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 전통무예진흥법 관련 공청회에 참석하여 많은 것을 느꼈다.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통무예 지도자 양성시스템 구축은 이미 3년 전 우리 '한국예도문화장학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다행히 체육과학연구원 성문정 박사가 이것을 더욱 발전시킨다고 하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전통무예라는 것이 태권도처럼 일본 것을 토착화 시키려는 데서 진짜 우리 것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문제이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라고 생각해야 전통무예가 보인다. 이를 위해 중국의 ‘육도삼략’부터 ‘기효신서’, ‘무비지’, 한국의 ‘삼국사기’, ‘무예제보’, ‘무예제보속편’, ‘무예도보통지’, 다시 일본의 ‘은엽’, ‘거합도’, ‘오륜서’까지 알아야 겨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생활체육지도자 4단 이상의 의미는 보통 4단부터 사범이라 칭하는 일본식 단(段)이다. 급(級) 또는 단(段)이라고 하는 것은 좋은 의미도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심사료를 받고 단증료를 챙기는 장사 속에 있다.
문제는 일본식 단(段)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우리의 전통무예라고 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 잘못된 일이다.
다행히 신라 때 화랑, 선인, 풍월주, 상선으로 구분했고 고구려는 조의 선인(仙人), 대형(大兄), 태형(太兄), 태태형(太太兄)으로 무사의 계급적 호칭을 사용했다. 그중 선인(仙人)이라는 칭호가 중복되어 10분법을 첨가하여 초선, 2선, 3선, 4선, ~9선으로 한다면 단(段)보다 선(仙)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동’은 일본에서는 허리를 의미하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법을 만들 때 가장 조심할 것이 ‘용어’와 ‘자구’임을 잘 알아야 한다. 전통무예는 생활체육과는 달라야 하고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전통무예가 음식점 이름도 아니고 당대에 이루어지는 무예는 없다. 당대에 만들어진 무예는 전통무예가 아닌 무예 손님으로서 시간과 검증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검도를 예로 들어보자. 무예도보통지의 검법 중 제독검과 쌍검은 중국, 왜검은 일본, 그나마 조선세법(銳刀)과 본국검은 우리의 전통무예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연구 복원하려면 중국, 일본의 검을 알아야 하고 특히 발전된 일본 검도의 이합(理合)을 똑바로 알아야 답이 나온다. 즉, 검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병서를 500권이나 읽고 검도를 50년이나 한 내 자신도 아직 멀기만 하다. 도(道)를 닦는다는 사람이 경찰청에서 경찰 뽑는 가산점이나 따지고 형무소에서 빗자루 들고 연구하고, 꿈에 매일 검법이 생겨나고, 본국검을 한다며 일본식 짚단베기를 하고, 중국영화에 나오는 붓글씨체로 검법 전통을 세우는 등 조선세법을 중국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모두 가짜이다.
도(道)는 이치를 깨달아 행동하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도리, 사리, 천리 등과 염치, 수치, 눈치, 코치 등을 알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되 반드시 예(禮)를 갖추어야 도를 깨우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격한 운동(武)을 통해서 깨우침을 얻는 것이 바로 무도이다. 이것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가 전통무예 속에서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한마디 더하자.
1620년 중국의 모원희라는 장군이 쓴 책 중 [무비지]라는 책에 朝鮮勢法(조선세법)이라고 세계 최초의 劍法을 발표하면서 이 검법은 조선에서 가져와 그 이름을 조선세법이라고 했다.
이후 150년 뒤에(정조) 이덕무, 박제가가 쓴 [무예도보통지]에 그 이름을 ‘銳刀’라고 했다. 이것을 풀이한다면 ‘빠르게 치는 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본의 居合道는 ‘Quick sword play’ 라고 한다면 이 또한 [빠르게 치는 칼] 즉, 銳刀이며 조선세법이라는 결론이 난다.
우리의 조상들은 이것을 보고 전통무예 지키지 못한 우리를 어떻게 볼까?
다시 생각해보자.