러진 무예대회와 관련한 일이다.
지난 7월 19~20일 양일에 걸쳐 재단법인 재남무술원 주최, 국제연맹합기도 주관으로 『제7회 Korea Open 합기도·한기도 무술대회』가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치러졌다. 이 대회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이 지원됐다.
이 대회에 장관상 지원은 재남무술원이 문체부의 ‘2014년 무예단체 장관상 지원사업 공모’에 『제7회 Korea Open H.K.D 무술대회』타이틀로 응모, 심사를 통과하면서 대회 승인 및 장관상 지원이 이뤄진 것이다.
다시 말해, 장관상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제7회 Korea Open H.K.D 무술대회』타이틀로 개최하겠다고 해놓고서는 실제는 『제7회 Korea Open 합기도·한기도 무술대회』타이틀로 행사를 치룬 것.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문체부가 승인 및 지원한 장관상 대회를 재남무술원이 공모 신청대회와 실제 개최 대회가 다르게 치른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단체도덕성 문제와도 직결되는 약속 불이행인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문체부가 장관상을 지원하며 승인한 대회는 약속과 다르게 이행이 이뤄질 경우 대회 승인 취소 또는 지원된 장관상을 박탈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재남무술원이 ‘합기도’든 ‘한기도’든 이니셜이 ‘H.K.D’이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 대회를 주관한 곳이 ‘국제연맹합기도’인 것을 보면 ‘H.K.D’는 ‘합기도’를 염두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재남무술원이 산하에 국제연맹합기도, 국제연맹한기도, 국제연맹한검도 등의 조직을 거느린 종합무술단체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지만 주력하는 무술이 합기도이고 소속 합기도장을 상대로 한기도와 한검도를 보급시키고 있는 사실상의 합기도단체이다.
지난 대한체육회 합기도 가맹과 관련, 통합단체인 합기도인정단체에 전국의 합기도법인들이 등록할 때도 재남무술원(국제연맹합기도) 타이틀로 가입 활동한 것 자체가 합기도단체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남무술원이 주최하고 국제연맹합기도가 주관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제7회 Korea Open H.K.D 무술대회』는 합기도 대회라고 볼 수밖에 없고 공모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도 당연히 그렇게 판단하고 심사에 임했을 것이다.
재남무술원 측이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실제로 내건 대회 타이틀은 『제7회 Korea Open H.K.D 무술대회』이 아닌『제7회 Korea Open 합기도·한기도 무술대회』타이틀은 합기도대회에 한기도를 끼워 넣은, 한마디로 전형적인 ‘끼워팔기수법’과 같은 경우이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공모 신청서류와 일치하는 『제7회 Korea Open H.K.D 무술대회』타이틀을 마땅히 걸었어야 했다.
마치 자신의 소속 합기도장을 상대로 한기도를 보급을 하듯, ‘영예성’ 있는 장관상 합기도대회에 은근슬쩍 한기도를 얹힌 경우가 아니고 뭘까.
▲ 대회장 전면에 설치된 『제7회 Korea Open 합기도·한기도 무술대회』현수막. (사진출처:재남무술원 자료캡쳐) | |
이것이 문제가 안 된다면 나중엔 장관장 지원 ‘Korea Open H.K.D 무술대회’를 ‘Korea Open 합기도·한검도 무술대회’ 또는 ‘Korea Open 한기도·한검도 무술대회’, ‘Korea Open 홍길동 무술대회’ 등의 타이틀을 내걸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므로 형평성, 공정성, 정통성 등 그 문제의 심각성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대회에 국민체육진흥기금 수천만 원이 지원됐다고 한다. 관계당국은 관련해 심사 또는 그 대응에 있어 보다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일부에 국한되지만 몇몇 합기도단체들의 상식 밖 일탈행위에 대해 어이없어 하고 있다. 아울러 무예계를 바로 보는 외부 시선을 의식, 마뜩찮게 여기는 분위기다. 그 속에는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무예계의 사이비적 적폐다. 당장 무예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본과 원칙, 상식이 없는 무예계 앞날에 희망이 있을 리 만무하다는 것을 무예계는 증명해보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